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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참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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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행사
나도 제주 사람 도전!
알맞은 제주도 방언은? -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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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장품 이야기
한국의 나비를 쫓다 시작한
제주 방언 채집
석주명의 『제주도방언집』(1947)
“언어에서 개인차를 제거하여 귀납하면 방언이 성립하는 것이고,
여러 방언 사이의 차이점을 조절하면 민족어가 되는 것이고,
민족어들 사이의 공통점들을 계통 세우면
언어 분화의 계통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중략) 이만하면 방언과 곤충 사이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아서 방언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곤충을 연구할 수 있겠고,
곤충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방언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석주명, 「국학과 생물학」(1947)
이번에 소개할 소장자료는 나비 연구로 잘 알려진 생물학자 석주명의 『제주도방언집』(1947)입니다.
석주명(石宙明, 1908-1950)은 평양 출신의 생물학자로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 경성제국대학 생약연구소 연구원, 국립과학박물관 동물학 연구부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한국의 나비 연구에 헌신했습니다. 약 20년 동안 한반도를 돌아다니며 채집한 나비가 75만 마리에 이른다고 하며, 1936년에 발표한 논문 「배추흰나비의 변이 연구」를 위해서는 나비를 16만 마리 분석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 학자들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나비는 921종이나 되었지만, 석주명은 끈질긴 관찰과 연구 끝에 잘못을 바로잡고 총 248종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나비를 잡으러 20여 년 동안이나 전국각처를 싸다니었더니 어느덧 나비선생이란 호가 생겼다.
그리고 그동안에 나비는 왜 잡느냐, 나비는 무엇에 소용이 되느냐의 질문은 아마 수백 번이나 받았을 것이다.”
‘기시린 도야지가 ᄃᆞ라멘 도야지 타령ᄒᆞᆫ다’
- 제주의 언어문화가 담긴 『제주도 방언집』
나비를 채집하려고 한반도 전역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귀에 들어온 것이 각 지역의 방언이었습니다. 석주명은 1936년 여름에 나비 채집을 위해 한 달간 제주도에 머물렀습니다. 제주 방언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미생물학교실의 생약연구소에 촉탁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1943년 4월에 제주도 서귀포로 전근 신청을 하여 1945년 5월까지 제주도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약 2년간 제주에 머무르면서 제주 방언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한 결과물이 바로 『제주도방언집』(1947)입니다.
▲ 『제주도방언집』 초판본(1947), 조문제 기증, 14.7×20.8cm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편 <제주도방언집>에는 총 7,012개의 제주도 방언과 표준어가 제시되어 있고, 제2편 <고찰>에는 제주어와 육지 방언(전라, 경상, 함경, 평안 지역), 외국어(몽골어, 중국어, 만주어, 일본어), 고어의 관계에 대해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3편 <수필>에는 제주도의 관용어, 생활어, 친족어, 의성의태어, 동식물 관련어, 속담, 민요 등이 지식백과의 형식으로 쉽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고재ᄲᅡ진말(쓸데없는 말)’, ‘수랑곤ᄯᅥᆨ(쌀떡)’, ‘ᄭᅪᆼ(뼈)’, ‘무사(왜)’ 등 제주도에서 쓰는 특이한 어휘들이나, 제주 방언에 남아있는 ‘아래아(ㆍ)’ 소리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띕니다. ‘ᄋᆞ’ 소리는 모음의 조음 위치를 설명하는 그림을 통해 ‘오’ 소리와 ‘어’ 소리의 중간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 『제주도방언집』
▲ 『제주도방언집』
‘기시린 도야지가 ᄃᆞ라멘 도야지 타령ᄒᆞᆫ다(그슬린 돼지가 달아 맨 돼지 타령한다)’와 같은 제주 속담을 통해 제주의 삶과 문화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옛날 제주 지역에서는 돼지를 도살할 때 대개 목을 매달아 죽인 다음 불로 털을 그슬렸습니다. 그슬린 돼지는 매달린 돼지보다 더 참담한 처지이기 때문에, 매달린 돼지에게 무언가 말을 할 처지가 아닙니다. 제주 지역에서는 남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비웃을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빗댈 때 이 속담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밖에 ‘나것 일코 나함박 버른다’, ‘돗 ᄑᆞᆯ아 ᄒᆞᆫ 냥 개 ᄑᆞᆯ아 닷 돈 ᄒᆞ니 양반인가’ 등 제주 지역의 언어 특징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속담이 실려 있습니다.
‘나것 일코 나함박 버른다(내 것 잃고 내 함박 깨뜨린다)’:
소중한 것을 다 내주었는데도 함박까지 깨뜨려, 도움을 주고서도 손해를 보는 경우를 빗대어 말하는 속담
‘돗 ᄑᆞᆯ아 ᄒᆞᆫ 냥 개 ᄑᆞᆯ아 닷 돈 ᄒᆞ니 양반인가(돼지 팔아 한 냥, 개 팔아 닷 돈 하니 양반인가)’:
양반의 가치를 개와 돼지의 값에 비유하여 양반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속담
석주명은 동식물의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에도 힘썼습니다. 그의 저서 『조선 나비 이름 유래기』(1947)에는 ‘각시멧노랑나비, 떠들썩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번개오색나비, 수풀알락팔랑나비, 시가도귤빛부전나비, 은점어리표범나비, 청띠신선나비’ 등 총 248종의 나비가 한글 이름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나비의 특성에 따라 우리말로 특색 있게 이름 지은 것인데, 우리말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볼 수 있습니다. 석주명은 일제의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 〈사투리는 못 참지!〉 포스터
우리말을 사랑한 국학자 석주명의 『제주도방언집』(1947)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석주명의 일대기 등은 석주선기념박물관의 설명을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