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참여 행사

  • 진 하늘색 배경이다. 가장 왼쪽에는 주황색 띠를 두른 하늘색 선물 상자에 초록색 후드티를 입고 한 손에 핸드폰을 쥔 남자가 들어가 있다. 그 옆에는 회색 옷을 입고 주황색 바지를 입은 남자가 큰 선물 상자를 들고 있다. 가운데에는 ‘참여행사 <소장품 이야기> 읽고 문제를 맞혀보세요!’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에는 작은 노란색 선물 상자, 파란색 스트라이프로 된 선물 상자, 분홍색 배경에 노란색 동그라미가 작게 그려져 있는 선물 상자가 놓여 있다. 분홍색 선물 상자 위에 주황색 동그라미 모양의 상자가 있다. 사진의 오른쪽과 왼쪽 모서리에는 남색과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짧은 직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져 있다. 참여 행사 소장품 이야기 읽고
    문제를 맞혀보세요!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장품 이야기 사진. ‘천로역정’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오른쪽 페이지의 오른쪽 상단에는 ‘긔독도가 뎐도의게 도ᄅᆞᆯ 밧다’라고 적혀 있다. 그 옆에는 풍속화가 김준근의 삽화가 그려져 있는데, 갓을 쓰고 짚신을 신은 남자와 그에게 책을 내밀고 있는 봇짐을 멘 남자가 그려져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옛날 한글로 쓰여 있는 ‘천로역정’ 본문이 있다.

소장품 이야기 천국을 향한 긔독도의 모험
『천로역정』

우울로부터 벗어나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십니까? 어리석은 행동을 떨쳐 내고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으십니까? … 만일 그렇다면 여기 제가 쓴 책을 펼치고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모두 파묻어 보십시오.

존 번연, 『천로역정』 저자의 말

세상의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얻는 것,
그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온 주제일 것입니다.
여기 남루한 옷을 입고 무거운 짐을 진 채,
천국을 찾아 나선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작가 존 번연이 쓴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입니다.

주황색 폴더 그림이 있고, 그림 왼쪽 위에 ‘성경에 버금가는 기독교 소설 한글로 번역되다‘라고 적혀 있다. 글자 아래에는 전통적인 한국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있다. 금발 머리의 외국인 남자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고, 흰색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거나 혹은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1670년대 존 번연의 소설’, ‘주인공 크리스천이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그리다’, ‘한국에서 1895년에 번역본 출간’.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은 1678년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주인공 크리스천(Christian)이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소설로 그려냈습니다. 1670년대에 나온 책이 1885년에 이미 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에 번역본이 출판되었습니다. 번역에는 선교사 제임스 게일(James S. Gale)과 그의 부인 해리엇 깁슨(Harriet E. Gibson), 한국인 교인 이창직이 참여했습니다. 1888년 조선에 온 게일은 다양한 번역과 창작을 통해 선교 활동을 펼쳤는데, 『천로역정』의 번역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한글 번역본에서 주인공 크리스천(Christian)은 ‘긔독도’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긔독도’는 자신이 살던 ‘쟝망셩’을 떠나 순례를 떠납니다. 여행길에서 ‘우울리’에 빠지거나 ‘회의, 심경, ᄒᆡ타, 위션’ 등을 만나는 어려움을 겪지만, ‘은조, 인ᄌᆞ, 효시, 진츙’ 등의 도움으로 마침내 ‘텬ᄉᆞ’를 만나 ‘텬국’에 이르게 됩니다. 한글 번역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종교적 단어를 한자어 또는 우리말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는데, 기독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람 이름이나 지역 이름 같은 고유명사를 별도로 풀이해 두기도 하였습니다.

구분 단어 풀이 비고
사람의 이름 긔독도 긔독의 뎨ᄌᆞ라 ᄒᆞᄂᆞᆫ ᄯᅳᆺ시라 기독의 제자(예수의 가르침을 받은 자)
회의 의심 만흔 ᄯᅳᆺ시라 의심이 많은 사람
심경 뇰난다 ᄒᆞᄂᆞᆫ ᄯᅳᆺ시라 잘 놀라는 사람
위션 거ᄌᆞᆺ 착ᄒᆞᆫ 톄 ᄒᆞᄂᆞᆫ ᄯᅳᆺ시라 거짓으로 착한 체 하는 사람
은조 도아주ᄂᆞᆫ ᄯᅳᆺ시라 도와주는 사람
효시 사ᄅᆞᆷ을 ᄭᆡ닷게 ᄒᆞᄂᆞᆫ ᄯᅳᆺ시라 사람을 깨닫게 하는 사람
셩실 진실ᄒᆞᆫ 거ᄉᆞᆯ 가ᄅᆞ친 ᄯᅳᆺ시라 진실한 것을 가르치는 사람
땅의 이름 쟝망셩 쟝ᄎᆞᆺ 멸망ᄒᆞᆯ ᄯᅳᆺ시라 장차 멸망할 땅
우울리 걱졍 모아 넛ᄂᆞᆫ 구덩이라 걱정을 모아 넣는 구덩이
슈ᄒᆡᆼ촌 ᄒᆡᆼ실 닥ᄂᆞᆫ 마을이라 행실을 닦는 마을
혼미향 혼미ᄒᆞᆫ 마을이라 혼미한 마을
긔신향 밋ᄂᆞᆫ ᄆᆞᄋᆞᆷ 버리ᄂᆞᆫ ᄯᅳᆺ시라 믿음을 버리는 마을
ᄎᆔ디 즐거온 ᄯᅡ이라 즐거운 땅
ᄉᆞ하 죽ᄂᆞᆫ 물이라 죽음의 강

이와 더불어 본문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타날 때, 사람 이름일 경우 줄 하나를 긋고 땅 이름일 경우에는 줄 두 개를 그어 둠으로써 단어 풀이를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낯설거나 어려운 말을 보고 당황할 독자들을 배려한 편집 부호였던 것이죠.

책 ’천로역정‘의 한 페이지이다. ‘긔독도’라는 글자 옆에 세로로 줄이 하나 그어져 있다, ▲ 사람의 이름(긔독도) 예시

책 ’천로역정‘의 한 페이지이다. ‘우울니’라는 글자 옆에 세로로 줄이 두 개 그어져 있다. ▲ 땅의 이름(우울니) 예시



주황색 폴더 그림이 있고, 그림 왼쪽 위에 ‘전통적 목판과 신식 연활자로 두 번 간행된 『천로역정』’이라고 적혀 있다. 글자 아래에는 왼쪽에 ‘목판본 천로역정’의 실제 인쇄본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확대한 페이지가 빨간색 테두리로 강조되어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배재학당 삼문출판사 간행’, ‘인쇄 비용이 연활자본에 비해 높게 책정’이라는 설명글이 적혀있다. 아래쪽에는 ‘신연활자본 천로역정’의 인쇄본이 있으며, 이 역시 확대한 부분이 빨간 테두리로 강조되어 있다. 확대된 부분은 목판본과 다르게 활자 크기가 더 작고, 글자가 밀집된 모습이다. 사진 오른쪽에는 ‘중국 상해에서 신식 연활자로 간행’, ‘목판본에 비해 책과 글자의 크기가 작음’이라고 적혀 있다.

『천로역정』의 번역본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간행되었습니다. 하나는 서울의 배재학당 삼문출판사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되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상해에서 신식 연활자로 간행되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1895년에 간행되었는데, 목판본에 비해 인쇄 비용이 저렴한 연활자본을 함께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는 목판본 『천로역정』(2책)과 신연활자본 『천로역정』(1책)이 모두 소장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내용과 한글 표기, 삽화 등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신연활자본은 목판본에 비해 책과 글자의 크기가 작습니다.

목판본 『천로역정』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갓을 쓰고 짚신을 신은 남자와 그에게 책을 내밀고 있는 봇짐을 멘 남자가 그려진 삽화가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세로로 배열된 한글 텍스트가 인쇄되어 있다. ▲ 목판본 『천로역정』
장면1 긔독도가 뎐도의게 도ᄅᆞᆯ 밧다

신연활자본 『천로역정』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갓을 쓰고 전통 한복을 입고 있는 세 명의 인물이 그려진 삽화가 있다. 세 사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인물들 뒤로는 간단한 산과 구름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세로로 배열된 한글 텍스트가 인쇄되어 있다. ▲ 신연활자본 『천로역정』
장면1 긔독도가 뎐도의게 도ᄅᆞᆯ 밧다



주황색 폴더 그림이 있고, 그림 왼쪽 위에 ‘풍속화가 김준근 손에서 표현된 갓 쓴 긔독도와 날개옷 입은 천사들’이라고 적혀 있다. 글자 아래에 화가를 묘사한 일러스트가 있다. 화가는 흰색의 전통 하복을 입고 있고 바닥에 앉아서 한 손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작업하는 종이에는 김준근이 그린 『천로역정』 삽화가 그려져 있다. 화가의 옆에는 흰색 꽃병이 있고 그 안에는 붉은색 꽃이 꽂혀 있다.

『천로역정』에는 본문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42개의 삽화가 실려 있습니다. 그림은 풍속화가로 잘 알려진 기산 김준근(金俊根, ?~?)이 그렸는데, 내용이 퍽 재미있습니다. 서양에서 묘사하는 천사, 천국, 전도자 등의 모습을 우리나라 풍속에 맞춰 변형해 그린 것입니다.

 『천로역정』의 12번째 삽화이다. 긔독도가 십자가에 이르자, 그의 짐(죄의 봇짐)이 저절로 벗겨지고, 천사들이 더러운 옷을 벗기고 흰옷을 입혀 주었다는 내용을 표현한 그림이다. 천사들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긴 소매와 풍성한 옷을 입고 있고 머리에는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다. 천사들은 긔독도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으며, 긔독도는 앞에 있는 십자가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 12장면
긔독도 십ᄌᆞ가에 다다ᄅᆞ 죄짐을 벗ᄉᆞ니 텬ᄉᆞ가 흰옷ᄉᆞᆯ 닙히다

 『천로역정』의 21번째 삽화이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악귀를 만난 긔독도가 기도를 통해 두려움을 떨쳐내고 무사히 골짜기를 빠져나온 내용을 표현한 그림이다. 동양적 갑옷을 입은 긔독도가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고, 그 뒤에는 날개를 단 악마가 긔독도를 위협하고 있다. ▲ 21장면
긔독도가 악귀ᄅᆞᆯ 만나 긔도ᄒᆞ다

『천로역정』에 실린 12번째 삽화는 긔독도가 십자가에 이르자, 그의 짐(죄의 봇짐)이 저절로 벗겨지고, 천사들이 더러운 옷을 벗기고 흰 옷을 입혀 주었다는 내용을 표현한 것입니다. 천국 여정에 나선 긔독도는 갓을 쓰고, 봇짐을 메고, 짚신을 신고 있으며 그의 옷을 갈아입히는 천사들은 마치 선녀처럼 하늘거리는 날개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1번째 삽화는 죽음의 골짜기에서 악귀를 만난 긔독도가 기도를 통해 두려움을 떨쳐내고 무사히 골짜기를 빠져나온 이야기입니다. 서양적인 악마의 모습과 긔독도가 입고 있는 동양적 갑옷이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원서의 삽화를 참고하되 등장인물의 복식이나 생김새, 배경이 되는 장소의 묘사를 우리 정서에 맞춤으로써, 기독교를 낯설게 여길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간 것입니다.

고된 현실 속 절대자에 대한 의지, 알 수 없는 죽음 너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종교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한글로 번역된 『천로역정』 또한 천국에 대한 열망과 천국 가는 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당시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하게 읽혔을 것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울에서 벗어나 기분을 전환하고, 어리석음을 떨치고 밝고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긔독도의 모험에 동참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미미(전시운영과 학예연구관)

04383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국립한글박물관
대표전화 02-2124-6200, 단체 관람 02-2124-6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