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Graffiti)는 길거리의 벽이나 화면에 긁듯이 그림을 표현하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다.
레오다브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소재를 활용한 그라피티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역사와 한글을 사랑하는 그와
그라피티 예술 속 한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그라피티 작가 레오다브입니다. 제 활동명 ‘레오다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줄여서 만들었는데요. 대한민국 그라피티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라피티는 거리의 벽을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이에요. 초기에는 스프레이를 이용해 벽에 글자와 그림을 빠르게 그렸고, 현재는 스프레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합니다.
2011년에 결혼을 하고 첫째 아이가 생기면서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역사와 우리의 삶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될 많은 것들에 대해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매우 슬플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역사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더욱더 안타까울 것 같았죠.
▲삼청동 거리 벽에 남긴 유관순 열사 그라피티
그리고 당시 사회적으로 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그림으로 거리에 나가서 독립 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의미 있는 날에 시작하고 싶어서 유관순 열사의 순국일인 2013년 9월 28일에 삼청동 거리에 처음으로 작품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동요 ‘구슬비’에 나오는 단어로 제작한 한글 그라피티
2013년 미국의 브랜들이라는 학생이 한국의 그라피티 문화와 작가에 대해 논문을 준비하느라 한국에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브랜들이 저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는 저에게 ‘왜 한국 작가들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 그라피티를 하는가?’라고 질문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더불어 예전에 방송인 사유리 씨와 작업을 할 때의 기억도 떠올랐는데요. 한글로 글자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스태프들과 제가 한글을 예쁘게 쓰지 못해서 머뭇거리고 있자 사유리 씨가 “왜 한국 사람들이 한글을 못 써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글을 활용해 많은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직접 벽에 작업한 작품은 아니지만, 도시철도공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제가 제안했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한 해외 인터뷰에서 ‘한글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많은 외국인이 ‘귀엽다’고 답했다는 내용을 봤어요. 그래서 ‘한글의 귀여운 의성어들을 그라피티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시도했던 작품입니다. 동요 ‘구슬비’에 나오는 ‘송알송알’, ‘대롱대롱’, ‘조롱조롱’, ‘송송송’ 등을 한글 그라피티로 표현했어요.
다른 문자와 다르게 받침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A, B, C와 다르게 가, 나, 다에서 각, 난, 달 등으로 변화를 많이 줄 수 있다는 부분이 작품을 구상할 때에도 가장 다르게 고려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독성과 대중성을 많이 고려하고 있어요. 일반 그라피티 문화 초창기엔 복잡한 디자인보다 둥글둥글하거나 단순하게 각이진 형태의 글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처럼 한글 그라피티도 대중이 거부감 없이 읽기 편한 글자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저는 버블 스타일 주로 사용하는데요. 이는 글자를 구름이나 거품처럼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라피티 문화 초기에 많이 사용했고 지금도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글 그라피티 작업을 귀여운 의성어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방식을 좋아해요. 덕분에 많은 분이 제 작품을 부담 없이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작업 방식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면 조금 더 복잡하게 장식을 넣어 만들려고 합니다.
아직 많은 분이 다른 나라의 언어로 제작된 작품을 한글작품보다 더 선호해요. 이런 인식과 선호도를 조금씩 바꿔보고 싶습니다. 거리의 벽과 캔버스 위에 그리거나 디지털 페인팅, VR(가상현실) 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에도 적용하여 많은 분이 한글로 제작된 제품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레오다브 작가의 한박웃음 그라피티 축전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