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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7. 제 72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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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소식 / 왕실에서도 왕실 바깥세상의 희로애락이 있었다! 강연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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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소식

    옛 왕실의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강연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살지 않던 이들의 삶을 상상한다는 건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지금은 역사책에서 글자로만 남은,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선대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더욱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 이야기로 들어보는 강연이 열렸다.

    옛 왕실의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6월 14일 조선 왕실 여성들과 덕온공주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을 진행했다. 이 강연은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 집안의 미공개 한글 유산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의 연계 행사로, 박주 교수(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가 연사로 나섰다.

    박 교수는 한국근대사를 전공했고 서울대 국사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특히 조선시대사와 한국여성사 연구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열녀, 왕실여성 등에 관한 논문을 작성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학술도서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 강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왕실의 주요 여성들에 삶을 전파했다.

    연단에 서 강연에 열중하고 있는 박주 교수▲ 강연에 나선 박주 교수

    강연장 뒤에서 찍은 전경. 40여 명의 수강생들이 정면의 단상을 바라보며 강연에 열중하고 있다.▲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을 살펴본 강연

    유교 바탕의 신분사회에서 살아간 왕실 여성들

    강연에서는 엄격한 신분사회 하에서 유교 윤리와 왕실의 법도를 지켜나가야 했던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했다. 열녀로 지정된 화순옹주, 가족을 잃은 뒤 천주교에 귀의한 송마리아, 조선 역사 상 유일하게 두 번의 ‘수렴청정(어린 왕을 대신해 정사를 돌봄)’을 했던 순원왕후 김 씨와 세 명의 공주인 명온, 복온, 덕온의 일화를 설명하며 과거 여성 중에서도 최고위층에 속했던 여성들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조선 시대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주목했다. 조선왕조는 유교를 기반으로 세워졌으며, 국가적으로 삼강윤리 보급에 적극적으로 힘썼다. 이에 따라 효자, 충신, 열녀 등을 뽑아 아름답고 고결한 인물로 지정하고 포상했는데, 효자문, 열녀비 등을 세우거나 역을 면제해주고, 천인 신분의 경우 양인으로 신분을 높여주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이 헷갈리기 쉬운 왕실 여성들을 부르는 명칭에 대해서도 설명해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임금의 비를 ‘왕후’라 하고, 선왕의 비를 ‘대비’라 하며, 전전 임금의 비는 ‘대왕대비’라 칭한다. 정비의 딸은 ‘공주’라 부르지만, 후궁 소생은 ‘옹주’라 부른다.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그녀들의 삶

    전시장을 안내하고 있는 담당 학예사를 8명의 관람객이 바라보며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연 후 이어진 담당 학예사의 전시 안내

    박 교수는 강연에서 조선 왕실 여성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화순옹주의 남편 김한신은 39세에 갑자기 병사합니다. 화순옹주는 남편의 죽음을 지나치게 슬퍼해 남편을 따라 죽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음식을 끊었습니다. 음식을 끊은 지 14일만에 자진하게 되며, 그의 아버지 영조는 크나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왕실 안에서도 모진 운명의 슬픔은 왕실 밖과 똑같이 존재했습니다.”

    한 달 사이 사위와 딸의 죽음을 목격한 영조는 몹시 슬퍼했으나, 늙은 아비의 말을 듣지 않고 먼저 죽은 화순옹주를 가리켜 ‘정절은 있으나 불효’라 말하며 열녀문 세우기를 허락지 않았다. 이후 정조 대에 이르러서야 화순옹주의 죽음을 ‘부부의 의리를 아는 아름답고 뛰어난 행위’라 칭송하며 열녀문을 세우게 된다.

    이어 덕온공주의 삶을 조명하며 그녀의 불우했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순원왕후의 막내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책 읽고 글씨 쓰는 걸 즐겨했다고 합니다. 한글박물관의 기획전시에서도 나타나듯, 순원왕후는 혼례한 덕온공주와 사위에게 한글편지를 보내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덕온공주는 안타깝게도 혼례한 지 7년 되던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임신한 와중 먹은 점심이 체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졌던 덕온공주, 그녀의 삶이 더 이어졌다면 그 안타까움이 덜했을까? 한글 편지 속에 녹아 있는 조선 왕실 속 여성들의 삶은 기획전시 <공쥬, 글시 뎍으시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왕실 여성의 삶에 관심 이어지길

    강의를 듣기 위해 인천 송도에서 온 한 참석자는 “많은 사람이 조선 왕실의 공주, 왕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지만 옹주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오늘 강연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박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만 강의를 하다 박물관에서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니 보람됐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이 왕실 여성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획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는 오는 8월 18일까지 진행되며, 이번 강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www.hange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