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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참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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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행사
소장품 이야기 읽고
덕온공주의 혼수를 맞혀보세요! -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장품 이야기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 목록
‘뎡유듕츄 길례시...(정유년 중추 혼례를 올릴 때...)’
‘은 노리개 십 줄... 서각 향낭...’ 연분홍색 기다란 색지에 한글로 2백여 가지 물건의 이름을 써 내려간 첩(帖)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를 맞아 순원왕후가 전해준 혼수 목록입니다.
덕온공주(1822~1844)는 1822년(순조22)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로 조선의 마지막 공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37년 가을 윤치승의 아들 윤의선과 혼인하였는데, 이 소장 자료는 혼례 당시 순원왕후가 막내딸인 덕온공주를 위해 준비한 혼수 목록, 혼수 발기입니다. 발기(-記)란 물품의 목록과 수량을 나열하여 기록한 문서를 말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은노리개(노리개), 단쵸(단추), 다회(장식끈), 단기(댕기)와 같은 장신구류, 공책, 먹, 필(붓), 필통과 같은 문방구류, 사발, 대접, 보시기 등 200여 종에 달하는 온갖 살림살이와 함께 천리경(망원경) 등 당시 희귀했던 물품도 적혀 있습니다. 발기의 끝에는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이 ‘대한 헌종성황뎨 뎡유 칠월 순조숙황뎨 제삼녀 덕온공주 길례시 혼수 발긔(대한 헌종성황제 정유 7월 순조숙황제 제삼녀 덕온공주 혼례를 올릴 때 혼수 발기)’라고 덕온공주의 혼수 발기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 윤백영의 글
▲ 덕온공주가 유물, 서각향낭 노리개(좌) / 연화향낭 노리개(우)
▲ 윤백영의 글
▲ 덕온공주가 유물, 서각향낭 노리개
▲ 덕온공주가 유물, 연화향낭 노리개
덕온공주의 혼수 목록은 아코디언처럼 접혀있어서 펼치면 그 길이가 5.4m까지 이르는 긴 종이로 되어있는데 이러한 형태를 첩이라고 합니다. 첩(帖)이란 길게 이어 붙인 종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여 접고 표지 등을 붙여 만든 것으로 예부터 흔히 사용되었던 대표적인 장황(粧䌙) 중 하나입니다.
장황(粧䌙)은 그림이나 글 따위를 감상하고 안전하게 보존·보관하기 위해 형태를 갖추는 것을 말하며 족자, 두루마리, 첩, 병풍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중 첩은 기존에 사용되었던 두루마리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형태입니다. 두루마리는 축에 종이를 길게 이어 붙여 말아 보관하기 때문에 휴대성은 뛰어나지만, 뒷부분을 보고 싶을 때는 두루마리 끝까지 풀어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길게 이어 붙인 종이를 여러 번 겹쳐 접는 첩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첩은 원하는 부분만 펼쳐 손쉽게 읽을 수 있어 휴대성뿐만 아니라 열람의 편의성도 뛰어난 형태입니다.
덕온공주가 혼례를 했던 1837년에는 오빠 효명세자와 언니 둘 그리고 순조마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이 혼수 목록은 하나 남은 막내딸을 위해 직접 혼수를 준비한 애틋한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19세기 궁중 혼례 문화와 그 어휘까지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귀중한 소장 자료 중 하나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혼수 목록 외에도 국·한문으로 필사하는 것을 즐겨한 덕온공주의 한글 자료와 궁궐 밖 병약한 딸이 걱정되어 주고받았던 순원왕후의 한글 편지 등 400여 점이 넘는 덕온공주가 유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정다영(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