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제 90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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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2월의 소식 보따리

‘이달의 박물관’에서 매달 쉽고 빠르게 국립한글박물관의 이야기를 접해보세요.
2월에는 장기 휴관 후 재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의 첫 번째 관람객을 만나 관람 후기를 들어보고,
내방가사 연구서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와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 Ⅰ·Ⅱ《한글을 듣다》 책자를 발간해 공개한 소식을 전합니다.

2021년 한글박물관의 첫 번째 관람객을 만나다

“개관 일주일 전부터 설렘을 안고 방문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재개관 기념행사 사진. ‘한글이 걸어온 길’ 전시장 입구에서 ‘국립한글박물관 2021년 첫 번째 방문을 환영합니다!’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한글박물관장과 방문객이 양옆에서 나란히 들고 서 있다. <문자 혁명-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 전시 팸플릿을 들고 서 있는 첫 번째 방문객.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고,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패딩을 입은 채 문자 혁명 전시장 앞에 서 있다. <문자 혁명-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 전시장에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는 첫 번째 방문객. 어두운 전시장에서 휴대폰으로 전시물을 촬영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오랜 휴관 끝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에 새해 첫 번째 발 도장을 찍은 주인공은 바로 전라남도 함평에서 올라온 중학교 2학년, 김용건 학생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화재 영재’로 이름이 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 문화재에 큰 관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상기된 표정의 김용건 학생이 한글박물관에 온 이유, 그리고 그의 꿈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자 혁명-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개관 일주일 전부터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전부터 금속 활자에 관련된 독일 유물이 궁금했거든요.
초등학생 때에는 훈민정음과 관련된 한글 유물을 살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국립한글박물관에 방문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벤트에 당첨될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 제 목표는 문화재청장이 되는 것인데요,
그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박물관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아 가겠습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부 소독뿐 아니라 비말 가림판 설치, 관람객 입장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문객 발열 체크와 손 소독, 거리두기 관람 등을 실시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글박물관 방문을 원한다면 사전에 관람 예약을 한 후 박물관에 방문하여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한글문화를 즐기면 된다.

내방가사를 아시나요?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표지. 여성의 옆모습 실루엣이 옅게 그려져 있다. 좌측 하단에는 보라색 붓글씨체로 <시골 여자 셜은 사정>의 내용이 세로쓰기 되어있다.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의 내지. 펼친 부분 왼쪽엔 책 내용이 적혀 있고 오른쪽엔 내방가사 <몽가>에 사용된 한글 글씨들 사진을 모아두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방가사 연구서인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 책은 양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내방가사 유물을 중심으로 쓰였다. 아울러 각 전문가들과 함께 내방가사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고,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영남 지역 내방가사들을 분석해 다양한 주제들을 균형 있게 수록했다.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에서는 내방가사에 나타난 여성들의 자기 인식과 현실 인식 등 여성들이 생각하고 고민해온 삶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내방가사에서 쓰인 한글 표기 및 어휘의 특성, 민체(民體)의 특성 등 한글의 언어적·시각적 표기 체계도 함께 소개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시골여자 셜은 사정> 필사본. 낡아서 부분부분 헤진 두루마리가 가로로 넓게 펼쳐져 있다. ‘시골여자 셜은 사정’ 제목이 오른쪽에 세로쓰기로 적혀 있으며 왼쪽으로는 내용이 빼곡하게 세로쓰기로 적혀 있다. <시골여자 셜은 사정> 필사본 일부. ‘시골여자 셜은 사정’이 세로쓰기로 적혀 있다. 그 옆에는 시골여자 셜은 사정의 내용 일부가 세로쓰기로 적혀 있다. ‘서울낭군그리워라’, ‘무졍하다우리낭군’, ‘편지죳차한장업서’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중 눈여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는 이번 연구서의 표지디자인에 활용된 <시골여자 셜은 사정>으로, 근대전환기 유학 간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은 여성의 한탄이 담긴 가사 작품이다. 근대전환기 시대 담론이 대체로 도시와 신여성에 집중된 데 비해, <시골여자 셜은 사정>에는 이와 상반되는 시골 구여성에 대한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찍이 주목을 받아 왔다. 국립한글박물관은 1935년에 필사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내방가사는 조선 시대 여성들이 살았던 삶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이자, 큰 가치를 지닌 한글문화자원이다. 또한, 여성들이 창작과 전승의 주체가 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집단 여성문학이기도 하다. 내방가사 공동연구서 《여성, 한글로 소통하다 – 내방가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는 전국의 주요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한 번씩 접해보길 추천한다.

한글문화 속 숨어 있는 이야기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 Ⅰ·Ⅱ《한글을 듣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015년에 발간한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Ⅰ 『한글을 듣다』의 표지. 하얀색 배경에 연두색으로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016년에 발간한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Ⅱ 『한글을 듣다』의 표지. 하얀색 배경에 하늘색으로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5년부터 한글문화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을 매년 선정하여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지금까지 59명 총 175시간의 구술 기록을 채록했다. 이번에 발간된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 Ⅰ·Ⅱ 《한글을 듣다》는 2015년과 2016년에 선정한 한글문화인물들의 구술기록으로 국어 연구의 태동기, 남과 북이 함께 작업한 《겨레말큰사전》 편찬 등, 한글문화사의 숨겨진 이야기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Ⅰ 『한글을 듣다』에는 1세대 국어학자이자 한국 국어문법의 기틀을 마련한 이기문 선생, 광복 이후 검인정 교과서 출판의 선두에서 문자 교육에 공헌하고 전자출판의 초석을 닦은 이기성 선생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또한 컴퓨터에서 한글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한글정보화의 길을 연 강태진, 안대혁, 박현철 선생의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구술 기록도 함께 실렸다.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Ⅱ 『한글을 듣다』에는 음운론 연구의 기초를 닦은 1세대 국어학자 강신항 선생을 비롯해 한국학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큰 공로를 남긴 김석득 선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책, 간판, 영화자막 등 모든 곳에서 한글이 가독성 있는 문자로 표현될 수 있도록 한 김상구, 김화복, 이남흥 선생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글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겨레말큰사전> 남과 북 공동 편찬’을 주제로 삼아 사전편찬과 관계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두 모았다.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Ⅰ·Ⅱ《한글을 듣다》는 전국의 주요 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에서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문화인물구술총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2017년과 2018년에 선정된 한글문화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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