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저장소 한국어 정보화의 선구자, 김흥규
‘기록’의 역사적 가치와 범주가 확장되면서 구술 자료의 가치와 역할도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글의 역사적인 시대를 함께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구술 기록으로 남기고,
다면적 구술 기록의 수집을 통해 사건을 총체적으로 보존하는 일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2015년도부터 한글문화인물 구술기록사업을 통해 구술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한박웃음은 디지털한글박물관에 보관된 구술 아카이브 자료를 요약해 소개하려 한다.
#01 6.25의 상흔에서 배우다, 삶은 견디고 앞으로 가야 하는 것
김흥규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자 고려대학교 전자텍스트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인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6.25 전쟁을 겪으며 힘들었던 인천에서의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물론 살림살이가 힘들었기도 하지만 전쟁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상처 입고 망가진 그 삶이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굉장히 힘들었고, 어린 마음에도 그걸 보면서 아, 삶이라는 건 굉장히 끈질긴 것,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그 과정을 헤쳐 나가는 그런 일이로구나.
그래서 삶이 즐거운 것, 유쾌한 것, 재미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그걸 견디고 앞으로 가야 되는 건가 보다 하는 그런 강한 인상을 어린 시절에 가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02 보다 정교한 분석 방법으로 수량과 상호작용 분석하고자
본래의 전공은 국어 정보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문학(한국시)인데
한국시의 율격론 처리 연구를 위해 국어 정보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계명대학교에서 전임 강사로 생활하던 시절, 박사 논문을 작성하면서 첫 번째 목표가
‘한국 시 율격론’ 혹은 ‘운율론’이었는데, 보다 정교한 분석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
“(중략)그런 걸 넘어서서 좀 제대로 설득력 있게 하려면은 분석 방법이 좀 더 정교해져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운데에서 내가 생각한 게 운문들을 가령 예를 들면 그중에 대표적인 당시 시조 같은 것이 있습니다만
이 자료들을 컴퓨터에 입력해서 운율적 패턴이나 운율적인 어떤 수량의 출현이나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헤아려 보고, 맞춰 보고 하는 것보다 훨씬 정밀한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03 한국어전산학회의 설립과 국어 자료 전산화
그는 한국어 정보화를 연구한 1세대로 ‘한국어전산학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학회의 창립연도인 1988년을 회고하며 학자들 간 문학 자료, 국어국문학 연구 관련 자료를 전산화하는 일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략)이 학회를 만들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여기 핵심 멤버 몇몇 사람은 컴퓨터를 가지고
문학 자료든 국어학 자료든 하여튼 국어국문학 연구와 관련 자료를 전산화하는 일이 필요하고 중요하다…(중략)
…그러다 보니까 구십(90)년대 초에 와서는 아, 컴퓨터 가지고 국어국문학 연구하는 게 이제
쌩뚱맞은 짓이 아니라 굉장히 생산성 있고 앞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구나.
이런 생각을 꽤 많은 분들이 하게 됐고 그러다가 보니까 이제 그거 가지고
여러 가지 대형 기획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거죠.”
#04 말뭉치에 기반한 최초의 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또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원장으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기획하고
말뭉치에 기반한 최초의 대사전을 발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왜 말뭉치에 기반한 사전 편찬이라는 게 그렇게 관심사가 됐느냐…(중략)…
종래의 국어사전은 국어사전 편찬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의 머릿속에 있는 언어 지식을 가지고
어휘를 선정하고 풀이하고, 이렇게 했습니다…(중략)…그래서 실제 언어 자료를 다양하게 대규모로 모아서
거기에서 통계를 내고, 그래서 중요한 언어, 어휘와 덜 중요한 어휘를 구별하고
또 중요한 어휘라도 어떤 의미로 쓰이는 것이 가장 많고, 어떤 게 그다음인지
또 어떤 게 희귀한 것인지 이런 것을 변별해서….”
#05 능동적 신어와 용례 반영해 기존 사전과 차별화
특히,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기존 사전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능동적으로 신어를 반영하고 용례의 반영이나 의미 배열에 있어 독자적인 방법을 만들어서 적용하였다
“뭐 대체로 많은 분들이 동감하는 것입니다마는 언어는 끊임없는 변하는 것입니다…(중략)…
그래서 사전 편찬이라는 건 결국 언어의 안정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이렇게 변화하는 언어의 다양한 면모들을 적정(適正)한 그 절차에 따라서 검토하고,
정리해서 사전에 올려주는 것이 언어의 어떤 생명력을
또 신선한 활력을 유지하고 또 사전에 그런 기능을 이제 부여하는 게 되겠죠.”
#06 사전 편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적 가치 고려
이후 사전 편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 공동체에 대한 고려와
사전 자체의 학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내 경우는 대학에 교수로서 연구 기관에서 학문적인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러나 상업적으로도
쓸모가 있는 사전을 만드는 거니까…(중략)… 그래서 아, 어려운 일이지만 이건 대학에서 하는 거니까,
대학의 학문 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그 다음에 이 사전 자체의 학문적 가치에 대한 고려를 버리면 안 된다.
뭐 이제 이렇게 일을 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제 비용을 조달해야 골치 아프죠.”
#07 시대의 언어 현상에 대한 학문적 성찰 불러온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러한 사전 편찬 연구는 관련된 학위 논문 배출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사전 편찬 연구가 언어에 대한 성찰에 기여하였다.
2009년에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 출간되면서 십여 편의 석·박사 논문과 열두 권의 관련 저서가 출간된 것.
단순한 상품으로서의 사전만이 아닌 한 시대의 언어 현상에 대한
학문적 성찰의 확대와 심화를 가져오는 성과를 빚어냈다.
“이 사전 편찬은 단순히 우리가 예전에 모르는 단어 찾아보고 뭐 용례 좀 찾아보고
이 글자는 한자를 어떻게 쓰나 영어 스펠링이 어떻게 되나, 이런 수준이 아니라
그 어휘와 그 어휘 주변에 있는 현상을 통해서 인간과 문화, 사회를 더 심도 있게 연구하는
그런 발견의 어떤 통로, 발견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점에서 이 사전 편찬 작업을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08 앞으로도 우리말로 된 텍스트를 연구할 계획
마지막으로 김흥규 교수는 향후 계획에 대해 우리말로 된 텍스트(text)를 가지고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도 국어사전 편찬에 직접 관여를 하지는 않겠지만 어떻든 우리말을 다루고
또 우리말로 된 텍스트(text)를 가지고 뭔가 생각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할 테니까 간접적으로나마
이제 그 사전 편찬에 관여를 하는 셈인데…(중략)…그 획기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이 이루어져서 좀 더 섬세하고, 쓸모 있는 언어 자원이 충실하게 확보되는 데
뭔가 좀 촉매제 같은 구실을 하고 싶은데 앞으로 좀 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한국어 정보화의 1세대 연구자 김흥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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