이번 전시는 『훈민정음』 간행 570주년을 기념하여, 『훈민정음』과 현대의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한글의 변신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점·선·원의 기초 형태에 기반한 쉬운 모양과 기본 글자 8개로 28개의 문자를 만드는 원리, 『훈민정음』에 담긴 15세기의 한글 원형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영상·입체·그래픽 작품 30여 점을 함께 전시하였습니다. 주일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의 원형이 가진 특징과 디자인으로 풀어진 한글의 확장성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1부 쉽게 익혀 편히 쓰니
조선의 제4대 왕 세종(世宗, 재위 1418-1450)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펼 수 없는' 많은 백성들을 위해 1443년 한글을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배워서 편히 쓸 수 있도록 만든 한글은, 그 창제 목적에 맞게 모양이 매우 단순하고 글자의 수가 적었다. '점, 선, 원'의 기본 형태를 이용한 8개의 기본자와 이를 응용해 만든 총 28개의 글자는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 만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배려와 소통의 문자였다.
한글 창제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를 가진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나는 1443년 세종 대왕이 만든 한국의 문자, 한글을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446년에 간행된 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민족의 손을 거쳐 발전해 온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세종이라는 특정한 인물의 철저한 기획 아래에 만들어진 문자이다. 『훈민정음』에는 한글을 만든 사람, 만든 시기, 만든 원리 등이 밝혀져 있다. 전 세계 모든 문자 중 창제에 관한 모든 기록이 책으로 남아 있는 것은 『훈민정음』이 유일하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및 대한민국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 한글 창제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 『훈민정음』
소리는 저절로 밝을지니; 한글의 원형에 담긴 논리성
8개의 기본 글자는 28개의 글자가 되고, 28개의 글자는 한국어는 물론이고 '바람 소리, 학의 울음, 닭의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모두 적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이에는 소리의 특성에 따라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거나, 두 개 이상의 글자를 합하는 원리가 담겨 있다. 이로 인해 글자의 수가 최소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가 비슷한 글자끼리는 모양이 비슷해지게 되었다. 글자의 모양으로 소리를 짐작할 수 있는 문자가 탄생한 것이다.
'노마 히데키'가 소개하는 한글, 『한글의 탄생』
『한글의 탄생』은 한국어나 한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특히 일본어권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한글의 구조와, 한글이 탄생한 역사적·언어적 배경, 한글이 만들어진 후의 사용에 관한 이야기까지 거대한 한글 탄생의 드라마를 다루었다.
5개의 기본 글자로 만든, 17개의 자음 글자
발음 기관이나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든 5개의 기본 글자는 17개의 글자가 되었다. 이는 소리의 세기에 따라 기본 글자에 일정하게 획을 더하는 '가획加劃'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ㄴ[n]'보다 조금 센 소리는 획을 하나 더하여 'ㄷ[t]', 'ㄷ[t]'보다 더 센 소리는 다시 획을 하나 더하여 'ㅌ[th]'이 되는 방식이다. 소리의 특성이 글자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 논리적인 글자이다.
3개의 기본 글자로 만든, 11개의 모음 글자
하늘, 땅, 사람의 모양을 본떠 만든 3개의 기본 글자는 11개의 글자가 되었다. 먼저 3개의 글자ㆍ[a], ㅡ[ɨ], ㅣ[i]를 한 번씩 합하여 4개의 글자를 더 만들었다. 'ㅡ'의 위아래에 'ㆍ'를 합하여 'ㅗ, ㅜ'를 만들고, 'ㅣ'의 양쪽에 'ㆍ'를 합하여 'ㅏ, ㅓ'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4개의 글자 ㅗ, ㅜ, ㅏ, ㅓ에 'ㆍ'를 하나씩 더 합하면 'ㅛ[yo], ㅠ[yu], ㅑ[ya], ㅕ[yə]'가 만들어진다.
28개의 글자로 만들어 낸 무한한 글자 조합
자음 글자 17개, 모음 글자 11개로 이루어진 28개의 글자를 서로 합하면 10,000개 이상의 글자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를 모아써서 하나의 음절을 만드는 원리로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자음 글자 'ㄱ[k]'과 모음 글자 'ㅏ[a]'를 합하여 '가[ka]'가 되는 방식이다. '첫소리 글자, 가운뎃소리 글자, 끝소리 글자를 합하여 글자를 이루는' 독특한 글자 운용 방식이다.
2부 전환이 무궁하니: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한글의 확장성
한글은 창제 후 570여 년 동안 한국 문화의 바탕을 이루었으며, 한국인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특히 오늘날에는 한글이 담고 있는 언어적인 내용과 더불어, 한글 자체가 지닌 미적·조형적 가치에 집중한 현대적 디자인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의 한글과 더불어 『훈민정음』에 나타난 15세기 당시의 한글의 모습을 활용한 22팀의 작가가 그들의 디자인 세계를 선보였다. 『훈민정음』과 15세기의 한글을 재해석한 디자인 작업을 통해 문자 영역을 넘어선 한글의 확장성을 느낄 수 있다.
『훈민정음』 - 「용자례」를 응용한 한글 그래픽 디자인
『훈민정음』에는 새로 만든 한글로 한국어 단어를 적은 예시인 「용자례用字例」가 실려 있다.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 각각에 대하여 2~4개의 예시를 들어 총 94개의 단어가 있다. 이를 통해 한글 창제 당시, 한글이 쓰인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용자례」에 나타난 글자 모양, 단어 의미, 소리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장치 등 다양한 요소를 재해석하여, 디자인적으로 풀이한 새로운 「용자례」를 15팀의 디자이너들이 소개한다.
참여작가: 강구룡, 김가든, 박연주, 안마노, 안병학, 오혜진, 유명상, 윤민구, 이충호, 일상의 실천, 장수영, 정영훈, 채병록, 최정은, 크리스 로
▲ 편집형식, 김가든
▲ 변환된 풍경 연작, 오혜진
▲ 성조: 빛, 소리, 조각, 장수영
▲ 새우, 뒤웅박 정영훈
『훈민정음』에 담긴 한글의 조형성을 살린 한글 입체 디자인
『훈민정음』에는 오늘날에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한글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15세기 당시에는 있었지만 말소리가 사라지면서 현대에는 남아 있지 않은 ‘ㆆ(여린히읗)’, ‘ㅿ(반잇소리)’, ‘ㆁ(옛이응)’, ‘ㆍ(아래아)’와 같은 글자가 있다. 또 서로 다른 자음 글자 2~3개를 가로로 나란히 붙여 써서 센소리를 나타낸 ‘ㅺ[k’], ㅽ[p’], ㅳ[t’], ㅄ[s’], ㅴ[k’], ㅵ[t’]’ 등과 같은 글자가 있다. 현대에도 쓰이거나 현대에는 쓰이지 않는 다양한 한글이 생활 속 디자인에 녹아든 모습을 7팀의 디자이너들이 소개한다.
참여작가: 맺음, 민병걸, 서현진, 송봉규, 제로랩, 황형신, 하지훈
▲ 한글블록 송봉규
▲ 거단곡목가구 훈민정음 연작, 황형신
▲ 장석장 사진, 하지훈
▲ 일점일획, 맺음
담당부서 : 전시운영과 (전화번호 : 02-2124-6324, 6327, 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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