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웃음 참여 행사

  • 한박웃음
    소식지의 이름 ‘한박웃음’은
    2018년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름으로
    ‘함박웃음’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한박웃음’에서 ‘한박’은 국립한글박물관을
    의미합니다.
    ‘한박웃음’의 글씨는 ‘민체民體’로 유명한
    여태명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사진. ‘안녕하세요?’가 적힌 흰색 반팔을 입고 있는 강병구 교수가 들고 있는 상패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반갑습니다 포르투갈에서 30여 년간
한국어 전파 외길을 걷다
강병구 교수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지기 전,
이미 30년 전부터 지구 반대편 포르투갈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알린 이가 있습니다.
바로 강병구 교수입니다. 그는 현지 대학 최초로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고,
세종학당 설립을 이끌며 한글 확산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강병구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글의 매력과
현지에서 몸소 느낀 한국어 열풍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한국학 과정을 유지하겠다는 사명감으로
30여 년 이끌어 온 한국어 교육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하고 1984년 장학생으로 포르투갈에 유학을 와서 37년 동안 한국어 보급에 힘써 온 강병구입니다. 1988년에 포르투갈 최초로 신리스본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NOVA FCSH)에 한국학(한국어·한국문화) 과정을 개설하여 25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2013년에는 같은 대학에 리스본 세종학당을 개원하여 지금까지 운영요원 겸 현지 교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교수님께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와 포르투갈 현지 대학 최초로 한국학 강좌를 개설한 과정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저는 1986년 하반기에 신리스본대학 대학원의 서양사 과정에 진학했는데, 그 당시 교수님 중 한 분이 대학 내 동양연구소 소장이셨습니다. 당시 동양연구소에는 중국학 과정과 일본학 과정은 이미 개설돼 대학 내 선택과목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포르투갈에서도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교수님께서 한국어·한국문화 과정을 개설하여 제가 맡아서 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렇게 한국학 과정을 개설해 1988년 하반기부터 대학 내 선택과목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한국어 교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초기에는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재정적 지원 없이 오직 한국학 과정을 유지하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인터뷰어

그동안 포르투갈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와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지금처럼 한국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990년과 1996년에 제자들과 함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연, 한국 영화, 도서 전시 등 ‘한국문화주간’ 행사를 개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찼던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1991년 단국대학교 체육학과에 전 학년 장학생으로 진학한 아나 크레스푸(Ana Crespo)를 시작으로 많은 제자가 정부초청장학생, 대학 장학생, 자비 유학생 등으로 한국에 유학을 가고 있으며 일부는 포르투갈로 돌아오지 않고 한국에서 취업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스본 세종학당에서 기초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 6급에 합격하고, 리스본 주재 한국 기관에 취업한 사례도 있습니다. 모두 제가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1990년 5월, 신리스본대학교 교내에서 열린 제1회 한국문화주간 때 찍은 사진이다. 젊은 강병구 교수가 중앙에서 환하게 웃고 있고, 그의 주변엔 한복을 입은 외국인 여성 3명과 양복을 입은 외국인 남성 4명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 1990년 5월, 신리스본대학교 교내에서 열린 제1회 한국문화주간

인터뷰어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시면서 느끼신 포르투갈 언어와 차별되는 한글만의 특별한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하는 포르투갈어와는 달리 한글은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를 익힌 후 이를 조합하여 어떠한 말소리라도 쉽게 표기할 수 있는 매우 논리적이고 단순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기본 동사가 대부분 불규칙 활용을 하여 하나하나 외워야 하는 포르투갈어에 반해 한글은 불규칙 활용 동사가 소수이고 그 불규칙성에도 어떤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생들 역시 한글 자모 창제 원리와 제자 원리의 과학성에 놀라고, 접두사와 접미사의 의미와 합성어의 이치를 알게 되면 매우 논리적인 언어라면서 감탄합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어로 번역이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의 표현에 있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강병구 교수가 한 손에 붓을 들고 다른 손으로 종이를 고정하며 붓으로 한글을 쓰고 있다. 그의 앞에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고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이 앉아 있는데, 강병구 교수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다.

내 삶의 전부 한글,
한국어 교육은 내 운명 같아

인터뷰어

교수님께서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신 한글과 한국어 열풍이 궁금합니다.

인터뷰이

포르투갈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해 1988년 하반기에 한국학 과정이 개설된 이후 10명 안팎이던 수강생 수가 2009년 하반기에 두 배로 급증했습니다. 2012년 하반기에는 수강생이 34명으로 증가하여 2013년 상반기에 세종학당 개원 신청했습니다. 여전히 포르투갈 내 한류 열기가 뜨거워 현재 수강생이 292명인 리스본 세종학당의 한국어 과정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구 55만 명의 수도 리스본을 제외한 다른 도시에서는 세종학당을 개원하거나 지방 대학에서 한국어 과정을 개설할 정도로 수요가 많지는 않습니다. 포르투갈 전 지역의 접근성을 위해 지방 출장 한글 워크숍을 확대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입된 온라인 과정의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리스본 세종학당 정기 야유회 중 케이팝 경연대회에 출전한 학생들과 강병구 교수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강병구 교수와 세 명의 외국인 여성은 모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고, 네 사람 모두 팔꿈치를 구부리며 열정 넘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리스본 세종학당 정기 야유회 중 케이팝 경연대회에 출전한 학생들

인터뷰어

지난 10월 9일 한글날,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한글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우선,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되어 큰 영광이며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25년 동안 오직 한국학 과정을 유지하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2013년 이후 리스본 세종학당을 발전시킨 노력의 결실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만 그동안 저를 믿고 열심히 도와준 포르투갈인 아내 아딜리아의 내조와 헌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포르투갈 내 한국어 교육과 한국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글은 제 삶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40년 전 유학 왔을 때는 공부를 빨리 마치고 귀국하여 한국 대학에서 한국어로 포르투갈어를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반대로 포르투갈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로 한국어를 가르칠 운명을 타고난 듯합니다.

<사진 출처: 강병구 교수>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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