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책 속 인물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
책 속 인물에게 직접 한글 손 편지를 쓰는 재미를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해당 도서들을 소개한다.
할머니께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으뜸상): 김라윤 어린이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화성시에 사는 2학년 김라윤입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여름휴가’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코로나 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못 가게 되었거든요. 책 속의 푸른 바다 모습이 시원해 보여서 좋아요. 강아지 메리가 소라껍데기 안으로 쑤욱-- 들어갔을 때 깜짝 놀라지 않으셨어요? 제가 할머니라면 진짜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할머니가 가셨던 바닷가 기념품 가게를 저도 가게 된다면 바다 진주, 바닷모래 놀이, 바다 냄새 방향제, 특히 바닷바람 스위치를 살 거예요. 무더운 여름에 스위치를 켜면 시원한 바람이 나올 것 같아서예요.
할머니도 바닷바람 스위치를 사셔서 고장 난 선풍기에 다셨잖아요? 선택을 잘 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할머니는 바닷가에 다녀오셔서 그런지 얼굴이 많이 타셨네요. 방 안에서 TV로 바다 영상을 보고 계시네요? 바다 여행이 재미있어서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으신 것 같아 보여요. 강아지 메리도 또 가고 싶나 봐요. 보이는지 모르시겠지만 할머니 뒤에 꽃게가 바닷바람 스위치가 너무 시원해서 집게발을 흔들고 있어요. 바닷바람 스위치를 너무 자주 틀다가 고장 날 수도 있고 감기에 걸려서 메리와 바닷가를 못 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저도 여름휴가 잘 보낼 테니 할머니도 여름휴가 건강히 잘 보내세요.
2021년 7월 28일
김라윤 올림
『수박 수영장』 작가 안녕달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 어느 여름날,
손자가 집으로 찾아와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바닷소리가 들리는 소라를 선물한다. 할머니는 소라를 통해 뜻밖의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작가 특유의 엉뚱하고 태연한 상상력으로 휴가와 여행의 즐거움을 기분 좋게 그려 낸 작품이다. 탁 트인 구도와 맑은 색감으로 표현된 비취빛 바다와 고운 모래톱 장면은 아이나 어른 모두 청량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혼자 사는 노인의 정서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소외된 이들에게 시원한 여름휴가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출처 : 출판사 창작과비평 『할머니의 여름휴가』 서평 중 발췌
To. 괴물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으뜸상): 진서빈 어린이
안녕? 괴물아, 난 서빈이야.
책의 표지를 봤는데 커다란 괴물이 한 마리 있었어. 분홍색 괴물의 손에 동생이 벌벌 떨고 있는 모습, 그 괴물이 바로 너니? 그 표지를 보는 순간 난 내 모습이 떠올랐어. 나만 보면 슬슬 피하며 도망가는 내 동생이랑 모습이 같았거든. 그런데 넌 정말 너가 동생을 돌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동생은 자신이 너를 돌본다고 생각하고 있던데. 하지만, 넌 또래보다 키가 작은 동생이 친구들에게 놀림 받을 때 그 아이들을 멋지게 혼내주었지.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 예전에 키즈카페에서 누가 동생 머리를 때렸는데 너무 화가 났지만, 난 너처럼 멋지게 나서질 못했어.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어.
그건 그렇고 너의 진짜 이름이 뭐야? 나는 ‘서빈’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어. 너에게도 예쁜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 그 이름으로 내가 너에게 다시 편지 쓸 수 있게.
그럼 그땐 우리 ‘괴물’이 아닌 예쁘고 더 멋진 누나가 되어 만나자.
2021년 8월 13일
너를 닮은 서빈이가
- 가족이란 항상 내 편이 되는 사람이랍니다!
욕심쟁이, 착각 대장, 괴롭힘쟁이, 공주병 등. 이것은 우리 누나를 설명하는 말들이에요. 하지만 누나는 아주 용감하지요. 키 작다고 날 놀리는 동네 아이들을 이기는 건 유일하게 우리 누나밖에 없거든요. 다른 때는 날 괴롭히느라 바쁘지만, 동네 아이들이 날 놀리면 우리 누나는 내 편이 된답니다. 그럴 때마다 내 어깨엔 힘이 들어가요. 혼자 자라는 아이들은 ‘나’처럼 가족과 함께 놀기보다 학원을 뺑뺑이 도느라 더 바빠요. 그래서 노는 시간도 없을 정도랍니다. 가족은 나와 엉켜 놀고 항상 내 편이 돼주는 든든한 사람이에요.
우리 집 괴물은 괴물이 좋아하는 분홍색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괴물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괴물을 괴롭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답니다. 페이지마다 괴물이 된 누나의 모습이 나오는데, 따로 누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누나의 성격이 드러나지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누나가 나를 챙기는 모습이 등장하지요. 말은 하지 않아도 누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느껴진답니다. 가족이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니까요.
출처 : 출판사 리틀씨앤톡 『우리 집 괴물』 서평 중 발췌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친구 삐삐
- 『말괄량이 삐삐』를 읽고 -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으뜸상): 이유정 어린이
내 친구 삐삐야, 안녕? 나는 네가 너무 좋아 거의 매일 너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이유정이라고 해.
가끔은 책을 읽으며 너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도 있어. 그때는 마치 너와 마주 보며 대화한다고 착각한 적도 있단다. 한 번은 내 방에서 삐삐 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어. 엄마와 아빠가 “유정아, 너 누구랑 통화하니?”라고 물으신 적도 있었단다.
삐삐야!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내가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고 너에게 고백했잖아. 기억하니? 그때도 친구와 선생님께 내 생각을 정확하게 얘기하지 못해 속상했었어. 나는 그날 저녁에도 삐삐 너의 이야기를 읽었잖아.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잘하고 당당하게 일을 해결하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너에게 내가 물었잖아. “삐삐야, 어쩜 말을 그렇게 잘하니? 힘이 세서 항상 용기 있게 행동하고 말을 잘 하는 거야?”라고 내가 부러워서 물었잖아. 너는 정말 대단해. 나도 언젠가는 내 생각을 잘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너에게 한바탕 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더라.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것 같은 든든한 내 친구 삐삐! 고마워.
삐삐야! 너랑 나랑은 닮은 점도 많단다. 나도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거든. 집에서도 여기저기 뒤져서 만져보고 만들기도 자주 해. 그래서 내 주위는 항상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지.
그런데 문제는 우리 엄마께서 깨끗한 걸 너~무 좋아한다는 거야. 그래서 항상 나만 보면 정리하라는 잔소리를 하시지. 나는 내 방법대로 정리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그러면 나는 또 너의 이야기를 읽어. 넌 뒤죽박죽 별장에서 살면서 스스로 청소하고 요리도 하잖아. 좀 어설프면 어때? 문제없이 잘 지내면 되는 거 아닐까? 우리 엄마 눈에는 부족하겠지만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항상 너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고 있어. 참! 네가 식인종의 왕이 된 아빠를 따라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토미와 아니카의 친한 친구인데, 네가 떠나면 얼마나 슬퍼하겠니? 너희 셋이 우정을 나누며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이 좋아. 그러니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가끔 나 유정이도 끼워 줄 거지? 너희들은 나의 영원한 친구이기도 하거든. 삐삐야!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재미있는 말벗이 되어주어 정말 고마워. 오늘 저녁에도 만나자. 안녕.
2021년 7월 18일 일요일
너의 친구 유정이가
야무지게 땋아 옆으로 쫙 뻗은 빨간 머리, 주근깨투성이 얼굴과 짝짝이 긴 양말! 뒤죽박죽 별장에 이사 온 빨간 머리 여자아이, 삐삐 롱스타킹! 삐삐의 엄마는 천사고, 아빠는 식인종의 왕이라나? 힘이 얼마나 센지 덩치 큰 어른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돈은 또 얼마나 많은지 큰 가방에 금화가 한가득 있다. 원숭이 닐슨 씨와 말과 함께 마음 내키는 대로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삐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처 : 출판사 시공주니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