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2017. 5.

한 권의 책을 100번씩 읽을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은 한문과 우리말이 달라 책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한글을 창제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도 나라도 바뀌었지만, 한글의 시작을 기록한 《훈민정음》은 그대로 남아 한글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인류 지식의 결정체라 불리는 책이지만, 최근에는 영상 매체의 발달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성된 경의선 책거리는 일상과 책을 합쳐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서울 마포구와 홍대 일대를 대표하는 문화거리로 조성된 경의선 책거리를 찾아가 보자.

연인과 가족과 함께 경의선 책거리에서 독서 산책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의 6번 출구로 나오면 폭 15~20m, 길이 250m에 달하는 경의선 책거리가 시작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경의선을 지하화하며 생겨난 2만 4천여 평의 부지를 도심 속 공원인 경의선 숲길로 탈바꿈시켰는데, 이 중에서도 경의선 책거리는 홍대입구역부터 와우교까지 이르는 산책로에 독서와 열차를 주제로 테마 공원을 만든 구간이다.

경의선 책거리에 방문하면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공원의 모습에서 절로 기찻길을 떠올리게 된다. 아직 남아있는 선로에 더해 공원 좌우로 펼쳐진 주택가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인 양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직사각형의 조그만 책방들이 늘어서 있고, 판매하는 책의 주제에 따라 ‘여행 산책’, ‘아동 산책’, ‘예술 산책’ 등의 간판이 붙어있다. 누구나 관심 분야의 책방에 방문해 자유롭게 독서를 즐기거나 원하는 책을 구입할 수 있다.

더불어 ‘창작 산책’에서는 도서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문화 공간’에는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책거리 명물 ‘책거리역’에서 사진 한 장~!

▲ 최고의 포토존 책거리역 경의선 책거리의 명물로는 책거리역, 도서 조형물 등의 포토존이 꼽히는데, 주말이 되면 수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방문해 저마다 이야기를 담아 사진을 찍곤 한다. 책거리 역에 더 이상 열차는 들어오지 않지만, 승강장 벤치는 여전히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고, 낡은 선로 위를 양팔 벌려 걷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책거리를 운영하는 마포구에서는 책거리 입구의 공간산책 다목적실에서 출판축제, 저자와의 만남, 요일별 문화행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경의선 책거리 공식카페에 방문해 선착순으로 예약하면 된다.

번화가에서 즐기는 조용함, 마포구 와우공원

▲ 마포구 와우산의 와우공원

책거리 끝 무렵의 와우 고가차도 아래쪽에는 와우산 와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와우산은 홍익대 뒤쪽의 나지막한 산으로 모양새가 흡사 소가 누워 있는 것 같아 와우산이라 불리게 됐다. 와우공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상권을 자랑하며 인파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홍대 인근에서 조용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심 공원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계단과 높이, 그리고 수풀 한가운데 난 산책로가 멋들어지게 이어져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지만, 실내 배드민턴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