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한글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매년 국립한글박물관에 찾아오는 수많은 어린이 관람객들은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을 궁금해 할까?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명쾌한 답변을 줄 수 있는 대상은 바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어린이일 것이다. 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누구보다 상세하고 친절하게 전시장을 소개해주는 어린이 해설사의 활동이 시작됐다.
어린이에게 꼭 맞는 해설은 어린이가, 어린이 해설사 운영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박물관 유물에 대한 새로운 해설을 제공하고자 어린이의 눈높이로 보는 <어린이 해설사 상설전시 해설>을 진행한다. 박물관은 지난 8월 전시관 내 주요 유물을 안내하는 어린이 해설사를 양성하기 위해 한글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5~6학년생을 선발하여 약 두 달여간 한글 유물, 전시 해설 방법 등에 대해 공부하고 실습 교육을 받았다.
한글박물관의 어린이 해설사로 선발된 총 8명의 어린이들은 지난 9월 23일 첫 번째 실습 활동을 시작으로 10월 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주 일요일마다 직접 해설사로 나설 예정이다. 특히 한글날 행사가 열리는 10월 8일과 9일 양일 동안에는 어린이 해설사의 특별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해설의 출발은 《훈민정음》
“안녕하세요, 국립한글박물관에 오신 것을 확인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날을 기념해 2014년 10월 9일에 개관했습니다. 저를 따라 세종 <어제서문>, 《훈민정음해례본》, 《훈민정음》 제자원리까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어린이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 내부로 들어선 관람객들은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준 커다란 선물, 《훈민정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만나본 어린이 해설사의 능숙한 해설에 “와 잘한다!”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관람객들은 어린이 해설사의 물 흐르는 듯한 안내를 따라 한글 창제의 원리를 배워나갔다.
▲ <세종 어제서문>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관객들
▲ 전시해설사와 함께 공부하는 어린이 해설사
조선 시대에 한글은 어떻게 사용됐을까? 생활 속으로 파고든 한글
▲ 《용비어천가》에 대해 설명하는 어린이 해설사
“《용비어천가》는 집현전의 7인의 학자들이 함께 만든 책으로, 《훈민정음》이 우리나라 말에 합당하게 쓰일 수 있는지 실험한 것입니다. 《용비어천가》의 2장을 함께 살펴보시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라고 적혀있습니다. 한자와 같이 쓰인 1장과는 달리 2장에는 오직 한글만이 쓰여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어린이 해설자에게로 안내 순서가 옮겨가자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눈길을 돌렸다. 두 번 해설사는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 《삼강행실도》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관람객들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난 한글의 모습을 살펴본 뒤 한글의 근대화를 살펴보는 ‘근대의 물결과 마주하다’ 코너로 이동했다.
한글의 근대화 보여주며 마무리된 해설
“딱지본 소설은 어린아이들이 갖고 노는 딱지처럼 표지가 알록달록하다 해서 딱지본이라 불렸습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춘향전》 다양한 제목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고, 한글을 보급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날의 마지막 코스는 한글의 근대 출판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딱지본 소설’과 한글 타자기로 대변되는 한글의 기계화를 알아보는 순서였다. 기계식 인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종 한글 신문과 잡지류, 소설 등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나오게 된 근대 한글의 발전상을 보여주며 해설은 마무리됐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이정희 씨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해설사들이 또박또박 설명해주는 유물들의 특징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며 “어린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되는 만큼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이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의 이은희 담당자는 “어린이 해설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안내할 수 있도록 두 달가량 열심히 교육했다”며 “우리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격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한글의 근대화를 이룬 한글 타자기를 돌아보는 관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