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참여 행사

  • 옅은 분홍색 배경이 펼쳐져 있고, 왼쪽 상단에는 진한 분홍색 말풍선이 있다. 이 안에 하얀색으로 ‘8월 참여 행사’라고 적혀 있다. 배경의 왼쪽, 오른쪽 상하단에 태극기의 건, 곤, 감, 리가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 하얀색 배경의 네모가 그려져 있다. 네모의 가운데에서 한 여자아이가 두 손으로 큰 연필을 들고 있다. 아이의 오른쪽에는 회색 원이 있고, 그 안에 하얀색으로 그려진 물음표가 있다. 네모의 왼쪽 상단에 한 아이가 엎드려 있다. 네모의 왼쪽 하단에 하회탈이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한 여자아이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두 손으로 태극기의 건, 곤, 감, 리 중 곤을 잡고 있다. 참여 행사 광복절 특집!
    한글과 함께한 유물과 인물은?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이응셋’이라는 이름의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이예연 디자이너가 있다. 그는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왼손은 마이크를 쥐고 있는 오른손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 이예연 디자이너의 목에는 노란색 줄이 있는데 아래로 길게 처져 있다. 줄 밑에는 노란색과 네모로 이뤄진 카드가 있다. 이예연 디자이너의 왼쪽에는 노트북이 있고, 그 밑에 받침대가 있다.

반갑습니다 “한글 기반의 디자인은
문화를 계승, 확장하는 힘”
이예연 디자이너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은 ‘방언’을 주제로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팔도의 말 풍경’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시각 디자이너들이 문학 속 방언을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8월 호에서는 박태원, 「천변풍경」을 통해 서울 방언을 시각화 디자인한
이예연 디자이너를 만나보았습니다.
문자와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다채로운 활동 중인 이예연 디자이너가 주목한
한글 기반 디자인의 문화적 가치, 그리고 예술적 메시지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천변풍경」 속 서울 방언의 음성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목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저는 현재 ‘이응셋’이라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디자이너 이예연입니다. 2016년에 ‘이응셋’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한 후, 그래픽디자인을 기초로 다양한 기관과 사업체를 위한 정체성 구축, 브랜딩, 홍보물, 편집물 등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서울특별시가 주최, 주관한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에서 이예연 디자이너가 맡았던 키 비주얼 디자인 사진이 있다. 사진 가운데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이 있다. 건물 상단에 전광판이 있는데, 전광판의 가운데 오른쪽에는 ‘서울라이트 광화문’이라는 검정색 글씨가 새겨졌다. 글씨 왼쪽에는 ‘서울라이트 광화문’을 영어로 적은 문구가 있다. 사진 하단에는 검정색 자동차 두 대가 엇갈린 채 출발하고 있다. ▲ 서울특별시가 주최, 주관한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에서
이예연 디자이너가 맡았던 키 비주얼 디자인
출처: 이응셋 홈페이지

인터뷰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에서 문학 속 방언을 재해석하는 ‘팔도의 말 풍경’에 참여해 주셨는데요. 어떤 작품을 맡으셨으며, 작업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고, 디자인을 통해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먼저 올해 기획 전시인 <사투리는 못 참지!>의 방언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는 전시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서울 방언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는 동안 육성으로 들을 수 없는 과거 방언의 음성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서울 사투리가 관심을 받으며 친숙함을 느꼈고, 제가 직접 서울에서 생활하며 익힌 과거 서울 사투리의 뉘앙스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결국 소설이 쓰였던 1930년대 서울 방언의 음률적 특징을 더 뾰족하게 재현할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청계천 일대의 풍경과 분위기, 서울 사람들의 사투리를 잘 포착했습니다. 특히 청계천변에서 빨래하는 여성들이 비웃(청어)값이 너무 올랐다며 투정하는 대화로 시작하고, 청어를 뜻하는 단어 비웃과 ‘비싸우’, ‘을말’ 같은 고모음화(모음 체계 내의 중모음이 고모음으로 상승하는 현상) 표현을 강조했습니다. 소설을 읽은 뒤 과거에 녹음된 서울 방언 관련 청각 자료를 찾아보며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료를 종합하며 느낀 점은 과거의 말씨에 올곧은 기백과 어떤 기운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소리에 형상이 있다면 방향성이 앞을 향해 뻗어 있고, 힘이 쏠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만큼, 암울한 시대상과 팍팍한 삶 속에서도 곧은 태도로 살아가는 1930년대 서울 사람의 말씨를 생각하면서 당찬 획의 대비와 발화된 소리의 힘, 억양을 반영해 강조된 닿자(자음)를 적용했습니다.

올해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이예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서울 방언 사진이 있다. 배경은 검정색인데, 사진의 상단부터 하단에 걸쳐 「천변풍경」 속 서울 방언인 ‘요새, 웬 비웃이 그리 비싸우? 아아니, 올말 주셨게요?’라는 문장이 펼쳐져 있다. 문장의 뒤로는 짙은 황금색과 회색으로 이뤄진 원들이 그려져 있다. 글씨의 색으로는 짙은 황금색과 회색 등이 어우러졌다. ▲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팔도의 말 풍경'에서
이예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서울 방언

인터뷰어

「천변풍경」 디자인 작업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한글을 기반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소설을 읽은 뒤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1920년대 조선어 발음을 녹음한 청각 자료를 접했는데, 이 자료가 인상 깊었습니다. 청각 자료에는 언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극로 선생님의 육성이 담겼습니다. 현존하는 한국어 음성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인데, 일제의 탄압으로 조선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이극로 선생님이 1928년에 프랑스 소르본대학의 구술 아카이브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서 목소리를 기록한 자료였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앞서 언급했던 과거 사람들의 올곧고 당찬 힘이 느껴지는 말투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글과 한국어가 수많은 사람의 애정과 노력이 쌓여 있는 소중한 대상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글을 기초로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꼽자면, 모국어를 다루고 표현하기에 가능한 한 뾰족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건드리는 뉘앙스를 고민하고 포착해 시각적인 표현법을 찾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통용되는 시각적 문법 위에 새롭고 신선한 시도와 장치를 적절히 접목하는 방법을 찾는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국립한글박물관과의 작업이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2023년 달력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셨는데요. 작업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이고, 디자인을 통해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국립한글박물관과의 작업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작업에서 중점을 둔 포인트는 ‘전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요 모티프와 콘셉트는 『한국의 꽃들과 전설 Flowers and Folk-Lore from far Korea』이라는 자료의 그림과 원문에서 얻었습니다. 이 책은 1912년, 선교사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플로렌스 크레인이 순천에 머무르며 관찰한 148종의 한국 야생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녀의 섬세한 수채화 그림과 함께 한국 고유의 꽃 이름, 쓰임새, 그리고 꽃과 관련된 전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달력과 패키지 전반을 관통하는 디자인 요소로 수채화 기법의 은은한 그러데이션을 적용하여 꽃잎이 연상되는 느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달력 페이지와 패키지에서 이 같은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여 한국의 야생화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채, 플로렌스 크레인의 섬세한 감각과 시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달력의 그래픽 디자인에서 중심이 되는 요소는 한글 타이포그래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꽃들과 전설』에 실린 플로렌스 크레인의 꽃 삽화와 함께 1912년 당시의 꽃 이름과 원문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1월 동ᄇᆡᆨ나무(동백나무), 3월 할머니ᄭᅩᆺ(할머니꽃), 4월 복송아(복숭아), 10월 초룡ᄭᅩᆺ(초롱꽃) 등 지금과는 다른 정겨운 꽃 이름과 발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1912년 당시의 사람들이 꽃을 어떻게 불렀는지, 그리고 꽃에 얽힌 이야기와 활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 각 월의 꽃 이름과 숫자에서 과거 서간체의 섬세한 필체와 감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나타내고자 한글의 흘림체 디테일을 추가해 본 달력 패키지만의 독특한 포인트 요소로 표현했습니다.

왼쪽 사진의 배경은 회색이고, 가운데에 2023년도 국립한글박물관 달력 두 개가 있다. 왼쪽 달력의 오른쪽 상단에는 검은 글씨로 ‘10 시월’이라고 적혀 있다. 글씨 왼쪽에는 10월의 각 요일이 있다.

오른쪽 사진의 배경도 회색이다. 가운데에 2023년도 국립한글박물관 달력 한 개가 있다. 달력의 가운데에 옛 한글로 ‘할머니꽃’이라는 글씨가 세로로 쓰였다. 글씨 왼쪽과 오른쪽에 할머니꽃이 있다. 달력의 오른쪽에 세로로 ‘삼월 할미꽃’이라고 적혔다. 달력 왼쪽에는 할머니꽃에 대한 이야기가 세로로 쓰여 있다.

▲ 이예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국립한글박물관의 2023년도 달력
인터뷰어

꾸준히 한글 관련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셨는데, 이렇듯 한글에 기초한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그래픽디자인에서도 특별히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양한 언어권의 텍스트를 다루는데, 특별히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위에서 한글 서체를 이미지로 다룰 때 더 큰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글과 시각적 장치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독특한 어조와 커뮤니케이션도 좋아합니다. 여러 디자인 실무를 하고 있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학 텍스트에 관심이 많아 한글 기반의 디자인 작업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편, 학부 시절에는 이미지와 한글 텍스트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 싶어서 한글 타이포그래피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한글 텍스트 자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되며 교양 과목으로 국문학 수업을 많이 듣던 중에 전공 수업도 찾아 듣게 됐습니다.

문화를 계승, 확장하는
한글 기반의 디자인

이예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연수문화재단의 ‘2022 공실공실 예술프로젝트’ 홍보물 사진이 있다. 사진 가운데에 전봇대가 있고, 전봇대의 왼쪽과 오른쪽에 ‘2022 공실공실 예술프로젝트’ 홍보물이 하나씩 걸려 있다. 홍보물의 상단에는 검정색으로 ‘공실’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 ‘2022 공실공실 예술프로젝트’라는 문구가 위치했다. 홍보물의 하단에서는 짙은 녹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졌고, ‘2022 공실공실 예술프로젝트’ 의 개최 장소와 날짜가 검정색으로 새겨져 있다. ▲ 이예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연수문화재단의 ‘2022 공실공실 예술프로젝트’ 홍보물

인터뷰어

한글 기반의 디자인이 관람객에게 어떤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한글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사고방식, 소통 체계를 담아내는 문화적 걸작이자 유산으로,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쓰이고 재탄생되는 현대적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한글을 단순히 소통을 위한 문자 체계로만 여기지 말고,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접목해 나가면 그동안 쌓아온 문화를 더 튼튼하고 풍부하게 계승 및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글 창제의 기본 원리가 매우 시각적이고 구조적, 형태적으로 정교하기에 다양한 접목과 재탄생이 용이하다고 봅니다. 이에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님께서 서체 디자인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디자이너님께 ‘한글’과 ‘한글 서체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서체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조형적인 완성도와 균형, 가독성과 시각적인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와 얼굴을 가진 서체여야 하는가’도 끊임없이 고려합니다. 이 부분이 서체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고유한 DNA가 되어 문자의 구성 요소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또 문자의 문맥과 용도에 따라 적합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부분에도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저에게 한글은 우리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한글을 디자인할 때 더 특별한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에 시각적 요소를 다루는 작업자로서 한글과 디자인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글이 문화적 영향력과 에너지도 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예술적 접목과 시도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풍부하게 표현해 우리 문화가 더 폭넓게 전해지고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한글은 단순히 글자를 넘어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도 한글과 디자인으로 우리 문화의 매력을 전하고, 다양한 시각적 실험과 창의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글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이예연 디자이너>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4383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국립한글박물관
대표전화 02-2124-6200, 단체 관람 02-2124-6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