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낼려구…….” 대추 한 줌을 내어준다.
”
짧게 자른 머리에 교복을 입던 중고등학생 시절, 정자로 ‘국어’라 크게 쓰인 딱딱한 교과서 속에 이토록 설레는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누구나 사춘기를 떠올리게 할 그 이름 《소나기》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양평 ‘소나기마을’을 찾았다.
소설가 황순원의 삶과 작품 속 이야기, 양평 소나기마을
경기도 양평은 팔당호를 기점으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갈라지는 곳이다. 남한강 물길은 양평 군내를 끼고 돌며 여주의 세종대왕릉으로 향하고, 북한강은 청평호와 남이섬을 지나 인제까지 이어진다. 북한강 초입의 양평군 서종면에는 소설가 황순원(1915∼2000) 문학이 오롯이 담긴 ‘소나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소나기》의 주인공 소녀가 집안 사정이 나빠져 양평읍으로 이사를 가는 작중 대목에 따라 양평에 들어섰다.
황순원 작가는 평양 남동군에서 태어나 평양 숭실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표작인 단편 소설 《소나기》이외에도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 등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으며, 생전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을 남겼다.
인간 황순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마을 입구로 올라서면 크게 지어진 황순원 문학관이 먼저 눈에 띈다. 문학관 내부는 3가지의 주제로 나뉘어져있다. 제1전시실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영상과 유품 등을 직접 살펴보며 황순원 작가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작품 집필에 사용하던 만년필, 돋보기 등의 집필 도구는 물론 원고를 작성하던 생전의 서재까지 그대로 복원돼 있다.
▲ 소년과 소녀가 공부한 옛 교실처럼, ‘남폿불 영상실’
▲ 황순원 작가가 생전 사용했던 필기구와 생활소품
▲ 작품을 귀로 듣고 써볼 수 있는 공간 ‘작품 속으로’
제2전시실 ‘작품 속으로’의 입구에서는 <골목>, <늙는다는 것> 등 작가가 남긴 시를 감상하고, 전시실 내부에는 소설 속 다양한 장면을 입체 조형물로 살펴본다.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나던 개울, 6.25 전쟁 속에서도 이념 대신 우정을 택한 성삼이 덕재를 풀어주며 “어서 학이나 몰아오너라.”라고 말하던 장면 등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제3전시실의 “남폿불 영상실”은 소년 소녀가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공부하던 것을 테마로 만든 극장이다. 11분 길이로 제작된 만화 《소나기》를 감상할 수 있다.
숲길 산책하며 황순원 작품 속 공간 만나보길
문학관을 뒤로하고 나오면 탁 트인 소나기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수단 오솔길 옆에 위치한 황순원 묘역에는 황순원 작가와 부인 양정길 여사가 나란히 잠들어 있다.
중앙의 소나기 광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조성된 산책로는 길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짧게는 10분, 길게는 40여 분을 걸을 수 있다. 소설 《일월》을 주제로 한 ‘해와 달의 숲’,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가 송아지를 타며 놀던 장면을 재현한 ‘송아지 들판’ 등 작품 속의 이야기를 담아 만든 공간들이 산책로 내내 이어진다.
▲ 작품을 귀로 듣고 써볼 수 있는 공간 ‘작품 속으로’
▲ 《소나기》 속 송아지 들판을 재현해놓은 모습
▲ 소나기마을 한 편에 자리한 황순원 부부의 묘소
▲ 소나기 광장에 지어진 움막과 정자
물과 연잎 가득한 정원, 세미원
북한강과 남한강이 갈리는 길목에 자리한 세미원은 15년 전만 해도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에 ‘한강을 맑게, 아름답게, 풍요롭게’ 하자는 발상으로 정화사업을 시작했으며, 수생식물 중 수질과 토양 정화 능력이 탁월한 연꽃을 식재해 수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개원한 이래 연꽃단지, 사랑의 연못, 검은 잉어 연못 등을 조성했고 2009년에는 연꽃박물관까지 개관했다.
입구를 들어서면 먼저 오밀조밀하게 조성된 시냇물과 징검다리가 관람객을 반긴다. 물길을 따라 겅중겅중 뛰어 발길을 옮기니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장독대 분수가 힘차게 물길을 뻗어낸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패리기념 연못, 열대수련 연못, 빅토리아 연못 등 다양한 모양의 연못에 연잎이 가득 피어있다. 더불어 세미원은 야간 조명 시설을 완비해 10월 말까지 야간개장(오후 9시)하는 ‘수련 문화제’를 열고 있다.
▲ 시냇물 안에 조성된 징검다리
▲ 물을 뿜어내는 장독대 분수
▲ 세미원에 연꽃이 만개한 모습
▲ 연못 위 연잎과 한옥, 그리고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
나들이 Tip
▶ 소나기마을
- 주소 : 경기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 문의 : 031-773-2299
- 관람료 :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 이용시간 : 09:30 ~ 18: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누리집(홈페이지) : http://www.sonagi.go.kr
▶ 세미원
-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 문의 : 031-775-1835
- 관람료 :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 이용시간 : 09:00 ~ 21:00
- 누리집(홈페이지) : http://www.semiw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