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2.

서울 중심에 한글이 숨어있다, 광화문 세종대로 ‘세종이야기’와 ‘한글가온길’

봄을 세우는 계절 2월.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다가오는 봄을 마중하러 떠나고 싶은 마음에 틈날 때마다 이곳저곳 여행지를 뒤적여보게 된다. 한글박물관 온라인 소식지 ‘한글누리’에서는 삐뚤빼뚤하게 글자를 쓰기 시작한 어린이부터 한글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려는 어른들까지 누구나 가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한글여행지를 매달 선보일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여정으로 산책인 듯 여행인 듯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는 서울 세종대로의 ‘세종이야기’와 ‘한글가온길’을 소개한다.

광화문대로에서 보고 듣는 세종이야기

광화문 광장 지하에 이런 곳이?

▲ 광화문 세종대왕앞에 있는 혼천의(천문관측기) 조금은 쌀쌀하지만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휴일, 세종대로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광화문을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증강현실 게임을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모두 여유롭게 서울의 명소를 즐기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찾아왔든 세종대로를 돌아다니다 보면 누구나 곳곳에 숨어있는 한글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높게 선 이순신 동상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상징하는 황금 세종대왕 동상 뒤에는 전시시설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지하 공간에 세종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전시관 ‘세종이야기’와 충무공 이순신의 공로를 담은 ‘충무공이야기’가 무료로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다.

▲세종이야기로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 ▲세종이야기 내부 경관

이곳은 서울시가 지난 2009년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지하의 U턴 차로를 재활용해 만든 전시장으로 광화문광장은 물론 세종문화회관, KT빌딩 등 세종대로 일대에 입구가 설치돼 있고, 세종로 공영주차장과도 연결돼 있다.

세종대왕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이 문으로 나가는 명령과 교서가 모두 바르고 크게 빛나서 만백성을 교화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세종대왕이 경복궁 정문의 이름을 ‘광화문(光化門)’으로 바꾼 이유를 적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잠시 멈춰 읽어보면 조선의 덕치(德治)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한 대왕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발걸음을 옮기면 1397년부터 1450년까지 이어진 세종 연대기가 빼곡히 적혀있다.

▲ 세종이야기 입구전경 ▼ 세종연대기 ▲ 세종이야기 내부전경

▲ 훈민정음 해례본 ▲ 용비어천가 세종이야기는 ▲ 인간, 세종 ▲ 민본사상 ▲ 한글창제 ▲ 과학과 예술 ▲ 군사정책 ▲ 한글갤러리 ▲ 한글도서관 등 총 7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세종대왕의 생애와 인간적인 면모를 배울 수 있고, 훈민정음 해례본·언해본, 용비어천가 등 다양한 한글 관련 유물 또한 곳곳에 전시돼 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한글의 디지털화’ 소개

눈에 띄는 점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글도서관에서는 수많은 책자 대신 ‘세종대왕 정보검색’을 위한 터치형 컴퓨터를 비치해 세종의 어록과 영상을 살펴볼 수 있으며,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방명록을 작성하는 ‘디지털 시대의 한글’ 코너도 마련돼 있다.

▶ 한글게임 ▲ 세종대왕의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는 터치형 컴퓨터 ▲ 디지털 시대의 한글을 체험하고 있는 방문객들 ▲ 사진을 찍어 작성하는 디지털 방명록

또, 태블릿 PC를 활용한 한글 맞춤법 게임, 세종 영상관, 3D·4D 영상체험관, 한글 캘리그라피 작품 전시 등을 통해 관람객들이 세종대왕의 업적과 기획특집①제원리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불어 세종이야기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보청기, 점자책자, 확대경, 돋보기 등을 대여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위한 스마트 가이드를 5개 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단체로 관람할 때에는 전문 해설사의 전시 해설 투어 서비스를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제공받을 수 있고, 개별 관람객을 위한 ‘상설 도슨트 서비스’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운영 중이다.

도란도란 함께 걷는 한글가온길

꼭꼭 숨은 한글 조형물 찾아보자, ‘한글가온길’

▲ 한글가온길이 시작되는 세종문화회관 앞 한글가온길약도

세종이야기 관람을 마치면 세종문화회관 방향 출구로 올라와 ‘한글가온길’을 둘러보자. 광화문 광장부터 세종문화회관의 뒷길까지 지정된 한글가온길은 ‘중심’을 뜻하는 순우리말 ‘가온’을 차용해 이곳이 한글 창제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한다. 경복궁, 주시경 집터, 한글학회 건물 등 한글의 역사성을 담은 상징적인 장소들이 한곳에 몰려있어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 한글과 관련된 랜드마크를 탐방할 수 있게 해준다.

한글가온길 곳곳에는 총 18개의 한글 조형물들이 숨어 있어, 직접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람 순서는 ‘광화문역-세종문화회관-한글학회-한글가온길 새김돌-한글이야기 10마당 벽화-주시경마당-주시경집터-한글글자마당-세종이야기’ 순이지만 모두 돌아보는데 2~3시간이 소요되기에 중요한 장소만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양한 한글 조형물 직접 찾아보자!

먼저 세종문화회관 뒤편 정원에는 ‘서울의 미소’가 설치돼 있는데, 웃음을 나타내는 의성어 ‘하하’를 모티브로 제작했다. 정원 한편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고 있는 여인상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어서 가온길 아래쪽에 위치한 한글학회에서는 주시경 선생의 동상을 만날 수 있고, 맞은편에는 한글가온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액자들이 전시돼 있다. 한글학회는 1908년 주시경과 김정진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우리 민족의 문맹을 깨치고 나라의 주권을 지키고자 세운 민족학회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단체다.

▲ 서울의 미소 ▲ 윤동주 시인의 서시 읽은 여인상 ▲ 움양오행 ▲ 주시경마당 ▲ 주시경선생 동상 ▲ 용비어천가 건물 ▲ 한글글자마당 ▲ 한글가온길

평생을 한글 연구 외길만 걸었던 주시경 선생은 1914년 39세에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그 집터에는 지금 ‘용비어천가’란 이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또한, 집터 근처에 작은 공원 ‘주시경 마당’을 만들어 업적을 기리고 있다. 이곳에는 주시경 선생과 더불어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했다고 평가받는 호머 헐버트 박사를 위한 조형물도 함께 서 있는데, ‘한글과 견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헐버트 박사의 명언이 음각돼 있다.

이외에도 한글글자마당, 음양오행,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기념탑 등의 조형물이 길목마다 들어서 있다. 겨울의 끝에서 따스함이 더해지는 요즘, 세종대로에 방문해 한글 숨바꼭질에 빠져보면 어떨까.

나들이 Tip 나들이사진

세종이야기

  • 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오후 7:30분 입장마감)
  • 휴관 : 매주 월요일 휴관(단, 월요일이 법정공휴일인 경우 정상개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지하 175
  • 입장료 : 무료
  • 전화번호 : 02-399-1114~6
  • 홈페이지 : http://www.sejongstory.or.kr

한글가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