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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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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장품 이야기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의
리플릿과 포스터
(2011년 기증 유물)
한글을 무용예술을 통해 창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1991년부터 꾸준히 한글을 형상화한 춤을 무대에 올려온 분이 계십니다. 바로 2022년 향년 77세에 별세하신 밀물예술진흥원 이사장 겸 한양대 명예교수를 역임하신 고(故) 이숙재 기증자입니다.
2014년 10월 9일, 개관을 맞이한 국립한글박물관의 잔디밭에서는 여러 축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그중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공연은 <움직이는 한글>이라는 춤으로, 이숙재가 창단한 밀물 무용단의 작품이었습니다.
▲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식에서 공연된 한글춤(2014. 10. 8.)
기증자 이숙재는 한글춤 프로젝트를 평생에 걸쳐 개발해 왔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무용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수강하는 과목의 담당교수가 내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한글춤은 현재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1980년도 미국 뉴욕에서 유학할 때, <소재 개발>이라는 과목이 있었어요. (중략) 한글이 어떻게 문화가 될 수 있는지 전 참 생소했어요. 그때는 한글로 춤을 만든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지금 활자체도 다양하지 않습니까. 똑같은 글씨를 흘림체로 쓰느냐, 크게 쓰느냐, 작게 쓰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한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보는 사람에게 어필하는 게 달라진다는 거죠. 인간의 신체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 동작들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느낀다는 거에도. 그러니까 조명과 의상과 음악들이 어우러져서 인체의 기능과 합체됐을 때 나타나는 효과, 그것이 시각예술인 무용의 극대화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이숙재
그녀는 뉴욕에서 공부를 마친 후 한국에 들어와 1984년 『밀물현대무용단』을 창단하였습니다.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85년 창단공연‘제1회 밀물춤판공연-세 개의 움직임이 만나는 무용축제’를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공연을 주도하면서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1991년, 그녀는 제13회 대한민국무용제(현 서울무용제)에서 첫 한글춤 <홑소리, 닿소리>를 선보였습니다. 귀국 후 한글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그녀는 국어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등을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연구해 온 결과와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하여 글자와 무용을 접목하게 된 것입니다. 1990년도는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없어질 때였는데, 당시 이 공연이 신문에 대서특필 되면서 한글 정책 관련 기관 담당자들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 밀물현대무용단 리플릿(홀소리, 닿소리)
* 세종대왕 탄신 596돌을 기념해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공연한 <홀소리, 닿소리> 리플릿
제가 1991년에 <홀소리, 닿소리>로 공연을 시작했거든요. 한양대학교에 부임하면서 찾아보니까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어정책과가 있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도 있고, 한글학회도 있었어요. 가서 이런 일을 해보겠다고 하니까 모두 다 놀라는 거예요. 어떻게 한글 명인도 아닌 현대무용 하시는 분이 한글을 가지고 춤을 만들 수 있느냐며 모두 다 의아해했어요. 제가 <홀소리, 닿소리>란 걸 가지고 처음으로 대한민국 무용제에 출품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아주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이숙재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녀가 한글의 창제 과정과 그 의미를 춤으로 재창조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무용만을 해 왔던 흐름을 깨고 한글을 토대로 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그녀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무대를 구상하는 것도, 학계의 전문가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모두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무용하는 예술가들을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각계각층의 한글학자들이 앞다투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보다 널리 알리고 예술로 구현하고자 한 그녀에게 전문 지식을 나누어 주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한글춤은 단순히 한글을 시각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글의 탄생 원리를 재해석하여 우리글의 모음과 자음의 살아 숨 쉬는 듯한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더불어 그 안에는 한글 창제가 담고 있는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까지도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1991년 이후 그녀는 매년 한글이 지니는 정신과 형태를 ‘춤 언어’로 형상화하는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국내외 공연을 거듭하면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들의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 밀물현대무용단 리플릿(한글누리)
* 세종대왕 탄신 550돌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공연한 <한글누리> 리플릿
▲ 밀물현대무용단 포스터(2003 한글 밀레니엄)
*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Wilshire Ebell Theater에서 공연한 <2003 HANGUL MILLENNIUM> 포스터
▲ 밀물현대무용단 포스터(2003 한글 밀레니엄)
*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Wilshire Ebell Theater에서 공연한 <2003 HANGUL MILLENNIUM> 포스터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를 바탕으로 응용해서 춤을 만들었어요, 우리 현대무용은 몸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습니까? ㄱ도 그냥 처음부터 ㄱ이 나온 것이 아닐 거예요. 수십 가지 실험을 거쳐서 ㄱ이란 것이 탄생되었듯이, 그 과정을 그려서 한글이란 글자를 몸으로 다 표현했죠(중략)
공부를 해 보니까 한글이 천지인에서 시작됐더라고요. 하늘과 땅, 사람, 이 셋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건데, 그중에 천에 대한 것을 하겠다 그러면 하늘은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빛을 주면, 동식물이 자라고... 이런 식으로 무궁무진합니다. 하나의 동화를 만드는 거죠. -이숙재
이러한 그녀의 공로가 인정되어 2003년 10월 17일 외솔상 실천 부문 수상자로서 단상에 선 그녀는 무용예술을 통해 창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고자 하는 자신에게 한글은 영감과 상상력을 궁금해 준 놀라운 생명력이었다고 말하며 ‘추상적인 총체무’로서의 한글 무용을 추구해 오면서 한글이 지니는 미적 감각을 새로운 조형미로 창조하고자 하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정신과 흥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민족문화 창달에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개인 또는 단체에 국가가 수여하는 ‘세종문화상’에 2010년 ‘예술’ 부문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세종문화상은 28회까지는 민족문화 학술 교육 통일외교 사회봉사 5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내 왔는데 29회부터 민족문화 학술 예술 국제협력 사회봉사 5개 부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렇듯 이숙재 기증자의 활동은 한글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국립한글박물관의 개관위원으로서 소임을 다한 후 박물관후원회 이사직을 맡아 박물관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 박물관을 짓는 데에도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들이 같이 노력했고, 또 한글날이 국경일로 다시 지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노력을 했습니다. 국회에 가서 공청회도 하고, 공연도 했어요. 결국 국경일이 다시 되어 저희도 한시를 좀 놓았죠. -이숙재
아직도 한글 문자의 형태가 예술적 차원, 미학적 차원으로 이끌어가기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숙재 기증자가 일구어낸 현대무용 분야뿐만 아니라 한글을 예술과 융합하고자 하는 다양한 작업과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널리 시도되어 왔으며 의미 있고 실험적인 결과물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글은 문자적 기능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서예, 회화, 그래픽, 춤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키네틱 아트, 디지털 아트, 커뮤니케이션 아트, 레이저 아트 등 다양한 형태의 첨단 예술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한글을 우리 삶의 미학으로 새롭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문자의 역사. 그것은 6천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일구어낸 인류의 서사시이며,
메소포타이마에서 황하에 이르기까지의 문화가 담긴 장대한 파노라마이자 영감에 가득 찬 예술세계이다.
문자는 인류문명의 주춧돌이며 그 역사는 인류가 물려받은 기억의 총량이다.
-조르주 장 (프랑스 언어학자)
한글의 탄생 - 그것은 문자의 탄생이자 지(知)를 구성하는 원자(原字)의 탄생이기도 하고,
‘쓰는 것’과 ‘씌여진 것’, 즉 에크리튀르(écriture)의 혁명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미를 만들어 내는 게슈탈트(Gestalt)의 혁명이다.
- 노마 히데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