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해외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 속에서
한국어와 한글이 종종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계적인 시상식에서도 한국어를 듣고, 한글을 볼 수 있었다.
권위 있는 해외 영화제의 벽을 뛰어넘은 한국어와 한글.
그 자랑스러운 순간을 살펴본다.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출처: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출처: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자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권위 있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에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후 트위터에서는 26일 하루 동안 국내외 계정에 ‘윤여정’이라는 한글 이름이 담긴 글이 수십만 건 게재되기도 했다.
윤여정의 수상 이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네 개의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시상식에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자신의 수상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또한 미 국무부 대변인이었던 모건 오테이거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수상을 축하하는 내용과 ‘#기생충’, ‘#한류’를 한글로 적어 게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역시 트위터에 한글로 ‘축하합니다’를 적어 수상을 축하했다. 두 시상식 모두 한국 영화만큼이나 한글의 위상도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한글 자수가 새겨진
의상을 입은 샌드라 오
(출처: Kore limited 누리집)
▲ 훈민정음이 활용된 의상
(출처: Kore limited 누리집)
▲ 한글 자수가 새겨진 모자
(출처: Kore limited 누리집)
한편, 미국 최대 TV 프로그램 시상식인 ‘에미상(Emmy Awards)’에서도 한글이 빛을 발했다. 지난 2020년 개최된 제72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한국계 미국인 배우 샌드라 오가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이다. 그녀가 착용한 보랏빛 외투에는 한글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수놓아져 있었다. 또한 무궁화를 비롯해 태극기의 4괘인 건곤감리도 자수로 새겨져 있었고, 안감에는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의상을 담당한 업체는 이외에도 한글, 태극기, 독도 등을 활용해 한국적 색채가 가득한 옷을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글을 수놓은 의상들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한글 디자인이 상업적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공연 중인 방탄소년단
(출처: BANGTANTV)
▲ 게임 ‘붉은 사막’의 트레일러 영상 캡처
(출처: 붉은 사막 공식 유튜브 채널 ‘crimson desert’)
전 세계로 송출되는 스크린 자막에 한글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새겨진 적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0년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함께 무대 공연을 펼쳤는데,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양옆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한글로 적힌 ‘아미’, ‘커넥트’ 등의 단어가 떠올랐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시상식에서 한글이 당당하게 등장한 것이다.
드라마와 음반뿐만 아니다. 게임 업계 시상식에서도 한글을 볼 수 있었다.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는 게임 전문 시상식으로 게임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행사이다. ‘2020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에서 국내 게임 제작사 펄어비스가 만든 ‘붉은 사막’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을 때, 영상 마지막에 한글 제목 ‘붉은 사막’이 등장해 관객과 네티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더 게임 어워드’는 게임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행사로, 시상식 참가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었으며 해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파급효과는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에 영어가 아닌 한글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면 한글 콘텐츠를 영어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돋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된 것이다. 한글은 이제 견고했던 문화의 장벽을 깨고 다양성을 넓히면서 세계인의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그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