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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진. 양복을 입은 세 남성이 나란히 서 있다. 오른쪽 남성은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고,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다. 가운데 남성은 (사)한국시조협회 김달호 세계화위원장으로, 중절모를 쓰고 있다. 한 손에는 꽃다발, 다른 한 손에는 표창장을 들고 서 있다. 왼쪽 남성 역시 정장 차림이며, 그의 옷에는 핀으로 고정된 작은 꽃장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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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떠난 한글 시조, 국내를 넘어 세계를 꿈꾸다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위원장 김달호 박사

반갑습니다

우주로 떠난 한글 시조, 국내를 넘어 세계를 꿈꾸다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위원장 김달호 박사

지난 1월 15일, 우주선 ‘블루 고스트’를 타고 지구를 떠난 한글 시조가 3월 2일 무사히 달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류 문화유산을 달로 보내 장기 저장하는 ‘루나 코덱스’ 기획의 일환이었는데요.
한글 데이터가 처음으로 달에 도착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세종문화회와 함께 한국 시조를 달로 보내는 일을 추진한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 위원장 김달호 박사를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고
시조의 세계화 과정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한국 시조 11편,
미국 우주선을 타고 달에 도착하다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안녕하세요.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 위원장 김달호입니다. (사)한국시조협회는 문화관광체육부에 등록된 유일한 시조 사단법인으로 2024년 한국시조문학협회와 통합하고, 1960년에 창간된 『시조문학』을 계간지로 발행하여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조는 고려 말에 우리 일상을 담아 노래하는 시조창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문자가 없어 한자로 뜻만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후 비로소 우리 고유의 문자로 민족혼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훈민정음이 시조를 살려낸 셈이지요. (사)한국시조협회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시조를 세계에 널리 소개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에 우리 시조 작품이 실려 달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지난 1월 15일 새벽 1시 11분 (한국 시각 15일 오후 3시 11분), 미국 민간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가 한글 시조를 싣고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달로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약 45일 간의 비행을 거친 뒤 무사히 달 표면에 안착했습니다. 니켈 소재 필름에 한글로 음각된 시조가 세계 예술 작품과 함께 우주선에 실려 지구 밖으로 처음 떠나는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루나 코덱스' 계획의 일환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 문화유산 타임캡슐을 달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시카고 세종문화회 사무총장인 박종희 교수가 한국 시조의 전파를 위해 이번 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달에 보내는 시는 전 세계 공모를 통해 총 160여 편을 선정했습니다. 이중 한국 시조는 총 11편이 선정되었고, 중국 시조는 4편이 실렸습니다. 일본의 하이쿠는 17자로 너무 짧아 포함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가는 예술 작품에 시조가 포함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마치 제가 직접 우주선을 타고 달로 가는 것처럼 감격과 설렘을 감출 수 없습니다.

우주선에 실린 시조집 ‘The Polaris Trilogy(북극성 삼부작)’ 표지 사진이다. 검은색 우주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가운데 푸른 빛의 별이 그려져 있다. 노란색 필기체로 책의 제목이 영어로 적혀 있다. ▲ 우주선에 실린 시조집 『The Polaris Trilogy(북극성 삼부작)』

인터뷰어

우주선에 실린 우리 시조는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되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우주선에 실린 우리 시조는 총 11편입니다. 8편은 한국에서 선정되었으며, 미국에서는 한글 시조 1편과 한글 시조 운율에 맞춰 쓴 영문 시조 2편을 선정했습니다. 영문 시조는 글자 수가 아니라 음절로 시조 운율에 맞춰 쓰였으며, 이는 미국인 모녀가 쓴 것이라고 합니다. 한글 시조는 구충회 <달에게>, 김달호 <운석의 꿈>, 김흥렬 <은하>, 박헌오 <신비한 하늘 시집>, 이광녕 <해를 안고 오다>, 채현병 <칠월 칠석>, 최은희 <월광 소나타>, 서관호 <강촌의 달>로 총 8편입니다. 여기에 미국 박종희 교수의 한글 시조 <달>까지 더해 모두 달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달에 가는 시집 『The Polaris Trilogy(북극성 삼부작)』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바위, 물, 공기를, 2부는 해, 달, 별을, 3부는 얼음, 바람, 불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2부 해, 달, 별과 관련된 시조를 창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여러 시조 시인이 신속하게 작품을 완성해 주었습니다. 이를 박종희 교수가 번역하여 계관 시인이자 심사위원인 조이스 브링크먼에게 제출했고, 그중 8편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인터뷰어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급증하는 흐름 속에서 시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하버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따고, 현재는 브리검 영 대학 명예교수를 지내고 있는 마크 피터슨 교수는 한국이 세계 문학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시조라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우리 시조가 세계 문학 시장의 흐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시조의 이런 강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저희 시조 협회는 시조다큐영화(Sijo Film Documentary)를 촬영해 덴마크 코펜하겐 다큐 영화제, 영국 셰필드 영화제,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등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영화제에서는 국경 없는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우수상(Award of Excellence)을, 국제 영화제인 Austin International Art Festival에서 국제 다큐멘터리 최우수상(Award Winner Best International Documentary)을 받는 등 총 10개의 영화제에서 본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우리 시조를 세계에 알리는 큰 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시조 영역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앞서 언급했던 마크 피터슨 교수가 영어로 번역했으며, 앞으로는 다른 외국어로도 번역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최하는 제11차 세계한국학대회에 참가해 시조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진주 촉석루에서 시조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 중인 아이들과 촬영감독 마이클 사진이다. 아이들이 한복을 입은 여성 주위로 둥글게 모여 앉아 있거나 서 있고, 마이클은 아이들 쪽으로 손을 뻗으며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는 여성과 촬영용 붐마이크를 들고 있는 남성이 왼쪽에 서 있다. ▲ 진주 촉석루에서 시조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 중인 아이들과 촬영감독 마이클

한국인의 혼이 담긴
시조의 세계화는
우리 문화가 세계로 가는 지름길

인터뷰어

위원장님께서는 시조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십니다. 시조를 창작하실 때 시조의 어떤 점에 가장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유럽에는 10음절로 이루어진 14행의 정형시 ‘소네트’가 있고, 일본에는 5·7·5의 3구 17자로 구성된 정형시 ‘하이쿠’가 있습니다. 우리 시조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오언절구, 칠언절구가 있지만, 그 소리의 리듬은 정형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 시조는 초장에서 주제를 던진 다음 중장에서 생각을 확대하거나 강조하고, 종장에서 비트는 맛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방원 <하여가>와 정몽주 <단심가>에서 서로 주고받는 시적 대화가 얼마나 멋진지 알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도 시로서 절제된 대화를 정형에 맞춰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입니다. 시조는 창의 형태로 우리의 혼을 노래했습니다. <가고파>, <봄 처녀>, <그네>, <성불사의 밤>, <사랑> 등 많은 시조가 가곡으로 노래 된 것을 보면, 시조는 우리의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담아낼 뿐 아니라, 노래로 부르기도 쉬운 운율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짧은 형식 안에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시조에 매력을 느낍니다.

인터뷰어

앞으로 우리가 한글 시조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아름다운 우리 시조를 세계화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시조가 미국의 문화’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하이쿠’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모두 배워 이제는 미국의 문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도 시조 열풍이 불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에서 시조를 배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카고 세종문화회에서는 2008년부터 시조 백일장을 개최해 왔으며, 2025년에는 18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약 2천 명의 젊은이들이 시조의 매력에 빠져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중 90%는 한국계가 아니라니, 시조의 울림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시조가 미국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우리 문화가 세계화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민관이 힘을 모아 시조를 보급하며, 시조 세계 백일장을 열고 국제적인 시조 대회도 열어야 할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던 영국의 ‘부커상’과 같이 시조 전문 문학상을 만들어 키우면 시조의 세계화 걸음도 빨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최초의 한글 시조집인 『청구영언』은 2022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었는데,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사동 길거리에서 우쿨렐레로 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를 노래하는 데이비드 맥캔 교수 사진이다. 하늘색 셔츠를 입고 있는 데이비드 백캔 교수는 우쿨렐레를 들고 아래를 바라보며 연주하고 있다. ▲ 우쿨렐레로 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 노래하는 데이비드 맥캔 교수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위원장님께 ‘한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우리 고유의 글이 없어 한자로 적고 시조창으로 전해지던 시조가 훈민정음 창제로 오늘날까지 전승되었음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가고파>나 <봄 처녀>같은 아름다운 시조가 가곡으로 이어져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 한글과 가곡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에 시조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은 단순히 우리글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글 없이 시들어가는 언어를 살리는 나래를 펼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직 세계에는 문자가 없는 언어가 많습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글이 그러한 언어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성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으로 탄생한 한글이 앞으로 큰 나래를 펼쳐 문자 없는 언어를 보듬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위원장 김달호 박사>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