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손 편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책을 읽는 게 즐거운 까닭은 책 속에 펼쳐진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의 수상작과 어린이들이 선택한 책을 함께 소개한다.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으뜸상): 임채민 어린이
강아지똥에게
강아지똥아, 안녕?
나는 OO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임채민이라고 해.
참새와 흙덩이의 이야기를 듣고 울음을 터뜨린 너의 모습을 보니 많이 슬펐어. 내가 옆에 있었으면 “친구를 냄새난다고 놀리는 것은 나쁜 짓이야”하고 혼내줬을 거야.
흙덩이가 가고 혼자 남아서 많이 외로웠지? 소달구지 아저씨는 흙이 없으면 밭에 식물을 키울 수 없어서 흙덩이를 소중히 들고 가신 거야.
강아지똥아, 민들레를 안고 땅속으로 들어가면서 무슨 생각 했어? 안 무서웠어? 너무 궁금해. 이젠 너한테 냄새가 나지 않아. 향기로운 꽃 냄새가 나. 따뜻한 봄이 오면 피는 민들레꽃을 볼 때마다 널 생각할게. 네가 민들레꽃에게 사랑을 주었던 것처럼 나도 친구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어.
강아지똥아, 민들레꽃이랑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 다음에 또 편지 쓸게. 안녕~
2020년 8월 4일 화요일
-채민이가-
<강아지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강아지똥이라는 한낱 미물이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데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런 이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하다가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때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들도
<강아지똥>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권정생 작가는 돌담 밑에 있던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게 된다. 며칠이 지나, 강아지똥이 스며 녹아내린 바로 그 자리에 놀랍게도, 앙증맞은 민들레꽃이 피어났다. 권정생 작가는 순간 ‘강아지똥처럼 보잘것없는 것도, 남들에게 천대만 받는 저런 것도, 자신의 온몸을 녹여 한 생명을 피워내는구나!’라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작가는 며칠 밤을 새워 강아지똥 이야기를 썼고, 이렇게 쓰여진 동화 ‘강아지똥’은 1969년
<월간 기독교 교육>
에서 선정하는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출처 : 길벗어린이 <강아지똥> 서평 중 발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으뜸상): 조민준 어린이
재은이에게
재은아 안녕! 난 조민준이라고 해.
나도 너랑 똑같은 10살이야. 난 네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 10살인데 마흔이 넘으신 우리 엄마보다 걱정이 더 많더라고. 지각을 하게 될까 걱정, 교실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 진단평가를 잘 볼 수 있을까 걱정, 숙제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게다가 지구온난화 걱정까지 휴~
솔직히 지구온난화는 나도 제일 걱정되는 것 중 하나야. 그래도 사소한 걱정이 많은 너를 보니 안타까웠어. 우리 엄마는 내가 숙제를 하지 않으면 민준아~ 숙제하지 말고 선생님께 그냥 혼나~ 라고 말씀하시고 내가 늦게 준비하면 민준아~ 천천히 옷 입고 천천히 세수해서 그냥 지각해 선생님께 그냥 혼나면 되지 뭐, 라고 하셔.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은 하나가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혼나는 거야. 그래서 진단평가 잘 보려고 공부 열심히 하고, 지각 안 하려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예를 들면 적어도 7:30에 일어나서 8:00까지 챙기고 8:00부터 8:30까지 간단한 공부나 책 읽기, 숙제 등을 하고 학교에 가는 거야. 이렇게 할 일들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면, 사소한 걱정들을 많이 줄일 수 있어.
재은아! 너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이 하나 생겼어. ‘꽝 없는 뽑기 기계’ 읽어봤니? 나는 그 책에 나오는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너에게 선물하고 싶어. 그래서 믿음, 자신감, 용기를 넣어서 네가 필요할 때마다 뽑게 해주고 싶어. 내가 뽑기 기계를 만들게 되면 너에게 제일 먼저 선물해줄게.
내 생각엔 재은이 너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 세탁소가 아니라 믿음, 용기, 자신감인 것 같아. 너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면 걱정 따윈 필요 없게 될 거야. 선택은 재은이 너의 것이야. 생각해보니 걱정 세탁소가 필요한 사람은 우리 엄마야.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 걱정을 하시거든. 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내 할 일도 잘하는데 엄마는 나를 왜 걱정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이렇게 훌륭한 아들이 어디 있다고….
내가 말했지? 뭐든지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믿으면 걱정 따윈 필요 없을 거야. 내가 지금 멋진 조민준의 믿음, 용기, 자신감을 텔레파시로 보내줄게.
받아라 얍. 나한텐 마법 기능이 있거든. 다음에 또 만나자, 재은아. 잘 지내.
2020년 8월 3일
믿음과 행복을 주는 민준이가
개학을 하루 앞둔 날 재은이는 온갖 걱정거리들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이 든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진단평가를 본다는 선생님 말씀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떠안은 재은이는 집으로 오다가 걱정 세탁소를 발견한다. 세탁한 시간 동안 걱정이 사라진다는 설명에 재은이는 1시간 버튼을 눌러 본다.
세탁 후 1시간 동안 걱정이 사라진 것을 경험한 재은이는 다음 날 다시 걱정 세탁소를 찾아 12시간 버튼을 누른다. 평소와 달리 시험 걱정도 하지 않고 천하태평인 재은이를 본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다음 주 있을 모둠별 주제 발표에 대한 모둠 회의에서도 재은이는 대충 하자고 하면서 떡볶이 먹을 타령만 한다. 친구들이 그런 재은이에게 화를 내며 모둠에서 빠지라고 하자 재은이는 그렇게 하겠다면서 교실을 빠져나간다. 집에 온 재은이는 컴퓨터 게임만 하다가 엄마에서 혼이 나지만, 천연덕스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저녁을 먹는다.
정확히 12시간이 지난 후 재은이는 숙제와 시험 등 온갖 걱정에 휩싸인다. 시험 걱정을 하던 재은이는 또 걱정 세탁소에 가서 30일 버튼을 눌러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드는데…….
출처 : 좋은책어린이 <걱정 세탁소> 서평 중 발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으뜸상): 강현욱 어린이
단종 임금님께
저는 임금님이 사셨던 조선으로부터 568년 미래에 살고 있는 강현욱입니다.
도서관 한 켠에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위풍당당 위엄 있게 꽂혀있는 책을 뽑아들며, 용감하고 위대하고 멋진 왕들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겨보았어요. 그러던 중 단종 임금님을 만나보고는 가슴이 찢어질 듯 먹먹했어요.
‘조선 시대는 유교사상이 바탕이라고 했어. 유교사상의 덕목 중 삼강오륜에는 분명 임금님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가 있었는데? 신하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이자들에게 품계는커녕 곤장을 내려야겠군!’
읽는 내내 자신들이 지켜야 할 왕을 지키지 않고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소인배들과 수양대군을 보며 분통하고 원통해서 몇 번이고 주먹을 쥐락펴락 거렸어요.
열두 살이면 마음껏 뛰어놀고 싶을 텐데 왕이 되어 힘든 나랏일을 해야 하고 채 피지도 못한 꽃으로 져버려서 너무 슬펐어요. 아무리 어른 임금님이었지만, 조금 더 용기 내어 당당하게 임금님의 목소리를 내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되어 절로 나왔어요.
한명회, 신숙주가 임금님을 몰아내고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렸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달려가서 “수양대군님, 단종은 사랑하는 조카입니다. 단종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분은 수양대군이십니다. 스스로 왕이 되기보다는 왕이 된 단종을 도와 단종이 성군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조선시대보다 의학이 많이 발전했어요. 임금님께서 드신 사약의 해독제가 분명 있을 거예요. 임금님께 사약을 내렸을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가 해독제를 캡슐에 담아 몰래 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단종 임금님, 더 이상 외로워하고 슬퍼하지 마세요.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곁에서 희생했던 신하들이 있었고, 현재에는 임금님을 알아가고 기억하는 저와 같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매일 역사책을 통해 임금님을 만나러 갈게요.
역사책을 보며, 단종 임금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바른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할 줄 아는 현욱 올림.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시대의 역사를 각 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쓴 기록물이다.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책이다.
왕이 죽고 나면 다음 대에서 전대 왕의 역사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제목의 ‘실록’이라는 명칭에 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은 대대로 전대 왕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를 축척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자료는 전대 왕 옆에서 사관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한 ‘사초’가 토대가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 조선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왕이나 권력을 잡고 있던 인물들 중심으로 기록했지만 조선 시대의 정치, 제도, 외교, 군사, 경제, 문화, 풍속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살아 있는 역사를 전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조선왕조실록 1》권에서는 1대 태조부터 18대 현종까지를 다루었다.
출처 : 주니어김영사 <조선왕조실록>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