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제57호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한글 나누기 1

지속적인 한글디자인 실험의 장, “한글실험프로젝트”
<소리×글자: 한글디자인>전 개최

김은재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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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은 매년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도전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글의 원리와 조형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디자인 주제와 대상을 발굴하여 한글디자인의 가치와 지평을 넓혀가고자 한다.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주제는 ‘소리’이다. 한글은 알파벳과 같이 글자 자체가 뜻을 가지지 않고,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의 특징’을 반영한 한글의 문자적 유연성에 주목하여, 디자인 관점에서 소리글자인 한글을 시각화하고 한글의 조형성과 확장성 등을 보여주고자 한다.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은 소리가 모양이 되는 신비로운 문자 한글의 탄생 원리를 소개한다. 2부 ‘소리×글자×디자인’에서는 소리를 담아내는 한글의 원리를 창의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9팀의 디자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

 

  • 문소리전시포스터
  • 전시포스터
  • 전시포스터

▲ 전시포스터
문소리, 세면대 물소리, 바퀴 굴러가는 소리 등 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만들어 의성어로 표현하였다.
한글 자모를 소리의 무게, 부피, 명암 등 소리의 느낌을 살려 제작하였다.


한글은 1446년 세종(世宗, 1397~1450)에 의해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반포된 우리나라의 글자이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워서 편히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글자로, 모양이 단순하면서 그 수가 적다. 한글의 자음 글자는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소리의 특성이 글자 모양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자적 체계성을 가지고 있으며, 8개의 기본자로 11,172개의 글자를 만들 수 있는 뛰어난 확장성을 지녔다.

한글 창제의 자세한 기록은 1446년에 간행된 ≪훈민정음≫에 남아 있다. ≪훈민정음≫에는 한글을 만든 사람, 만든 시기, 만든 원리 등이 밝혀져 있다. 전 세계 모든 문자 중 창제에 관한 모든 기록이 책으로 남아 있는 것은 ≪훈민정음≫이 유일하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 및 대한민국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2부  소리×글자×디자인

 

한글은 소리글자다. 들리는 소리를 기호로 만들고 합쳐 ‘문자’로 풀어낸다. 한글과 알파벳은 소리글자라는 동질성이 있지만, 한글은 글자를 모아쓰고 풀어쓰는 표기법의 차이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글자 한글의 특징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풀어냈다. 소리의 파장이 일어나면 움직임, 이미지, 진동의 변화가 생기듯 문자에 담긴 소리와 의미의 변화를 그래픽, 가구, 소품 등에 표현한 한글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소리를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소리 경험, 기본자 8개로 선이 입체가 되는 공간 경험을 제시하여 한글의 확장성을 볼 수 있다.

한글은 우리가 어떠한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성과 체계성, 뛰어난 조형성 등 한글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한글의 의미와 가치를 발전시켜 나가기 어렵다. 다양한 관점의 질문과 실천적 의지, 태도가 있어야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보는 관점과 시선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한글의 확장성을 느끼고 한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 시 명

소리×글자: 한글 디자인
SOUNDS×HANGEUL : VARIATION OF THE KOREAN ALPHABET

전시기간

2018년 4월 9일(월) ~ 6월 3일(일)

전시장소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내용

기본자 8개에서 11,172자로 확장되는 한글의 소리를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소개

참여작가

김현석, 김윤태, 정진열, 빠키, 석재원, 하지훈, 네임리스, 왕형민, 장성 총 9팀

작품 소개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김현석, 여인기, 이동현, 2017)▲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김현석, 여인기, 이동현, 2017)

문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다. 소리글자 중에서도 음소문자인 한글은 하늘과 땅과 사람, 그리고 사람의 소리를 근본으로 만들어졌다. 기본 글자 8개를 28개의 글자로 확장시키고, 이후 현대 한글은 24개의 자음과 모음을 모아씀으로써 11,172개의 소리를 표현하는 글자가 된다. 최소한의 글자로 최대한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소리글자 한글은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정신, 그리고 문화를 훌륭하게 표현하는 큰 그릇이다.

소리 한글 얼굴 Sound Emo-Hangeul(김윤태, 2017)▲ 소리 한글 얼굴 Sound Emo-Hangeul(김윤태, 2017)

프로젝터 3대를 한 화면으로 겹치는 방식으로 분리된 한글 자소가 하나의 글자로 완성된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눈, 코, 입 부분에 위치한 한글 자소의 색은 각각 빛의 3원색 R, G, B로 설정한다. 빛의 3원색이 조합되어 무한한 색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분리된 한글 자소가 조합되어 무한한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글자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선들 사이 Between the Lines (네임리스, 2017)▲ 선들 사이 Between the Lines(네임리스, 2017)

한글은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은 최소의 글자로부터 시작되며, 최대의 소통으로 귀결된다. 이는 기본자 8자로부터 출발해 현대 한글 표기에서 11,172자의 조합이 가능한 확장성을 지닌 한글의 가치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글의 속성을 최소 단위인 8자의 공간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5개 자음, 3개 모음의 선은 입체가 되며, 이 선들 사이에 비워진 공간을 형성한다. 8개의 구조를 통해 구축되는 공간의 무한한 변주는 한글이 지닌 근본적인 가치를 암시한다.

한글 포르타멘토 Hangeul Portamento(석재원, 2017)▲ 문자를 만들어 내는 움직임 Movements to Create Letters(빠키, 2017)

동력으로 움직이는 힘이 선으로 연결된 구조로 이동하여 한글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을 그려낸다. 각각 모듈화된 작업은 반복된 움직임을 만들며 ‘ㄴ’, ‘ㅇ’ 그리고 ‘ㅁ’의 형태가 채워지는 과정을 허공에 그린다. 총 3개의 덩어리로 구성된 작품은 선으로 구성된 한글 요소의 조합이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이 숨어 있어서 문자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글 포르타멘토 Hangeul Portamento(석재원, 2017)▲ 한글 포르타멘토 Hangeul Portamento(석재원, 2017)

포르타멘토란 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옮겨갈 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음을 지나 목적음에 이르는 연주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ㄱ’과 ‘ㅋ’ 사이에도 우주만큼 넓은 소리의 진폭이 존재하진 않을까? 한글 자음은 다섯 가지 기본 형상을 바탕에 두고, 소리가 세질 때마다 획이 더해진다. 이 가획의 원리를 빌려 한글의 자소가 유연하게 팽창하며 세상 모든 소리를 담아내는 가능성을 그려 본다.

파장Wave Series – Wave ‘ㅣ’, Wave ‘-’, Wave ‘ㆍ’, Wave ‘ㅇ’ (왕현민. 2017)▲ 파장 Wave Series – Wave ‘ㅣ’, Wave ‘-’, Wave ‘ㆍ’, Wave ‘ㅇ’(왕현민, 2017)

한글은 알파벳과 함께 대표적인 소리글자이다. 시각적으로 간결할 뿐만 아니라 소리의 체계 또한 간소하고 과학적이다. ‘ㄱ’이라는 글자를 보면, 짧은 시간에 ‘기역’이라는 발음이 연상된다. 그리고 ‘기역’이라고 말하는 순간 글자는 소리로 전환되어 파장으로 바뀐다. Wave Series는 한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파장의 이미지를 더해 청각이 자극되는 듯한 착각을 유도하여, 한글이 소리로 전환되는 연속성을 표현한다.

모비/혀 ㄱ ㄴ ㄹ Mobi / Tongue ㄱ, ㄴ, ㄹ(장성, 2017) ▲ 모비/혀 ㄱ ㄴ ㄹ Mobi / Tongue ㄱ, ㄴ, ㄹ(장성, 2017)

한글의 자음은 임의적인 형태의 기호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몸의 기관의 형태를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혀, 입술 등의 소리를 내는 발음 기관의 움직임과 형상을 기호로 변환하여 접근한 문자의 구성은 한글과 소리를 연결하는 매체가 바로 몸이라는 논리와 함께 조형적 작가로서 흥미로운 작업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여러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비 모듈을 사용하여 한글의 자음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신체의 일부인 혀를 형상화한 조형을 제안한다. 제시된 3개의 조형은 각각 ‘ㄱ, ㄴ, ㄹ’의 소리를 낼 때 혀의 모양을 추상화한 조형이다.

도시의 소음들: L.A. Urban Noise: L.A. (정진열, 2017)/ ▲ 도시의 소음들: L.A. Urban Noise: L.A.(정진열, 2017)

표음문자로서의 한글은 우리가 인지하는 소리들을 글자 체계로 풀어내는 데 매우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작업에서는 전시의 지역성을 고려하여 LA의 주요 해변들에서 발생되는 소리를 채집하고 채집된 소리를 언어교육 체계 내에 규정된 표준화된 의성어가 아니라 각 개인의 소리 관찰력에 의존하여 다양한 표기방식으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한글 TABLE WARE Hangeul Table Ware (하지훈)
▲ 한글 TABLE WARE Hangeul Table Ware(하지훈)

조합 문자인 한글의 특징을 보여 주는 생활 소품. 자음, 모음으로 구성된 각각의 레이어가 조합되며 문자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생활 소품에 적용하여 한글이 가지는 특징을 사용자가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조합으로 구성되는 한글의 특징을 응용하여 4층의 레이어가 조합되어 문자로 읽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재는 층층이 붙이는 방식이 아닌 원목을 CNC 가공 후 제작하여 공예적 미감을 살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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