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이야기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노랫말 모음집,
『청구영언』의 보존처리
『청구영언(靑丘永言)』은『해동가요(海東歌謠)』,『가곡원류(歌曲源流)』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가집(歌集) 중 하나로 손꼽힌다. ‘청구(靑丘)’는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를 달리 칭하는 용어이며, ‘영언(永言)’은 노래를 뜻하는 말로, <청구영언>은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한글박물관 소장의『청구영언』은 김천택이 1728년에 편찬한 것으로 현전하는 170여 종의 시가집 중 가장 빠른 시기의 것이다. 또한 구전되거나 개인 문집 등에 수록되어 있던 시가 580수를 모아서 펴낸 것으로, 분류와 편집 방식이 체계적이어서 후대 가집들 편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청구영언』「열성어제」태종 216번 노랫말 -
- 청구영언 여말 정몽주 8번 노랫말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몸이 죽고죽어.....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구절이다. 바로 태종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로 『청구영언』에는 이러한 歌詞들이 거의 한글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한글 가사는 대중들에서 보다 친숙하고 쉽게 받아들여졌고, 일상과 삶 속에 투영되어 대중문화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청구영언』은 그간 행방을 알 수 없다가 2013년 한글박물관에서 입수하게 되면서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입수 당시의 상태는 근대에 생산된 두꺼운 종이를 표지로 삼아 나일론 실로 제본한 상태로 아름다운 능화문양의 표지와 오침안정법의 선장으로 단정히 묶인 조선시대 고서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재료의 이질감은 청구영언의 역사성과 격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로, 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본문 역시 여러 사람에 의해 읽히고 열람되어 왔으며 여러 차례 소장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손상이 발생하였으며, 결손·찢김·마모, 변색, 얼룩 등의 다양한 물리·화학적적 손상유형이 관찰되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표지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래에 수리되어 모든 본문들이 배접되어져 책의 두께가 많이 두꺼워져 있는 상태였다.
배접에 사용된 풀 등은 이후에 종이의 산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배접지와 접착제를 제거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자료의 서책 두께를 최대한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결손부와 찢김 등의 손상이 있는 곳은 보존처리하였다.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표지와 책실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하여 조선시대 동시대 고서들과, 가집류의 표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卍’자문의 능화표지를 제작하였다. 제목은 근대에 만들어진 복원 전 표지에 쓰여진 ‘靑邱永言’이 아닌 ‘靑丘永言’ 으로 썼다. 근대 표지를 만들 때 쓴 ‘청구영언’은 서문의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여 쓴 것으로 보이는데, 서문에서 ‘丘’ 옆의 ‘阝’는 후대에 가필된 것으로 학자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粧冊방식은 五針眼訂法의 線粧인데, 이는 조선시대 고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복원에 사용된 실은 천연염색한 綿絲를 사용하였으며, 기존의 책구멍을 그대로 연결하여 장책하였다. 모든 재료들은 이후에 원형에 보다 근접한 표지와 표제가 발굴되었을 경우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가역성 있는 것을 사용하였다. 또한 이후의 보존 보관에 의하여 오동상자를 제작하였다.
서화류의 문화재에서 진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중의 하나가 작가의 인장이다. 청구영언의 서문에는 저자 김천택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장이 찍혀있으나 이미지가 흐려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비파괴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통한 화상분석을 통해 전서체의 ‘南坡居士’ 로 명확하게 판독할 수 있었다. 『청구영언』에 대한 과학적 조사 과정과, 보존처리 과정은 앞으로 다양한 ‘한글문화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존하기 위한 작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고 : 자료관리팀 이진희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