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기증자료집
≪한글‚ 함께 걷다≫ 발간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 창제를 전후한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글 관련 자료의 기증과 기탁을 받고 있는데, 지난 2월, 2011년 3월 4일 제1차 한글박물관 자료수증심의위원회 개최부터 2015년 3월까지 수증한 자료를 정리한 첫 기증자료집 ≪한글‚ 함께 걷다≫를 발간했다.
▲ 국립한글박물관 기증자료집 ≪한글‚ 함께 걷다≫
한글을 함께 모으자, 한글과 함께 가자
표제로 쓰인 ≪한글, 함께 걷다≫는 한글을 함께 모으고 한글과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기증자료집의 수록 자료는 2011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수증한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교육·연구’, ‘서적’, ‘생활’, ‘정보·기계화’, ‘예술’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정리해 수록하였다.
주요 자료로는 2012년 5,919점을 기증한 서울교육대학교 조문제 명예교수의 기증자료 중 《언문》(1909, 광학서포), 《유몽천자》(1904, 대한성교서회), 류구상 씨의 한글학회 관련 자료, 이봉원 씨의 한글 운동 관련 자료 등을 수록하였고 그 외에도 1910~1920년대의 이민사를 알 수 있는 송레슬리 씨의 《김장연 씨 일가의 한글편지》 등을 비롯하여 선별된 일부 자료의 해제와 전체 수증목록(12,699점)을 담아 한글자료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한글과 함께해온 기증자 이야기
기증집에는 기증자의 소중한 기억을 기록하고자 기증자 인터뷰를 함께 담고 있다. 2017년 초부터 자료 정리기간을 거쳐 6,000여 점의 자료목록을 정리하였고, 자문회의를 통해 400여 점의 주요 자료를 선별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2017년 12월 기증자 59(62)명과 수록자료 960점, 자료해제 69점 그리고 기증자 이야기를 26편을 담은 ‘한글, 함께 걷다’를 발간하였다.
▲ 기증 한글자료 선별
▲ 기증 목록을 확인하고 있는 권오익 기증자
▲ 자료를 기증한 탁와종회 기증자들의 기념사진
기증자 조문제(교육·연구 주제 3,670건 5,919점 기증)는 가장 많은 수량의 자료를 기증한 이다. 그는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오랜 시간 재직하면서 교과서를 모아 왔는데, 기증 자료들은 연도와 과목을 총망라한 각종 교과서뿐 아니라 고서에서부터 근현대 도서까지 수량과 범위가 매우 방대하였다. 이후 관리가 까다롭다는 문제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의 제자인 오현근이 국립한글박물관의 개관 소식을 접하면서 기증의 물꼬가 트였다.
“내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지금도 생존해 계시는데요, 그 선생님이 책을 한 만 몇천 권 갖고 계신데, 그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학생 때 국어 공부를 굉장히 잘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 선생님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선생님 제가 그 책을 어디 기증할 데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했더니 ‘그래 줄래?’ 그러시더라고요. (기증 당시) 가락동에 연립주택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책을 쌓아 놓으셨어요. 그거를 당신 돌아가시기 전에 처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그러셔서, 각 대학 도서관에 (전화를) 다 해도 안 된다 그러고 삼성문화재단에 해도 안 되고, 역사박물관에다가 전화를 했더니 한글박물관으로 연결해도 되겠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께) ‘그 책 어디 박물관에 기증하시죠.’ 그랬더니 ‘박물관?’ 그러시더라고요. ‘예,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자료를 찾는다고 그러니까 그쪽으로 기증하시면 책이 영구 보관될 것 같던데요.’ 그랬더니 ‘그러면 좋지.’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한글박물관에서 다 가져갔어요. 박물관 개관일에 선생님 초대해서 기증서도 받고 그때 나도 선생님을 모시고 갔었는데….”
국어 교육학자이자 국어학자인 조문제는 기나긴 교직생활 동안 여러 책을 모으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1만여 권의 책들 중 5,000여 권을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한 책은 주로 국어교육을 전공한 그가 가장 공들여 모은 교과서이다.
▲ ≪언문(1909)≫
한자어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여 풀이한 책이다.
▲ ≪유몽천자(1903-1904)≫
국한문 혼용의 읽을거리를 배열한 독본이다.
2011년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를 보러 들른 기증자 권오익(서적 주제 1,086건 1,088점 기증)은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또 다른 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이 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국박(국립중앙박물관)에 가다가 한글박물관이 지어지는 것을 봤어요. 내가 자료를 갖고 있어서 기증을 좀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 중이었어요. 사실 한글과 관련된 자료 등은 저하고는 좀 안 맞는 분야예요. 근데도 양이 꽤 많이 됐어요. 초기 시집 같은 것들이 좀 있었고 초판본도 많았죠. 광복 전에 나온 책들요. 그거는 귀해요. 그래서 헌책방에 가면 그런 거 있는 대로 주워 모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홍명희와 그의 아들 홍기문, 북한에 간 김기림과 임화, 이런 분들의 시집부터 시작해 가지고 한글학자들 책 있잖아요. 그런 책들도 많았어요. 이건 제가 공부한 분야와는 안 맞는 부분인데, 그래도 상당히 가치는 있을 거 같아서 그거를 쭉 갖고 있었죠.”
그동안 모아왔던 자료들은 모두 그가 읽기 위해서 구입한 책들이었다. 대개는 근현대 문학류였고, 고서도 다소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꼽는 대표 기증 자료는 경판본 소설인 《숙향전》과 《장풍운전》이다.
“대표 기증본은 경판본 한글 소설, 그게 두 권 있었어요. 경판본 한글 소설은 고서인데 경북대학교에 같이 보내지 않고 한글박물관으로 보낸 건 한글자료이기 때문이지요. 한글소설 두 권은 한글박물관으로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사동이니 장한평이니 뭐 이런 곳을 다니며 고서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언해본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언해본들이 그렇게 귀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런 언해본들 몇 권도 함께 한글박물관으로 가게 됐지요. 사실 이 책이 한글박물관에 가게된 것은 조금 우연일 수도 있어요. 제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주 가다 보니까 한글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기증의 기회도 생겼죠.”
그는 공대를 졸업해 현재까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젊은 시절 해외 공사 현장에도 파견되어 오랜 기간 근무했다. 그럼에도 일반 공대생들과는 달리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중앙일보 1975년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기도 하는 등 독서와 인문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집 목적이 아닌 책에 대한 애정과 습관으로 방대한 양의 책을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장풍운전(1794 이전)≫
주인공 장풍이 온갖 역경을 딛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의 고전소설이다.
▲ ≪숙향전(17세기)≫
여주인공 숙향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 낸 고전 소설이다.
‘탁와종회’(생활 주제 13건 63점 기증)는 2001년에 탁와 정기연의 직계 후손들이 조직한 종친모임이다. 탁와 정기연의 장자 상건이 1974년 부친을 기리기 위해 유고집 21권을 발간하는 등 선양사업을 해오다가 앞으로는 후손들이 지속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재산의 일부를 내어놓은 것이 2001년에 구체적으로 종회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탁와종회는 ‘예를 익히는 판’이라는 뜻인 놀이판 <습례국>을 보관하고 있다가 2014년 2월 기증하였다.
<습례국>은 탁와 정기연이 딸과 손녀들의 교육을 위해 손수 고안하여 제작한 것으로, 장기판처럼 생긴 놀이판인 습례국, 주사위 역할을 하는 전자, 놀이판에 놓는 말 역할을 하는 나무패 44개로 구성된다.
정유열
“우리 할아버지가 삼남매를 뒀는데, 아들 둘에 딸 하나였어요. 우리 고모가 막내로 태어났고 그때쯤 우리 종고모, 즉 우리 할아버지의 질녀가 또 태어났다고 그러던 차에 1년인가 2년인가 사이를 두고 손녀가 또 태어났지요. 이러니 우리 할아버지 밑에는 손녀가 서이 성장을 하고, 당신의 막내딸과 질녀까지 있게 됐죠. 그러다 보니 소위 규방문학이라고 할까, 예법에 대해서 교육을 시키고 싶었던 거예요. 유교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것이 뭐겠어요. 조상숭배죠. 그래서 제사 지내는 것, 그 예법을 가르치고 싶은데, 그들 다섯에게 예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우리 할아버지가 <습례국>을 고안을 하고 만든 거예요. 그거를 갖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결혼할 때까지 아래아 한글로 교육을 시켰다는 것을 들었어요. 다른 한학자들은 아무도 안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는 이런 걸 만들어 당신 딸하고 질녀, 그리고 손녀 셋에게 교육을 시킨 것으로 알아요.”
<습례국>은 우연한 기회로 국립한글박물관에 수증되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을 맡은 홍윤표가 정기연의 《탁와문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한문으로 쓰인 《탁와문집》의 내용 중 유일하게 한글로 쓰인 《습례국도설》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홍윤표는 《한글 이야기》에 이에 대한 내용을 실었고 그로 인해 비로소 <습례국>의 존재를 알게 된 탁와종회에서도 <습례국>의 실물을 찾아 한글박물관에 영구기증하기에 이르렀다.
정유열
“저는 할아버지의 유물이 한글박물관에 전시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할아버지가 대단히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으로 여겨지고 자랑스럽게 생각됩니다. 시대가 변하여 더 이상 실생활에 활용되지는 않겠지만, 그 당시 부녀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한글로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 <습례국>은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을 놀이로 익히도록 만든 놀이판이다.
▲ ≪습례국도설(20세기 초)≫
한글로 예를 배우도록 만든 놀이판 <습례국>의 설명서다.
* 기증자료집 ≪한글, 함께 걷다≫는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자료 기증 안내
: 기증해요 한글 자료, 꽃피워요 한글문화
▲ 기증자의 이름을 적어 넣은 조형물 ‘기증자의 나무’
국립한글박물관은 2015년부터 박물관을 후원해 주시고, 한글자료를 기증해주신 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기증자의 나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한글자료 소개와 함께 220명의 기증·후원자의 이름이 명패와 영상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기증·기탁 절차
연중 어느 때나 우리 박물관에 기증 또는 기탁 의사를 알려주시면 바로 소정의 절차에 따라 협의가 진행됩니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8조에 따라 전시와 연구 등에 필요한 한글자료를 기증 받고 있습니다.
한글자료를 기증(기탁)하고자 할 때는 먼저 전화 또는 전자우편으로 기증(기탁)의뢰를 진행합니다. 담당자는 한글자료의 활용여부, 중복자료 등을 검토하여 의뢰자에게 안내드립니다. 기증 의사가 정해지면 자료와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여 기증(기탁)을 신청하고 임시자료보관증을 발급받게 됩니다. 이후 박물관은 기증(기탁)심의회를 구성하고 심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보통 분기별로 진행하게 됩니다. 기증(기탁)심의회는 박물관장을 위원장으로 총 5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3 이상 찬성으로 수락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증(기탁)심의회에서 수락 여부가 결정이 되면, 신청자에게 안내해 드리고, 기증 의뢰자는 기증(기탁)증서를 교부하거나 자료를 반환 받게 됩니다. 박물관마다 용어, 절차 등 관련 규정이 조금씩 달라 기증의뢰 시 의문사항은 반드시 문의하여야 합니다. 기증·기탁 대상 자료 선정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자료수증/수탁심의위원회에서 박물관의 전시, 교육, 학술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자료로 한정하여 이루어집니다.
* 기탁기간은 기탁 당시의 다음 해 연말까지로 하고, 이후부터 2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으며, 기탁기간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 기탁자는 기탁신청서를 작성하여 신청하여야 합니다.
대상 자료
기증자 예우
기증증서 증정, 기증자의 나무 게시, 행사 초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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