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이야기
송암 박두성이 창제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
우주 블랙홀과 5차원 세계를 그려내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인터스텔라>는 모두들 알고 계시죠.
그렇다면 주인공의 말벗으로 등장한 로봇 ‘타스’에 점자가 표기돼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로봇의 본체에는 점자로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요. 영화 뿐 아니라 우리 실생활 속 보도블록, 음료 캔 등
수많은 곳에 점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글박물관이 보유한 유물을 통해 점자를 알아보시죠!.
우리나라 점자의 창제자는 송암 박두성(1888~1963)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부터 교사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을 가르쳤는데요. 한국의 시각 장애인도 우리의 점자로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철학으로 점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20년 시작된 한글 점자 연구는 1926년이 되어서야 ‘훈맹정음’이란 결실을 맺었습니다.
훈맹정음 창제 이전 우리나라의 맹아 교육은 1894년 미국인 선교사 홀 부인이 만든 뉴욕식 점자(4점)에서 시작됐는데요. 1898년 평양에서 맹교육을 시작하면서 뉴욕 점자를 한글 점자(평양 점자)로 변형하여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음절 단위로 끊어서 읽는 우리말 체계와 자모음을 풀어서 쓰는 한글 점자는 잘 맞지 않아 불편함이 컸습니다. 또,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본 점자까지 익혀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고 합니다.
박두성 선생이 “눈이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두뇌가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이니 맹인들을 방안에 두지 말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훈맹정음은 현재까지도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점자와 관련하여 『훈맹정음』, 『한글점자』, 『훈맹정음의 유래』, 『한글점자의 유래』 등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이 소장품은 송암 박두성의 차녀 박정희 씨가 평생 간직해온 아버지의 점자 유물을 2014년 한글박물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당시 박정희 씨는 『훈맹정음』을 비롯한 점자 교재와 그의 생활이 담긴 사진 등 54건 130점을 기증하였습니다.
『훈맹정음』
- 훈맹정음이 인쇄된 문서 1매.
- 1926년
- 훈맹정음은 세로줄에 자음, 가로줄에 모음을 배열하여 조합된 글자마다 그에 해당하는 점자를 인쇄하였음.
- 하단에 약자, 장음, 숫자의 점자를 인쇄하였음.
『한글점자』
- 한글점자(點字) ‘훈맹정음(訓盲正音)’의 원리와 내용을 해설한 책의 원고.
- 1946년
- 원고는 박두성이 쓴 서문 1장과 본문 13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본문은 제1장 <점자>
, 제2장 <한글점자>, 제3장 <점자를 배우려면>, 제4장
<수학부호와 화학식기호>
, 제5장 음악부호, 제6장 <외국어점자>로 구성됨.
- 자료의 가치 및 의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의 원리와 체계를 보여주는 국어사 자료.
이렇게 소중한 훈맹정음이 지난 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을 맞아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되었습니다.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지정 예고된 유물은 『한글점자』 육필 원고본, 『한글점자의 유래』 초고본 등 7건 14점인데요. 이외 송암박두성 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점자타자기, 점자원판 등도 함께 지정 예고되었습니다. 해당 유물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두고 심의를 거친 후 문화재로 최종 등록됩니다.
11월 4일은 점자의 날! 송암 박두성이 시각장애인들도 지식을 배울 수 있게 돕겠다는 일념으로 훈맹정음을 만들어낸 것처럼 우리 주위의 타인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글점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