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2.

방한 외국인들, 처음 배우는 탈춤 덕에 흥을 알게 됐어요!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및 한국문화 체험 4종 매달 실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외국인들이 한글문화인 탈춤을 배우려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다. 인종과 언어는 달라도 오색빛깔 한삼을 끼고 익살스러운 탈을 쓰니 모양새가 제법 그럴듯했다. 흥겨운 목소리로 “얼쑤~!” 추임새를 넣고 팔을 흔들며 시작된 교육이 끝날 무렵엔 다들 어엿한 탈춤 패로 거듭났다.

자진모리장단 및 타령과 함께 봉산탈춤 배워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지난 2월 7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문화와 우리 말 글> 교육 중 하나인 ‘흥겨운 한글’ 프로그램의 봉산탈춤 체험을 진행했다. ‘한글문화와 우리 말 글’은 ‘이야기를 담은 한글’, ‘한글 글꼴 그림책’, ‘맛 전하는 한글’, ‘흥겨운 한글’ 등 문학, 글꼴, 음식, 음악의 네 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흥겨운 한글’ 프로그램은 상설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탈, 거문고, 금보(琴譜), 악학궤범(樂學軌範) 등의 유물과 연계해 한국의 전통 공연문화 속 한글의 역할을 알리고자 기획됐다.

대만, 일본, 미국, 싱가포르, 독일, 호주 등지에서 모인 외국인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날 교육은 이론 강의, 친해지기, 탈춤 실습 순으로 이어졌다.

  • 외국인 교육생들에게 기초이론인 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사 ▲ 외국인 교육생들에게 기초이론인 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사
  • 자진모리장단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는 강사 ▲ 자진모리장단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는 강사

이날 모인 외국인 중 대부분은 한글을 배운지 1~2주밖에 지나지 않은 한국어 초급자인데다 각기 국적도 다르고 처음 만나는 사이여서 그런지 데면데면한 얼굴로 어색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탈춤 강의가 시작되고 칠판에 ‘봉산탈춤’이란 글자가 크게 적히자, 저마다 한글 실력을 자랑해보고 싶은 듯 큰 목소리로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한글의 경우 기본 자음과 모음을 알면 자모 조합 원리와 모아쓰기 원리를 통해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인지 글자를 띄엄띄엄 읽어낸 참가생들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한층 들뜬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탈춤강의, 탈춤 동작을 익히기 전에 먼저 탈춤의 의미와 종류에 대한 이론 강의가 진행됐다. ‘둥둥 둥산아, 둥기둥기 둥산아’로 이뤄진 자진모리장단이 우는 아이를 ‘둥둥’ 달래던 만국 공통의 소리에서 유래된 탓인지 외국인 수강생들은 장단을 곧잘 외워 따라할 수 있었다.

간략한 설명을 마친 뒤 탈춤 복장을 갖춘 단원들이 공연을 펼치자 역동적인 움직임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봉산탈춤의 춤사위 자체가 활발한 동작들로 구성돼 있어서인지 짤막한 공연에도 단원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에너지 넘치는 한국 전통춤 매력에 ‘함박미소’

‘과연 내가 탈춤을 배울 수 있을까?’란 생각이 수강생들의 얼굴에 어른거릴 무렵 두 번째 과정인 ‘친해지기’가 시작됐다.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을 배려해 눈 마주치기, 손가락 끝 대기, 하이파이브 하기, 안아주기 등 단순한 몸동작으로 마음을 열고 교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릴 적 동네에서 친구들과 즐기던 놀이 ‘동대문을 열어라’도 수강생들에게는 그저 신기한 한국문화 체험이었다.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즐기다 보니 쌀쌀한 날씨에도 교육장 안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수강생들간 친해지기 위해 동대문을 열어라 놀이를 하고 있다

탈을 착용하기에 앞서 오색빛깔 한삼(손을 가리기 위한 천)을 손에 끼고 날갯짓을 하며 본격적인 탈춤 실습을 시작했다. 서툰 움직임이지만 무릎을 구부리고 팔을 휘두르는 동작을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연습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이후 수강생들이 탈과 한삼을 갖추고 이날 배운 봉산탈춤을 무대에서 펼쳐낸 장면은 이날 교육의 클라이맥스였다. 조금은 어색한 움직임이지만 하늘하늘한 한삼이 나부끼자 자유분방한 탈춤의 일부인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두 시간 동안 숨 가쁘게 달린 탈춤 교육은 봉산탈춤을 상징하는 한삼을 선물로 나눠주고 ‘한국과 한글문화를 기억해줄 것’을 당부하며 마무리됐다.

왼쪽 사진은 제이슨(미국), 오른쪽 사진은 어수진 강사이날 공연에 참가한 미국인 제이슨(Jason Andrew Buffington)씨는 “10여 년 전 영어 강사로 한국에서 일한 뒤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다”며 “탈춤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데 에너지가 넘치는 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강생들에게 직접 탈춤을 가르친 어수진 교육강사는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먹서먹하다가도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이 사라지고 ‘흥’만 남게 된다”며 “탈춤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교감하는 것이 탈춤 교육의 가장 큰 보람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교육 ‘한글문화와 우리 말 글’ 참가 안내

한글문화와 우리 말 글 교육

국립한글박물관은 외국인 대상 교육 ‘한글문화와 우리 말 글’에 참여하고 싶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단체신청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4가지 주제별 체험을 통해 한글문화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외국인 대상 교육에 참가해보세요!

  • 교육 일정 : 2017년 1월~6월 중 휴관일을 제외한 평일(월~금)
  • 교육 시간 : 120분
  • 교육 대상 : 외국인 단체(20~30인)
  • 교육 내용 : 흥겨운 한글, 맛 전하는 한글, 이야기 한글,
    글꼴로 그린 한글(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