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보라색 편지 봉투가 열려있고, 봉투 안엔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라고 적혀있다. 봉투 앞엔 한복을 입은 초록색 용과 흰색 용이 정면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윙크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봉투 양쪽엔 나무가 그려져 있다.

박물관은 지금 한글 손 편지로 만나는 한박웃음
독자들의 설날 안부 인사

곧 있으면 다가오는 설날!
설날은 한 해의 첫 명절로,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동안 모이지 못했던 가족이 모두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덕담도 나누는 날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설날에 대한 이야기와
구독자들이 ‘설날을 기다리며 보내온 한글 손 편지’를 함께 소개합니다.

설날의 유래

새해의 첫날, 새해의 처음을 의미하는 ‘설’, 옛날에는 설날을 원일, 원단, 원조, 세수, 연두, 연시 등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이밖에 설날을 구정, 신정이라고 구분하여 부르는 걸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음력 정월 초하루 1월 1일을 설날로 지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지켜온 음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자, 음력설을 오래된 설이라는 의미로 구정(舊正), 양력설을 새로운 설이라는 의미로 신정(新正)이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끝까지 음력설 폐지를 반대하여, 음력설 문화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설’은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한 살씩 더 먹는다고 하여 나이를 세는 단위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이후 오늘날의 ‘살’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설이 새해 첫 달의 첫날이라 아직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등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글 손 편지로 전하는
설날 안부 인사

이번 설 연휴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따스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며, ‘한박웃음’ 구독자들이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설을 기다리며 작성한 편지를 전해봅니다.

큰언니, 철부지 동생에게 부모님이 되어줘서 고맙고 수능 도전해 줘서 고마워! 혹시 등록금 걱정하는 거 아니지? 넣어둬 넣어둬~ 언니가 공부시킨 동생 뒀다 뭐 하려고~ 대학 안 가고 취직해서 내 등록금에 자취방 월세까지 많이 도와줬잖아. 항상 고마움과 함께 고구마 백만 개 먹은 먹먹함이 있었단 말이야…. 이걸로 갚을 순 없지만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 우리 귀염둥이 조카들도 있고 힘들겠지만 멋진 대학 새내기가 될 언니의 내일을 응원할게! 이제는 내가 언니의 단단한 울타리가 될게. 우리 언니 사랑해 꽃길만 걸어. 동생 미애가
사랑하는 우리 딸 고등학교 와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온 걸 엄마는 잘 알고 있어. 비록 원하는 결과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했고, 잘해왔고, 더 잘될 거야! 언젠가 너의 노력에 대한 멋진 결과가 따라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가져보렴. 고등학교 생활이 어찌 보면 인생의 첫 관문일 수도, 또 아닐 수도 있어. 마음 편히 큰 숨 한번 쉬고 멋진 미래를 생각하며 달려가면 되는 거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십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너를 항상 응원한단다. 2024년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 마음이 건강해야 내 안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올 설에는 다른 것보다 꼭 건강했으면 해. 새 뜻으로 큰 꿈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엄마는 우리 딸이 건강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어. 까치 까치설 행운의 까치가 우리 딸에게 건강과 함께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가져다주길. 사랑한다. 2024년 1월
사랑하는 엄마! 항상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시고 우리 삼 형제 이제 다 컸으니 걱정하지 말고, 엄마 건강 더 챙기시고 맛난 것도 드세요! 정말 사랑합니다.
엄마에게 저도 엄마처럼 노력해서 꿈을 꼭 이루겠습니다. 엄마가 많이 여행을 가게 돈을 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근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사 오셔서 감사합니다. 꼭 선생님이 되고 말게요! 아빠에게 아빠가 많이 돈을 벌어서 감사합니다. 아빠가 저랑 보드게임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엄마를 도와서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힘내요!
사랑하는 친구 동규에게. 안녕 동규야! 설날이 다가오니까 네가 생각나 펜을 든다. 동규야, 너와 함께한 추억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해. 우리가 함께 웃고 놀고 이야기하던 날들은 언제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 설날에는 그 추억들을 떠올리며 너와 함께한 시간을 그리워할 거야. 동규야, 설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어떤 일이 있어도 언제든지 내가 너의 곁에 있을 거니까 언제든지 소식 들려줘. 설날이 빨리 다가와 너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며. 너의 친구 혜인 씀.
안녕하세요. 위층에서 살고 있는 가족입니다. 어느덧 꼬맹이 아들은 5살 형아가 되었습니다. (제가 꼬맹이라고 하니 꼭 ‘형아’라고 써달라고 하네요.) 작년에도 많이 시끄러웠을 텐데 이해해 주시고 늘 엘리베이터에서 뵐 때에도 괜찮다고 하시며 편히 아이를 키우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희 아들이 5살이 되니 자아가 엄청 강해지면서 화가 나면 자기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어요. 특히 화장실에서 소리 지를 땐 가슴이 철렁한답니다. 그래도 한 번도 시끄럽다고 안 하시고 이해해 주시니 저희 가족은 정말 좋은 분들은 이웃으로 만나 늘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도 혹시 불편한 게 있으실 때에는 꼭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저희 가족들도 덜 죄송해요. 그리고 이제 정말 새해가 되었네요.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빛솔 2반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수아 엄마입니다. 항상 우리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생일을 맞아 선물로 주신 클레이도 아이가 정말 좋아합니다. 덕분에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도 저희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거인 같은 아버지께. 아버지 저 막내예요.아버지, 요즘 들어 자꾸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릅니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어요. 가죽을 자르고, 고무풀로 붙이고, 망치질을 하고... 저는 그런 아버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자투리 가죽으로 소꿉장난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어린 제 눈에 어제 자른 가죽을 오늘은 멋진 구두로 만드는 아버지가 마술사 같아 보였답니다. 또 한가한 오후 시간이면 제 손을 잡고 구둣방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공원으로 데려가셨어요. 그리고 그네를 밀어주기도 하고, 미끄럼틀 밑에서 내려오는 저를 받아주기도 하셨죠. 구둣방으로 돌아올 때면 더 놀고 싶어 하는 저를 달래주느라 업어주셨어요. 그러면 저는 아버지 등에 업혀 저를 따라오는 구름을 새곤 했었답니다. 그리고 ‘난쟁이와 구둣방 할아버지’ 동화에 나오는 난쟁이 요정들이 구둣방에도 나타나 부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곤 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구두를 만들 수 없을 때까지도 난쟁이 요정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아버지는 위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어요.“그만 울 거라. 아기들 놀란다. 나는 괜찮다. 그나저나 나야 이제 다 산 세상이지만 네가 걱정이다. 험한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단다. 그럴 때면 눈 질끈 감고 죽을 만큼 힘을 내서 버티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살 방도가 생기는 거야.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되어서 힘들 때 도와주지 못해서...” 병실에 누워계신 아버지께서 제 손을 잡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그제야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답니다. 그때는 정서방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빚만 잔뜩 지고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그래도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며 버티어냈던 것 같아요.
아버지. 아버지는 저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셨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성실해서 늘 변함이 없고, 거짓말할 줄 모르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어 내고. 한평생 구두를 만들며 자식 넷을 키워주신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 제 모습이 되었어요. 비록 지금 제가 가진 것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답니다. 하지만 융통성 없고 고지식해서 손해 보는 일도 많아요. 그것도 아버지를 꼭 빼닮았지 뭐예요? 아버지. 저희 집 신발장에는 아직도 아버지께서 저에게 만들어주신 구두 한 켤레가 자리 잡고 있어요. 구두를 신지도 못하면서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의 투박한 손으로 만든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끔 힘들거나 어려울 때면 그 구두를 꺼내 손질하곤 해요. 그런 걸 보면 제가 막내는 맞는 것 같아요. 자식의 나이를 지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자리에 서고 보니 이제야 고단했을 아버지의 삶을 다독이게 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의 삶이 훌륭했다는 것을. 그렇게 기다렸던 난쟁이 요정은 바로 아버지였다는 것도... 아버지. 아버지는 언제나 저에게 거인의 모습을 하고 계신답니다. 막내 올림
친구들아.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던 소녀들이 손가락 접어가며 나이를 실감하고 나의 이야기보다 아이 이야기로 대화가 채워지는 걸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꿈만 같아. 2024년은 너희들이 이야기가 더 많아지도록 하고팠던 것도, 좋아하는 일도 많이 하면 좋겠어. 설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 2024.01.25.
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저세상에선 평온하지요? 이곳은 이제 2024년입니다. 12년에서 12년이 지난 의미 있는 해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성실이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저도 미국에서 좋아하던 음악 공부도 하고 건강히 잘 지냈습니다. 음악 공부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분명 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은 많지 않았건만 아버지께서 사주신 워크맨이 생각납니다. 생각해 보면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신 게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좋은 기억, 소중하고 감사했던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오랫동안 빛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2024 새해엔 열심히 노력하여 추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평안하시고 할머니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슬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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