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참여 행사

  • 배경은 연한 베이지색과 짙은 초록색, 주황색 등으로 이뤄졌다. 오른쪽 상단에 짙은 노란색 상자가 있고 그 안에 흰색으로 ‘9월 참여 행사’가 적혀 있다. 그 밑에는 감이 두 개가 매달려있다. 사진의 가운데에는 갈색 큰 상이 있고 그 주변에 한복을 입은 여섯명의 가족이 한 손으로는 젓가락을 들고 있고, 다른 손은 위로 흔들며 웃고 있다. 큰 상에는 산적, 갈비찜, 송편, 조기, 나물 등 명절 음식이 올려져 있다. 참여 행사 기사를 읽고 추석 맞이
    밥상을 완성해 주세요!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사진. 김영선 디자이너를 담은 흑백 사진이다. 앞머리가 있는 짧은 머리를 한 김영선 디자이너는 둥근 테의 안경을 썼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시선은 왼쪽 아래를 향하고 있다. 그녀의 뒤로는 건물 옥상 난간이 있고 난간 바깥쪽으로는 빛을 뿜어내고 있는 건물이 있다.

반갑습니다 “한글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다”
김영선 디자이너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방언’을 주제로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9월 호에서는 지난 호 이예연 디자이너에 이어
‘팔도의 말 풍경’ 콘텐츠에 참여한 김영선 디자이너를 만나보았습니다.
정지용의 「향수」 속 충청도 방언을 시각화한 김영선 디자이너와 함께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한 충청도 방언의 매력부터
디자인의 소재로서 한글의 특징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향수」 속 충청도 방언의 억양과 강세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저는 글자가 지닌 흥미로운 인상을 가지고 인쇄 매체, 브랜딩, 일러스트 등 주로 문화·예술계 프로젝트와 접목하여 작업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최근까지 타다와 29CM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김영선입니다. 또한, 키비주얼 홍보물 그래픽과 인쇄 편집물, 브랜딩과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의 작업을 의뢰받아 개인적으로도 진행해 오고 있는데요. 2019년에 리뉴얼된 롯데 카스타드의 로고 레터링 디자인을 시작으로, 사보텐 HMR 제품의 패키지디자인 속 제품명 디자인, SM 엔터테인먼트 SuperM 싱글 앨범 <호랑이>의 타이틀 디자인, EXO 수호 MD 제품을 위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아메바컬쳐의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키비주얼 작업 등 레터링과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로고 디자인, 혹은 타이틀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공연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 타이틀 사진이 있다. 검은색 배경에 진한 파란색으로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이 적혀 있다. ‘차차차원’과 ‘차원’은 좀 더 곡선의 느낌을 살려 디자인했다.
▲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공연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 타이틀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키비주얼 사진이 있다. 주황색 배경에 ‘가끔씩 오래 보자’, ‘2023 다이나믹 듀오 단독 콘서트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이라고 적혀 있다. ▲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다이나믹듀오 콘서트’ 키비주얼

인터뷰어

<사투리는 못 참지!>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정지용 시인의 「향수」 속 충청도 방언을 시각화해 디자인하셨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고, 디자인을 통해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국립한글박물관으로부터 이 작업을 제안받기 전에 저는 충청도 방언 특유의 여유, 물 흐르듯 유연한 너스레와 재치 있는 화법이 너무 좋아서 그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 전시 속 방언 디자인 작업을 의뢰해 주셔서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시 요청하신 내용은 ‘충청도 지역의 방언을 중심으로 타이포그래피화 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시각화해야 할 텍스트가 정지용 시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향수」라고 하니, 흐르는 강물의 유연함을 닮은 방언의 억양과 강세를 경쾌한 물줄기의 리듬과 곡조처럼 표현하되, ‘또 하나의 마을’처럼 덩어리진 글자를 상상하여 작업으로 옮겼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정지용 시인의 「향수」 속 충청도 방언 사진이 있다. 옅은 회색 배경으로, 사진의 상단부터 하단에 걸쳐 「향수」 속 충청도 방언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졸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문장이 펼쳐져 있다. 글자는 옅은 회색이며 바탕에는 연한 연두색이 있다. ▲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정지용 시인의 「향수」 속 충청도 방언

인터뷰어

충청도 방언을 시각화한 「향수」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이전 디자인 작업과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의뢰받아서 하는 로고·타이틀 디자인은 글자의 균형감을 위주로, 짧은 시간만 노출되어도 잘 읽히도록 만들기 위해 큰 노력과 시간을 들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작품의 기획 의도에 비추어봤을 때 글자 하나하나를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자유로운 레이아웃과 각기 다른 너비, 높이 값을 가진 글자들이 덩어리처럼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이 작품을 마주할 관객들이 이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예를 들어 시원하게 크게 휘돌아 이어지는 강줄기 같은 글자나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 같은 글자들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어보려 할 때,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라는 문장을 ‘시이이이일개처언이휘돌아아나가고’로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더해 과감하게 디자인해 봤습니다.

인터뷰어

「향수」 디자인 작업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인터뷰이

작업 도중 충청도 방언 모음과 충청도 사투리로 대화하는 콘텐츠, 드라마를 많이 찾아보면서 이 방언에 더욱 매료됐습니다. 특히 백 마디의 말이 필요한 얘기를 맥락과 상황에 따라 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구사해낸다는 점과 그 안에 담긴 능청스러움, 재치가 너무 좋아서 충청도 방언을 다룬 책을 구매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유연함은
한글의 가장 큰 매력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매거진 툴즈’ 기획지면 사진이 있다. ‘최상의 거울은 친구의 눈이다’라는 문장이 검은색 배경에 금속 장식 거울의 프레임으로 표현되어 있다. ▲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매거진 툴즈’ 기획지면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매거진 GQ 2022년 10월호’ 한글날 기획지면 사진이 있다. 
여성의 목과 어깨가 드러나 있는 사진 위로 동그라미, 구름, 하트 등의 도형이 그려져 있으며,
사진 상단에는 ‘아프지마’라는 글자가 뒤집힌 채로, 하단에는 ‘아프지마’라는 글자가 정방향으로 적혀 있다. ▲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매거진 GQ 2022년 10월호’ 한글날 기획지면

인터뷰어

현재 주로 문자를 활용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 집중하고 계시는 데 문자가 지닌 독특한 매력이나 다른 디자인 요소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이

한글을 쓰는 방식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우종서에서 좌횡서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데요. 이 과정에서 글자의 균형감과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필기 방향에 따라 다양한 쓰기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문자를 활용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은 단순한 문장이라도 기획 의도에 맞게 시각적인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브랜딩 측면에서 타이틀이나 로고를 고객 또는 사용자가 잘 인지할 수 있는 어떤 얼굴, 인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시각적 자극이 가득한 요즘 세상에서 몹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글자를 디자인함으로써 너무 많은 그래픽 공수를 들이지 않고 문장에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경제적인 방식이다’라는 말에 지금, 이 순간까지 깊이 공감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인터뷰어

한글 기반의 디자인 작업을 통해 작가님께서 느낀 한글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한글은 세로획 기반의 라틴 문자와 달리 가로와 세로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 한자와 달리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의 요소도 가지고 있어 디자인하기에 더 흥미롭고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글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글 자음의 형태가 가로 모임과 세로 모임, 섞임 모임 어떤 것을 만나는가에 따라 무수히 변화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ㅈ'을 최대한 다양한 느낌으로 그려보려 했을 때 정말 많은 쓰기 방식과 형태가 나옵니다. 갈래 지읒과 꺾임 지읒부터 흘려 쓰는 방식, 획 하나로 이어 그리는 방식, 중성 또는 종성 여부, 그 옆에 붙는 게 모음이냐 자음이냐에 따라 매우 많은 필기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다른 글자로 오독하지 않고 제대로 인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시도와 방법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검은색 배경에 흰색으로 ‘우리 인류는 새로운 무대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라고 적혀 있다.

왼쪽 사진엔 ‘우주’, ‘식민지’, ‘지구인’, ‘에서’, ‘화성인으로’ 같은 글자와 별 모양과 점선 등의 기호들이 있다. 전체적인 배경은 검은색이고, 글자와 기호는 은색이다. 여러 크기와 스타일의 글자와 기호가 흩어져 있으며 큰 글자와 작은 글자가 혼합되어 있다.

▲ 김영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우주식민지체
인터뷰어

디자이너님께서는 ‘우주식민지체’와 같은 글꼴을 직접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글꼴 작업을 할 때 의도한 바를 어떻게 구현하시는 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험하신 것들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이

대학 과제로 우주식민지체를 만들게 되었는데, 사실 아직 미완성이라 작업을 제안해 주신 교수님께 대한 죄책감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당시 과제는 ‘우주식민지에 대한 가상의 콘퍼런스 포스터와 책자 만들기’였습니다. 우주식민지체의 글리프는 우주나 별의 요소로 이루어진 기호를 가지고 있고 한정적인 의도와 기획을 위해 만들어진 글꼴이다 보니, 지금 열어보면 아쉬운 점이 너무 잘 보일 것 같아서 봉인해 놓은 판도라의 상자 같은 작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장을 만들 때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균형감을 부여하는 훈련을 하게 만들어 준 작업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폰트는 가로 모임 꼴 글자와 세로 모임 꼴 글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두 글자의 단어를 놓고 비교해 봤을 때 묘하게 서로 인상이 달라 보이거나 균형이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간이 지금의 제 작업에 좋은 거름이자 양분이 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한글을 소재로 한 작업은 디자이너님께 어떤 의미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한글을 주제로 한 작업 의뢰를 받으면 의뢰받은 문장이나 단어를 더 많이 그려보고 다양하게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작업을 해왔는데도 밖을 거닐다 간판을 보며 ‘와, 저렇게도 글자를 디자인할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되는 걸 보면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주 작은 시각 보정에도, 같은 두께와 형태를 보인다 해도 인상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제가 모르는 다양한 도구와 물성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즐겁고 재미있게 한글 기반 디자인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김영선 디자이너>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4383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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