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서를 통해 책 속의 인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신의 세상을 확장한다.
어린이들은 책 속에서 만난 인물과 어떻게 대화할까?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와
한글 손 글씨 쓰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한글 손 편지를 소개한다.
<잔소리 센터>의 승효 형에게
2020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장상 버금상): 구다율 어린이
안녕? 난 다율이야.
난 형이 나오는 책 <잔소리 센터>에서 형을 만났어.
엄마가 너무 바빠져서 형의 생일을 잊어버리셨잖아. 그래서 많이 우울하고, 슬프고 속상했지? 내가 대신 위로해주고 축하해 주고 싶어서 편지를 썼어. 생일 축하해. 형이 4학년이니까 나보다 한 살이 더 많네. 생일은 정말 기쁜 날인데, 생일 축하를 못 받아서 많이 속상할 것 같아. 만일 우리 엄마가 바빠서 내 생일을 잊어버리시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도 꽤 슬프고 우울할 것 같아. 그래도 생일이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내년에도 엄마께서 형의 생일을 잊어버리시면 엄마가 아무리 바빠도 용기를 내서 말씀드려봐. 오늘이 내 생일이고, 축하해 달라고 말씀드려보면 좋겠어. 형의 속상한 마음을 직접 표현해봐. 그러면 엄마가 형의 생일을 축하해 주실 거라 믿어.
이제 우리 엄마의 잔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형은 엄마의 잔소리를 싫어했지? 형은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힘들었겠어. 그래도 잔소리가 아예 없는 것보단 좋지 않을까? 난 형의 생각이 궁금해.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엄마가 잔소리 센터를 열어 엄마가 바빠져서 형에게 자유시간이 생겼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사라지고, 또 엄마, 아빠가 생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야. 잔소리는 싫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존재야. 부모님의 잔소리가 없다면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해.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의 관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해. 형도 부모님께서 바빠지실수록 잔소리가 그리워지지? 그래서 잔소리가 있어도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엄마, 아빠가 너무 바빠서 두 분 다 24시간 내내 밖에 계시다고 생각해봐. 끔찍하지? 난 형이 언제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물론 엄마의 일하시는 행복은 지켜드려야 하지만, 엄마가 또 바쁘시다면 책 마지막처럼 엄마에게 잔소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려봐. 그러면 엄마가 함께해 주실 거야.
책을 통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부모님의 잔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 중요한 것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난 책을 읽으면서 형을 위로해주고 싶었어. 내 편지가 외롭고 슬펐을 형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난 <잔소리 센터>를 또 읽을 거야. 책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2020년 8월 10일
다율이가
《잔소리 센터》는 세상에서 잔소리가 가장 싫은 승효가 우주 최강 잔소리꾼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가족 간 소통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창작 동화입니다. 잔소리를 대신 해 준다는 기발한 설정과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어느 날 승효의 엄마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름하여 ‘잔소리 센터’를 차리겠다고 했지요. 승효는 누가 돈을 내고 잔소리를 듣겠느냐며 황당해했지만,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기회라는 생각에 열심히 엄마를 돕습니다. 파리만 날릴 거라는 생각과 달리, 예상 밖에 첫 의뢰가 들어오고 엄마의 맞춤형 잔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잔소리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도대체 사람들은 왜 ‘잔소리 센터’를 찾는 걸까요? 잔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승효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까요?
출처 : 개암나무 출판사 블로그 <잔소리 센터> 서평 중 발췌
TO. 빅터 씨에게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김예빈 어린이
안녕하세요 빅터 씨? 저는 어머니의 권유로 빅터 씨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어요. 빅터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동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빅터 씨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빅터 씨가 어렸을 때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팠어요. 거기다가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고 바보라고 하는 것을 듣고는 저도 조금 속이 상했습니다. 왜 친구들이 힘든 친구를 도와주지 않고 더 괴롭히는지 너무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친구들이 자꾸 빅터 씨를 놀리고 괴롭히는데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빅터 씨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바보로 인정했을 때는 더욱 속이 상했답니다. 친구들이 놀릴 때 목소리를 높여 “난 바보가 아니야!”라고 말하기를 바랐는데 빅터 씨는 용기가 없었나 봐요.
그렇게 친구도 만나고 좋은 선생님도 만나고 하면서 빅터 씨를 인정하는 사람이 조금 생겼을 때는 책을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빅터 씨가 지나가는 광고를 보고 문제를 풀어서 힘든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리고 그 회사의 회장님이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했구요. 빅터 씨가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나왔을 때는 더 속이 상했습니다.
빅터 씨의 IQ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너무 화가 났어요. 나중에라도 빅터 씨의 IQ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어요. 그리고 빅터 씨가 그 사실로 인해서 지나간 일들에 대한 마음을 풀고 자기 자신이 똑똑 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믿고 한 걸 정말 박수를 치고 싶어요. 나중에 그 힘들다는 멘사의 회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역시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갔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절대 멘사의 회장님이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왜 부모님이 이 책을 권해 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내가 믿는 대로 되는구나 남들이 뭐라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내가 내 스스로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빅터 씨, 빅터 씨가 조금 더 일찍 용기를 가지면 좋았겠지만 그런 빅터 씨의 이야기로 희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수 있어서 빅터 씨 의 이야기로 저도 스스로를 믿으려 해요. 그리고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빅터 씨 만나서 좋았고 건강하세요!
2020년 7월 30일 (목)
김예빈 올림
▶ 흥미진진한 내용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바보 빅터》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내용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빅터가 IQ 73의 바보가 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담임교사 로널드, 빅터와 로라 두 제자들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문학교사 레이첼, 빅터를 괴롭히는 데 앞장서고 마지막까지 악연을 이어가는 더프, 빅터에게 트럭 운전을 가르쳐준 정비공 마르코, 빅터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 테일러 회장, 빅터의 비밀을 밝히는 키 메이커 역할의 암기왕 잭 등이 무게감 있는 조연으로 등장해 마지막까지 극적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이끈다.
▶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동의 드라마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때로는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이 책의 두 주인공 빅터와 로라의 인생이 그렇다.
이 책은 ‘사실’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스탠퍼드대에서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을 기반으로 풀어냈다면, 《바보 빅터》는 훗날 멘사 회장이 된 천재 ‘빅터’라는 인물이 무려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실화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또 다른 주인공 ‘로라’ 역시 ‘못난이’ 콤플렉스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았던 사연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고백한 ‘트레이시’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출처 : 한경BP 홈페이지 <바보 빅터> 서평 중 발췌
존경하는 해리엇에게
2020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 버금상): 조이현 어린이
「멸종된 줄 알았던 갈라파고스 큰 거북, 110년 만에 발견돼」
해리엇! 살아있었군요! 제가 보는 어린이 신문에 당신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이 기사를 보고 찰리의 도움으로 바다로 간 당신이 갈라파고스에 도착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축하해요. 당신의 간절한 마음을 파도가 알아줬나 봐요. 지금 인간이 당신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저는 안심이 안 되네요. 조심하세요!
해리엇. 저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동물원을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으로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향에서 억지로 떠나야 하고 엄마와 갑자기 이별해서 동물원 우리에 갇혀 버리는 어린 원숭이 찰리의 가슴 아픈 모습을 보며 동물원이 엄청나게 슬픈 곳임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에 갇힌 찰리를 맞은편 개코 원숭이 스미스가 막 괴롭히잖아요. 돌을 던지면서요. 스미스도 아마 동물원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나쁜 원숭이가 되었을 거예요. 악당 스미스도 결국 불쌍한 원숭이네요. 지금 전 당장 동물원으로 달려가 동물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도와주고 싶어요. 요즘은 동물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새로운 동물원이 생겨나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동물들에게 가장 좋은 건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겠죠? 이 세상에 동물원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어요.
해리엇. 당신은 낯선 곳에 와서 스미스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찰리에게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위로를 해 주셨어요. 찰리 우리 앞에서 함께 밤을 보내며 어린 찰리를 지켜주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그러다 도저히 안 되어서 아예 찰리를 당신이 사는 곳 옆으로 데려가 주셨죠. 당신이 없었다면 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엄청난 외로움에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해리엇. 찰리를 살려 주셔서 감사해요. 당신도 찰리처럼 외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잊지 않고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사랑을 베푸신 거죠?
저도 반에 새로 전학 오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를 본다면 꼭 그 친구의 해리엇이 되어 함께 해줄게요. 당신은 동물원의 어머니이고 저의 스승이에요.
해리엇. 당신이 평화롭게 살던 섬에서 인간에게 잡혀 비글호를 타고 호주까지 오는 동안 겪은 고통이 생각나네요. 거북이를 구워 먹는 인간들의 잔인함이 너무 끔찍했고 그 공포를 견뎌야 했던 당신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너무 슬퍼요. 저도 인간이니까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요. 지금 지구는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있어요. 요즘은 폭우 때문에 물에 잠긴 곳도 많아요. 동물을 학대하고 환경을 파괴한 인간이 벌을 받고 있는 거겠죠? 그나마 당신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계시다니 조금은 위안이 돼요.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당신이 행복하셔야 저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물이 인간처럼 귀하다는 걸 잊지 않겠습니다. 지구가 아파하지 않도록 자연을 아끼겠습니다.
2020.08.13. 해리엇을 존경하는 조이현 올림.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 『봉주르, 뚜르』의 작가 한윤섭의 두 번째 장편동화가 나왔다. 『봉주르, 뚜르』는 ‘분단이나 통일이라는 말과 무관하게 살아가던 한 소년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모순과 부딪치게 되는가를 섬세하게 보여준 수작’ 답게 짧은 시간 내에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해리엇』 역시 동화의 시공간을 확장한 스케일 큰 작품으로,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할 것이다. 어린 원숭이 찰리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늙은 거북 해리엇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마치 웰메이드 연극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는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 중인 작가의 이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십분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 문학동네 출판그룹 홈페이지 <해리엇>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