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처음이지?
“소리나는 대로 쉽게 적을 수 있는 글자가 있다고?”
나와 한글의 첫 만남
켈리비아 파라미타(인도네시아)
켈리비아는 어릴 적 유난히 외국어에 관심이 많던 소녀였다.
가족들이 책상 앞에만 있지 말고 ‘이제 좀 나가 놀아라’라고 할 정도로 배움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그려나갔다.
호주, 미국, 싱가포르 등 자신의 꿈을 펼칠 곳을 고민하던 켈리비아의 선택은 바로 한국!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 자신의 학업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2월 경희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켈리비아 파라미타는 한국의 제약회사에 취업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켈리비아 파라미타입니다. 불과 올 초까지 유학생 신분이었지만, 졸업과 동시에 한국의 한 제약회사에 취업해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 시작하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연결할 무역 담당자로 일하게 된 만큼 양국의 발전적인 관계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일자리까지 얻게 된 데는 어릴 적부터 계속해온 언어 공부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 그리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한글을 처음 만났을때가 아주 어린 시절이었을 테니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시죠? 저와 한글의 첫 만남은 중학교에 다니던 때였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한류 열풍은 정말 대단했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를 중심으로 한 한류문화가 인도네시아에도 급속도로 번져나갔고, 같은 반에도 한류 팬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아이들 사이에서 한글로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유행했는데, 특이하게도 인도네시아어를 한글로 받아 적는 형태였어요. 아마 한국어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을 테지만,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머릿속에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죠.
저는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갔어요. 인도네시아를 떠나 외국 어딘가에서 멋지게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죠. 이후 한글, 그리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면서 한국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특히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율이 높다는 점,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점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한국어를 외국어 수업에서 배우게 됐어요. 저희 학교에는 한국어 수업이 없었기에, 친구와 함께 수업을 만들어달라고 학교에 요청하여 한국어 수업을 개설했어요. 말 그대로 한국에 ‘올인’해 길을 만들어보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우연히 한국 아이돌에 관심이 생겨 한글을 배우게 되었는데, 어떤 소리든 원래의 소리에 가깝게 적을 수 있는 한글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지금은 이렇게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게 되다니 새삼 신기하네요.
이제까지 한글을 배우며 느꼈던 점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단순한 문자가 아닌, 한국의 문화 중 가장 소중한 것이란 점이에요. 지난해 개봉한 <말모이>> 영화를 보게 됐을 때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억압받는 백성들이 스스로 조선 천지의 사투리를 모아 하나의 사전으로 만든다는 것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고요. 아마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국민들도 말모이를 만들던 사람들만큼이나 한글의 무한한 가치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과도한 줄임말, 부정확한 외래어(‘콩글리시’) 등이 사회적으로 만연하다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저 또한 외국인이기에, 제2의 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운 입장에서 이런 단어를 듣게 되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답니다. 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표준어와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은 매일이 새롭고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었어요.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정진할 계획입니다. 이 편지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행복한 삶이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