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처음이지?
세종대왕을 품고 사는 한국,
때론 질투가 날 정도였어요
로라 피네다(도미니카 공화국)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에는 아이티가, 동쪽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소녀티가 남은 앳된 얼굴, 스물한 살의 로라 피네다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한국에 오게 됐다.
아름다운 섬과 해변이 공존하는 먼 곳에서 찾아와 물리학을 배우는 로라를 만나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로라 피네다입니다. 전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인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de Guzmán)에서 자랐어요. 아마 여러분은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정말 예쁜 해변과 아주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찬 섬나라입니다.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곳이라 워낙 멀어, 비행기를 타고서도 18시간이 걸릴 만큼 오래 걸리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 즐거운 추억을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한글을 처음 접한 건 어릴 적 인터넷을 통해서였어요. 한국만큼 빠른 것은 아니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는데요. 웹서핑을 하며 이리저리 오가던 중 우연히 “15분 안에 한글을 읽는 법을 배우세요”라는 글을 읽게 됐어요. 저는 그 글을 읽었고,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정말이지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날의 경험을 잊고 살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자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지, 어떤 대학을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됐고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누구나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한글을 읽게 되었던 경험과 K-pop을 즐겨듣는 제 모습을 돌아보며 객관화할 수 있었어요. 그 뒤로는 ‘어떻게 해야 한국에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독자 여러분은 대부분 한국인이니 한국에서 해외 유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겠지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이 많고, 여러 장학금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돌아가더라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제가 받은 혜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한글은 아주 흥미로운 문자에요. 저는 영어와 스페인어의 알파벳을 사용하는데요. 영어와 한국어의 문장 구조가 정 반대라 어렵기도 하지만, 영어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의 특성상 압축하는 게 자유로워 분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요. 아주 작은 공간에 긴 내용을 담아낼 수 있죠. 모든 알파벳을 적어야 하는 영어와 스페인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에요.
이렇듯 쉽고 간단한 문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님의 생일이 5월 15일이고,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단 점을 한국에 와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세종대왕님의 생애와 업적, 한글 창제의 과정 등도 한국에서 수학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배우게 된답니다. 백성을 위해 글자를 창제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한국인을 조금 질투했어요.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친절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지금은 세종대왕님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갖고 한국어를 더 배워나갈 계획이에요.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지내며 정말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답니다. 한 언어를 배우려면 헌신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습일 것이고요. 여러분도 저처럼 다른 언어를 배우고 있나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새로운 미래가 열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