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겠지만,
서울 이외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박물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한글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 외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 단체를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급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한글
국립한글박물관은 그간 박물관과 인접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올해에는 그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박물관에 찾아오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한글문화를 전파한다. 지난 3월 누리집의 공고를 통해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았으며, 경기도 안산, 충청남도 공주, 부산광역시,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네 곳의 학교를 선정해 6월 한 달간 방문했다.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 한글 보따리> 프로그램에서는 먼저 한글 창제 전후의 삶 비교를 통해 한글의 가치를 살펴본다. 이어 개화기부터 지금까지의 한글 상표와 광고를 둘러보며 한글에 담긴 시대상을 엿보고, 한글 디자인 가방을 만들어보는 체험 활동을 통해 한글의 말맛과 글맛을 느껴본다.
너무나 익숙해
알지 못했던
한글의 가치 깨우쳐
지난 6월 14일, 국립한글박물관의 직원들과 오재은 강사는 이른 새벽 충남의 공주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은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한 경천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 한글 보따리> 프로그램이 약속된 날이었다. 전교생이 채 50명이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학교이지만, 박물관의 방문을 반기는 아이들의 반응은 열정적이었다. 오전에는 1, 2학년 학생 27명이, 오후에는 3학년 학생 18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한글박물관에서 방문했다는 이색적인 상황을 반기며 수업 화면과 교구재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펴보았다. 교육 주제인 ‘한글’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공기처럼 함께하는 글자이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교실에서 만나게 되면 낯선 주제가 된다. 학생들은 금세 수업에 집중하며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등 열의를 불태웠다. 한글이 없던 시절 얼마나 불편한 삶을 살았는지 느끼며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한글의 가치를 알게 됐다. 또한 다양한 한글 상표 디자인을 통해 한글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글 보따리’ 속에 담긴 한글의 진화
프로그램의 백미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활동 순서였다. ‘한글 보따리’를 열자 ‘한글의 힘’, ‘통찰의 눈’, ‘창의의 손’ 등 세 종류의 보따리가 나왔고, 각각의 보따리의 주제에 맞춰 한글 광고 속 제품을 살펴보거나 맘에 드는 상표를 직접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글 디자인 가방 만들기 순서에서는 투명 필름 위에 한글 상표 딱지를 자신만의 창의적인 설정으로 꾸며나갔다. 학생들은 한글 자음자나 모음자 모양으로 가방을 꾸미거나, 자신의 교복 위에 한글 상표 딱지를 붙여 개성을 표현하는 등 그들만의 창의력을 모두 쏟아 부었다.
오재은 강사는 “평상시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글이지만 교육을 통해 조금은 새롭게 보길 바랐다”면서 “준비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잘해주고 결과물도 무척 좋아 보람찬 수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성나래 연구원은 “서울 외 지역의 학생들은 한글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아 한글박물관에서 직접 찾아간다는 데 의미를 담았다”면서 “한글의 현대적인 모습을 조명하며 한글이 문자로서의 가치 외에 심미적 가치를 지니게 됐고 디자인과 한글 상표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