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글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남긴 대문호들,
그들이 보여준 한글 사랑
전 세계인을 ‘글과 문장’으로 사로잡은 대문호들은 한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대지>의 펄 벅 등은
한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집필하거나 방문하며 한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인물들이다.
그들이 한글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고, 또 어떤 찬사를 보냈는지 확인해보자.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펄 벅은 이름은 누구나 알지만, 그가 구한말 한국을 배경으로 <살아있는 갈대>를 썼다는 사실과 그가 한국에서 사회사업을 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반의 4대 가족사를 다룬 이 작품은 1963년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책 표지는 아리랑의 가사를 한글 서예로 적어 만들어졌다. 또한 그는 1967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와 혼혈아들을 돌봤다.
그의 이런 한국과 한글에 대한 사랑은 <살아있는 갈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더욱이 생전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글자이며 자음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언어와 음성이라도 표기할 수 있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새해>와 <한국에서 온 두 처녀> 등의 작품을 남겼다. 현재 부천에는 펄벅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우리에게 보인 사랑만큼은 항상 우리의 곁에 있을 것이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소설계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혀 온 르 클레지오의 한글 사랑은 대단하다. 그는 2001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후 한국에 매료되어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의 정서와 문학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고 강연을 해왔다. 또한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화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다. 국내에는 <조서>와 <아프리카인> 등 20여 권의 책이 소개된 작가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르 클레지오와 친분을 다진 송기정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에 따르면 그는 독학을 통해 한글 자모를 읽고 쓸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갖췄고, 평소 한국어가 매우 과학적인 언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더욱이 2017년에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빛나 서울 하늘 아래>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전 세계가 서울의 비극적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서울의 경쾌한 모습과 특유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서울의 신비롭고 매력적인 영혼(Soul)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한글에 대해 찬사한 사례로, 언어 연구의 선구 단체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학부에서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현존하는 문자 1위를 한글로 선정한 경우가 있다.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말했으며,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찬사를 했다. 이처럼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문자가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찬양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한글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