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요즘,
국립한글박물관은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온라인으로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 한글의 탄생과 역사를 살펴보는 ‘역사로 온(On) 한글 이야기’
생방송 원격 교육 현장을 찾아, 웃음꽃 만발했던 시간을 함께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겨울방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강사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선보였다. 대면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한글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지난 1월 14일, 마치 방송국처럼 꾸며진 강의실은 ‘역사로 온(On) 한글 이야기’ 비대면 수업 준비가 한창이었다. 방송 담당자들과 강사들은 수업 시작 전부터 장비와 소품을 점검하고, 대본과 동선을 확인하는 간단한 리허설을 진행했다. 강사진들이 남아있는 긴장감을 털어내고 착석하자 ‘쓰리, 투, 원!’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졌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생방송 수업이 시작됐다.
이날의 수업은 한글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온(On) 한글 이야기’ 시리즈 중 ‘역사로 온(On) 한글 이야기’였다. 한글의 탄생 배경과 역사를 돌아보고,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관찰하고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가장 먼저 ‘한글과 관련된 O.X 퀴즈‘를 통해 한글과 한글 창제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였다.
간단한 퀴즈로 아이들의 몰입을 이끌어 낸 후, 본격적으로 보따리를 풀어 그 안에 들어 있는 한글 유물을 알려주는 수업이 시작됐다. 첫 번째 유물로 <훈민정음해례본>의 내용을 한글로 풀어낸 <훈민정음 언해본>을 통해 한글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어 시청각 자료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며 우리 말글을 빼앗길 뻔한 이야기를 전하고 두 번째 유물인 <말모이 원고>를 보여주며 한글의 위기를 극복한 조상들의 노력을 되새겼다. <말모이 원고>는 주시경 선생들의 국어학자들이 민족의 애국계몽을 위해 제작을 시도한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유물은 <공병우 타자기>였다. 한글의 구성 원리를 이용한 이 유물은 글자의 초성, 중성, 종성을 각기 한 번씩 타자하여 하나의 글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자판을 구성한 데 의의가 있다. 강사들은 타자기로 참여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주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유물을 살펴본 뒤 수업을 마무리하던 강사진은 ‘오늘 확인한 것처럼 한글은 시대에 맞춰 무궁무진하게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의 미래를 위해 줄임말과 외래어, 신조어나 유행어를 무분별하게 쓰지 말고 ‘우리 세대에서 한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며 강의를 마쳤다.
아쉽게도 국립한글박물관의 이번 겨울방학 프로그램은 마감되었지만, 앞으로도 국립한글박물관은 전국 각지의 학생(단체)뿐 아니라 외국인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한글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싶다면, 교육 방송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한글 콘텐츠를 접해보길 바란다.
“처음 비대면 수업을 할 때는 부끄럽고 긴장이 됐지만, 어느 순간 채팅창을 통해 참여 학생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오늘 진행한 교육 콘텐츠 중 훈민정음에 대한 노래 영상이 있거든요. 그걸 보고 한 친구가 ‘수능 금지곡’이라고 했던 말이 참 재미있고 기억에 남아요.” 권동연 강사 선생님
“저는 온라인 원격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업 중일 때는 자막을 작성하기도 하고 학생들과 채팅도 하는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참여 아이들이 남긴 만족도 설문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는 대답이었어요. 수줍음이 많은 친구들도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거죠. 코로나 19 상황에서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보람을 느낍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성나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