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유행가에 담긴 한글 이야기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1930 경성의 여가수들>
▲ <1930 경성의 여가수들>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한글 자료를 소개하고, 음악, 광고, 문학 등 사회의 각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한글문화를 알리기 위해 매년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에서는 대중음악 평론가 겸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 평론가가 <1930 경성의 여가수들>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1930년 대중가요에 담긴 시대상과 한글
▲ 강연을 맡은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겸 팝 칼럼니스트
이번 강연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난영의 <木浦의 눈물>과 왕수복의 <孤島의 情恨> SP음반을 중심으로, 1930년대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노랫말과 한글 이야기, 대중가요 시대를 연 경성 여가수들의 활약 등 우리 대중음악사에 대한 폭 넓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궂은 날씨에도 강연회를 찾은 많은 관객들은 강연을 맡은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가 무대에 등장하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뒤이어 1930년대의 대중음악과 노랫말, 그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우리 일상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한글문화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시대의 설움과 일제에 대한 저항을 담다
임진모 평론가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그 시절 사랑받은 대중가요들을 소개했다. 1930년대는 전기녹음 유성기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발달로 한국 근대 음악사의 전환기를 맞은 시대였다. 민요를 서양식 음보에 맞춰 대중화한 신민요가 유행하여 우리 말글로 된 대중가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관객들은 가수의 사진이나 노랫말 등이 담긴 강의 자료를 함께 보고, 중간 중간 그 당시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기도 하면서 1930년대 경성 여가수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고복수의 <타향살이(1934)>, 황금심의 <알뜰한 당신(1938)>, <외로운 가로등(1939)> 등이 먼저 소개되었고, 이어 지금까지도 불리는 대표적인 30년대의 대중가요 중 하나인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1935)>이 소개되었다.
▲ <木浦의 눈물, 봄 아가씨>(SP 음반, 오케이레코드社) 앞면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 부두의 새악시 아롱져진 옷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 이난영, <목포의 눈물> 가사 일부
오케이레코드사가 주최한 전국 향토 노랫말 공모대회에서 수상한 이 노래는 농촌의 이농 현상과 관련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많이 불리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목포의 눈물>은 또한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의 한을 담아, 시대의 설움과 슬픔을 달래는 노래로써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중가요의 역사를 살펴보면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1937)>,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1938)>, 김영훈의 <홍도야 울지 마라(1939)>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저항가요라고도 할 수 있다.
▲<목포의 눈물>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여성 가수가 주도한 대중가요의 흐름
1930년대는 여성 가수가 대중가요의 흐름을 주도했던 시대이다. 이난영을 비롯해 전옥, 이화자 등이 당대의 대표적인 여성 가수들이다. 두 번째 소장자료 <고도의 정한(1933)>의 주인공 왕수복 역시 1930년대 대중가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평양 기생 출신의 대중가수로 대표되는 선우일선과 왕수복은 각각 <꽃을 잡고(1934)>와 <고도의 정한>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埠頭의 悲歌, 玉笛야 울지 마라>(SP 음반, 폴리도루레코드社) 앞면
칠석날 떠나던 배 소식 없더니 / 바닷가 저쪽에선 돌아오는 배 / 뱃사공 노래소리 가까워 오건만 / 한번 간 그 옛님은 소식 없구나
― 왕수복, <고도의 정한> 가사 일부
<고도의 정한>은 왕수복을 경성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준 노래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SP 음반을 통해 강연회에 참석한 모두가 함께 음악을 감상해 보며 30년대 정취에 빠져보기도 했다. 또한 왕수복의 일화가 활용된 영화 <해어화>의 일부 장면들을 감상하며 그 당시의 풍경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임진모 평론가는 “좋은 음악은 수십 번, 수백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면서 “한 번 좋아하게 된 음악은 평생 듣게 된다”고 강조하며 30년대를 이끈 우리 대중가요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 <고도의 정한>을 부른 가수 왕수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임진모 평론가
올해 국립한글박물관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는 3월을 시작으로 4월, 6월, 8월, 10월 격월로 진행된다. 4월에 개최될 다음 강연에서는 우리나라 레터링 1세대 ‘김진평 원도’를 중심으로 ‘광고에서 글자를 부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초판본), 조선시대 여인들의 생활의 지혜를 담은 살림 비법서 ≪규합총서≫
, 점자로 탄생한 한글 ≪훈맹정음≫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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