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2020.9. 제 85호

지난호보기 메뉴열기

소장품 이야기 방정환이 만든 전국탐험 말판놀이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URL복사
이번 책에 하나씩 거저 껴드린 대부록 13도 고적 탐승 말판 노는 법
- 이번에는 13도 고적을 찾아다니는 말판이니 이것 가지고 노는 동안에 저절로 조선 역사를 알게 됩니다.

- 1929년, 『어린이』 7권 1호 부록 中

잡지를 구입하면 연예인 브로마이드나 화장품 샘플 등의 부록이나 사은품 등을 주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때론 배보다 배꼽이 커져 부록이 갖고 싶어 잡지를 사는 경우도 생깁니다. 1929년 발행된 『어린이』 7권에는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이 부록으로 실렸습니다. 코로나19로 집밖에 나서기 무서운 시기, 옛날 어린이들이 갖고 놀던 놀이 유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조선 13도의 고적을
탐방해 보는 말판놀이

어릴 적 친구와 보드게임 ‘블루마블(Blue Marble)’을 즐긴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탐험하는 마음은 어린이들의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판놀이가 바로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인데요. 조선 13도의 고적을 찾아다니며 놀다 보면 저절로 조선의 지명과 역사를 알 수 있게 돕는 놀이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방정환은 1923년 아동 잡지 『어린이』를 펴냈는데요, 방정환은 아이들이 민족적 자부심을 키워낼 수 있도록 잡지 부록으로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조선일주말판>, <조선자랑말판> 등을 싣곤 했습니다.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연스레 학습에 관심을 갖도록 도운 것이죠.

‘남대문’에서 ‘백두산’까지 담은
한반도 고적


방정환이 만든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총 19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오른쪽 아래 남대문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남대문, 남한산성, 선죽교, 탄금대, 부여, 한산도, 익산, 해인사, 경주, 장안사, 구월산, 청천강, 석왕사, 다복동, 평양, 백두산을 지나도록 구성돼있다.

남대문, 남한산성, 선죽교, 탄금대, 부여, 한산도, 익산, 해인사,
경주, 장안사, 구월산, 청천강, 석왕사, 다복동, 평양, 백두산

-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에 소개된 고적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은 ‘남대문’ 칸에서 출발하여 ‘백두산’ 칸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놀이로 조선 13도에 퍼져 있는 고적을 탐구해 볼 수 있습니다. 고적이란 옛 문화를 보여주는 터를 의미하는데요, 설명서와 유사한 ‘말판 노는 법’에는 콩, 팥 등을 활용해 말을 지정하고 작은 윷을 만들어 놀이에 사용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말판 노는 법 1

① 제일 먼저 ‘말판 그림’ 뒤에 찢어지지 말라고 백지를 한 겹 구기지 않게 잘 바르십시오. 그 다음에는 쪼꼬만 윷을 만드십시오.
(큰 윷은 안 됩니다.)

② 그 다음에는 노는 사람이 각각 자기 말(馬)을 만들되 성냥 개피나 콩이나 팥이나 아무 것이나 다른 사람과 바뀌지 않을 것을 골라 정해서 ‘출발’ (남대문)에 놓고 차례대로 윷을 놀아서 하나만 재처지면 한 칸 나가고 둘 재처지면 두 칸, 넷이 다 재처지면 네 칸을 나가되 ‘화살’ 그린 곳으로 나갑니다.

③ 모두 엎어지면(모가 나오면) 나가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④ 이렇게 나가다가 만일 자기 말이 ‘또’ 자 쓰인 곳에 가게 되면 금방 뒤집혀서 또 한 번 윷을 놀아서 나온 수대로 또 나가게 되고 만일 ‘휴(休)’자 쓰인 곳에 가게 되면 그 다음 차례 한 차례는 윷을 놀지 못하고 그냥 앉았있습니다.

출처 : 한국 방정환 재단 누리집

규칙에 실증이 난 어린이를 위한
별법까지 안내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중 목적지인 백두산 칸. 열 개의 동그란 칸이 백두산 그림을 둘러싸고 있다. ‘첫’이라고 시작된 동그란 칸에서 시작해 ‘끗’이라고 적힌 칸으로 이어져있다.

재미있는 점은 말판의 목적지인 백두산에 도착하면 바로 게임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첫’에서부터 ‘끝’까지 산 둘레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의 난이도를 높이고자 윷의 숫자와 ‘끝’ 칸에 도착하는 거리가 일치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두었습니다. 가령 ‘끝’ 한 칸 앞에 말이 있을 경우 윷을 던졌을 때도 하나가 나와야만 놀이에 승리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외의 숫자가 나온다면 다시 ‘첫’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이외에도 정해진 규칙대로 놀다가 싫증이 난 어린이를 위해 ‘별법(別法)’을 따로 명기해 두었는데요, 별법으로는 ▲자기 말이 간 고적이 있는 지방 이름을 ‘어느 도(道) 어느 군(郡)’이라 불러야 하는 법 ▲한 사람이 말을 두 필씩 사용하는 것 ▲말 두 필이 겹쳐 있을 때 다른 사람의 말이 오면 나중에 온 말이 쫓겨 내려가는 것 ▲한 사람이 말을 세 필씩 사용하는 것 ▲이외 더 재미있는 법을 새로 정해 가지고 놀 것 등이 적혀 있습니다.

방정환은 어린이들이 그저 고요히 공부하고 즐거이 놀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올바로 자라날 수 있도록 <조선 13도 고적탐승말판> 등의 놀이를 직접 만들기도 했고요.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말판놀이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5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한글의 큰 스승>』 도록, 2019
- 한국 방정환 재단 누리집, <조선 십삼도 고적탐승 말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