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헝가리 수교 30주년 해인 2019년에 당시 주한 헝가리 대사 초머 모세Csoma Mózes)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헝가리 최초의 헝한 사전 『웽조사전』을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하였습니다.

▲ 『웽조사전』 헝가리 학술원 1957

『웽조사전』은 헝가리 학술원에서 1957년 발간한 헝가리 최초의 헝가리어-한국어 사전으로 2만 3천여 개의 어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전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헝가리를 뜻하는 『웽그리아(Vengrija)』와 『조선』의 앞 글자를 따와 사용하였습니다. 이 사전의 편찬은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 학자인 쇠베니 얼러다르(Sövény Aladár, 1914~1980)의 주도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웽조사전』 수록 어휘

한국 전쟁이 발발한 뒤 1951년, 헝가리는 공산주의 국가 간 연대 차원에서 북한의 전쟁고아를 초청하였고, 헝가리 의료진을 북한으로 파견하는 등 교류가 확대되었습니다. 사전의 필요성을 인식한 헝가리 교육부는 1952년 헝한 사전의 편찬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952년 헝가리 교육부로부터 사전 편찬 사업을 제안받은 쇠베니 얼러다르는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1953년 3월 『웽조사전』의 토대가 되는 헝한 사전의 초판을 완성하였습니다. 초판의 형태는 한국어 단어들의 한글 표기는 필사(손 글씨)로 헝가리어 표제어의 헝가리 문자는 타자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이후 정식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헝가리어에서 사용하는 라틴 문자와 한국어의 한글을 같이 조판하고 인쇄하는 방법 도출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당시 헝가리 학술원 출판사는 한글을 포함한 동양 문자를 조판하고 인쇄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평양국립인쇄소는 기본적인 라틴 문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헝가리어에 사용하는 문자와 조판에 필요한 헝가리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인쇄 인력이 없어 정식 출간을 위한 사전 제작의 준비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결국 헝가리 출판원은 한국어 부분의 한글은 평양국립인쇄소에서 인쇄하였습니다. 헝가리어의 조판은 헝가리 학술원 인쇄소에서 인쇄와 제본은 떼르브 인쇄소 담당하여 1957년 하반기에 총 1,000부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 (왼쪽)헝가리 학술원 인쇄소에서 조판하고 테르브인쇄소에서 인쇄한 헝가리어 / (오른쪽) 평양국립인쇄소에서 인쇄한 한국어

그러나 사전 출간 당시 헝가리와 북한의 관계는 이미 1956년 10월 반소 혁명(헝가리 혁명)의 영향으로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헝가리에서 유학하고 있었던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강제 귀국 조치하였습니다. 또한 북한 사리원시 병원에서 체류 중이던 헝가리 의료진의 체류 연장을 요청하지 않아 기간이 만료된 의료진들은 모두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웽조사전』은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헝가리 학술원 출판사 창고에 20여 년이 넘게 보관되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웽조사전』, 국립한글박물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사전으로 남길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 윤재현(연구교육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