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겨울 문학을 만나다
<겨울 문학 여행>
글. 김민지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전이 선보였다. 국내 문학뿐만 아니라 10개 언어권 13개국의 대표적인 겨울 문학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와 함께 겨울을 담아낸 세계 명작 동화와 한국의 아동 문학들을 만날 수 있다. 매서운 추위와 따뜻한 추억이 공존하는 겨울 문학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특별전 <겨울 문학 여행>을 기획하게 된 배경
▲ 특별전 <겨울 문학 여행> 포스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국과 예정국의 겨울 문학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는 동계올림픽 제1회 개최국인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북미, 다시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 마지막 한국에 이르는 겨울 여정을 따라가며, 겨울 문학 속에 나타난 각 나라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정서를 보여 주고자 기획하였습니다.
겨울은 춥고 혹독하지만 다가올 봄날을 꿈꾸는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문학 속의 겨울은 차가움과 따스함, 밝음과 어둠, 절망과 희망의 상반된 이미지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 겨울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는 전통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주로 다루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문학적 관점'에서 겨울을 조명한 전시로는 국내 최초이며, 세계 겨울 문학의 흐름과 문학적 심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하는 내외국인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품을 모으고, 특별전을 준비하기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각 나라의 겨울 문학을 선정하고 전시 자료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박물관에서 기초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학계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자문을 얻기도 하고, 각 나라의 대사관에 협조를 구해 문학 작품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유럽 문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전반적인 문학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인 한국외대 문학 전문 연구진들과 함께 기초 조사를 진행하며 겨울 문학 관련 자료를 모았습니다. 중국,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7개국 대사관과 총 35명의 자문위원 선생님 등을 비롯한 수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이번 전시를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 전시 내용 세세히 보기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평창 동계올림픽 취지에 걸맞게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대회로부터 제24회 중국 북경 대회에 이르기까지 10개 언어권 13개국의 대표적인 겨울 문학을 소개합니다. 겨울 문학 작품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문학 101편, 북미 문학 38편, 한중일(韓日中)의 동아시아 문학 114편, 어린이 문학과 노래 201편의 총 454편을 선보입니다.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됩니다.
1부 '겨울 길을 떠나다'
1부에서는 나라별로 대표 겨울 문학을 소개합니다. 중국 당나라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시 「눈 내리는 강(江雪)」,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시 「폭설(The Snow-Storm)」, 설원을 배경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역경을 그린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Пастернак, 1890-1960)의 소설 『닥터 지바고 Доктор Живаго』(1955) 등 문학적 가치가 높고 널리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겨울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전시장에서 각 나라별 언어로 된 도서와 한국어 번역본을 비교하면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겨울 시' 53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처음 소개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Georg Trakl, 1887-1914)의 「12월 소네트(Dezembersonett)」(1909-1912), 캐나다 시인 아치볼드 램프맨(Archibald Lampman, 1861-1899)의 「나무꾼의 오두막(The Woodcutter's Hut)」 등이 있습니다.
2부 '겨울의 만남'
세계 명작 동화와 한국의 아동 문학을 소개하며, 나라별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덴마크 한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눈의 여왕(Stjärnöga)』(1845)과 이탈리아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1826-1890)의 『피노키오의 모험(Le Aventure di Pinocchio)』(1883) 등을 비롯한 세계 명작 동화와 윤동주(尹東柱, 1917-1945)의 동시 「개」와 「눈」(1936), 강소천(姜小泉, 1915-1963) 작사· 한용희 작곡의 동요 「꼬마 눈사람」(1955), 이상교(李相敎, 1949-)의 동시 「눈 내린 새벽」(2015) 등 우리말의 느낌과 정감을 살린 고운 노랫말이 전시됩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운 동심의 세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볼거리로 느끼는 문학적 감성
: 알프스 산맥과 오로라, 얼음 왕국, 따뜻한 집안, 자연의 조화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각 나라의 문학적 감성을 살려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했습니다.
▲ 알프스 산맥을 시각화한 유럽 겨울 문학 공간
▲ 유럽 겨울 문학 공간
▲ 환상의 오로라 연출의 북유럽 겨울 문학 공간
▲ 따뜻한 집안을 연출한 북미 겨울 문학 공간
1부 '겨울 길을 떠나다'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를 거쳐 마지막 한국까지 겨울 길을 떠나는 여행 분위기를 연출하고, 나라별 문학적 특징에 맞춰 세부적인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유럽은 알프스 산맥을 형상화하고, 북유럽은 빛과 조명으로 신의 빛 오로라를, 러시아는 신비로운 얼음 왕국을, 북미는 겨울의 한기를 녹이는 따뜻한 집안을, 동아시아는 자연의 조화를 살린 공간을 연출하였습니다. 각 나라의 겨울 문학 특징을 살린 전시 연출을 통해 문학적인 이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한국의 겨울 문학 공간
▲ 한국의 문학 작품 소개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최국인 한국의 겨울 문학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전시 공간입니다. 한국의 문학에서 겨울은 '고난', '시련', '인내', '새로운 희망'을 상징합니다. 대표적인 겨울 문학으로 고전 시가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시와 소설 67편, 어린이 동화 35편, 동요와 동시 30편의 총 132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전 문학에서는 사대부의 절개를 한겨울 푸르른 소나무에 빗대기도 하였고, 여류 시인 황진이(黃眞伊, ?-?)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동짓달 기나긴 밤'이라 하였습니다.
현대 문학에서 겨울은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장치로 나타납니다. 백석(白石, 1912-1996)은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에서 푹푹 내리는 '눈'으로 더러운 세상을 덮어 버리고, '흰 당나귀'처럼 현실에 없는 이국적 환상을 그립니다. 이밖에 김광균(金光均, 1914-1993)의 시 「설야」(1938),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한강(韓江, 1970-)의 『내 여자의 열매』(2000)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인직(李人稙, 1862-1916)의 연극 소설 『은세계』(1908)는 아단문고의 협조를 얻어 영인본으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초판본으로는 김승옥(金承鈺, 1941-)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1965), 김종길(金宗吉, 1926-2017)의 시집 『성탄제』(1969), 이청준(李淸俊, 1939-2008)의 소설 『눈길』(1977) 등이 전시됩니다.
평창에서 태어난 대표 작가인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소설 2편도 소개됩니다.『성수부(聖樹賦)』(1936)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겨울나기에 대한 단편 소설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았고, 『벽공무한(碧空無限)』(1941)은 만주국 치하 하얼빈과 경성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 한국의 겨울 문학 공간
우리나라 겨울의 문학 작품들은 고전과 현대를 뛰어 넘어 다채로우며 아름답습니다. 이 기회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람객들도 다시 우리나라의 겨울 문학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체험하는 재미, 함께하는 즐거움
▲ 개최국 겨울 문학 여행을 떠나요
▲ 겨울 동요와 동시
이번 전시에는 겨울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요소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시 도입부에 겨울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3D 애니메이션은 여행의 길잡이가 되는 영상입니다. 눈이 가지는 순수, 고독, 공포, 환상성 등의 다양한 문학적 심상을 권역별 대표 겨울 작품을 통해 구현하였습니다.
2부에 한국 겨울 문학 코너에 『힐링 썰매』(글 조은, 2016)의 김세현 작가 그림을 응용한 2D 애니메이션과 이수지 작가의 그림동화 『선』(2017)을 응용해서 만든 2D 애니메이션 2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세계 명작 동화부터 한국의 창작 동화까지 다양한 겨울 문학 동화를 직접 읽어보고, 한국의 동요와 동시를 직접 보고 들으며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였습니다.
▲ 겨울 동화 체험
또한 겨울 한라산을 배경으로 나라별 겨울 단어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영상(* 터치, 몸짓 등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영상) 등도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과 눈결정체의 다양한 나라의 문자들을 손으로 직접 받아볼 수 있고, 손으로 눈 관련 여러 나라의 문자를 받으면 그 나라에 해당하는 문학 구절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겨울 문학을 보고, 듣고, 즐기며 세계의 겨울 문학의 흐름과 문학적 심상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박물관에서 배우다의 지난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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