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담긴 광고가 마음의 문을 연다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광고, 글자에 표정을 입히다>
▲ <광고, 글자에 표정을 입히다>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한글 자료를 소개하고, 광고, 음악, 문학 등 각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한글문화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2018년의 제2회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에서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배달의민족 한명수 이사가 <광고, 글자에 표정을 입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광고의 격을 높이는 한글디자인
한명수 이사는 김진평 선생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진평 선생은 1980~1990년대 한글디자인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신 분이다. 뿐만 아니라 한글글꼴의 역사 정리, 한글디자인 교육에 많은 기여를 하셨다. 우리도 한번쯤은 스쳐지나가며 봤을 법한 한글디자인 작업물을 많이 남기신 것으로 유명하다. 김진평 선생의 작업물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우아하다는 한명수 이사는 그만큼의 세월을 지내고도 지금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 김진평 선생을 소개하는 한명수 이사
▲ 김진평 선생의 로고타이프
이번 강연은 다른 강연들보다 많은 청강자들이 참여하여 앉을 자리가 넉넉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강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는 방증이다. 한명수 이사 역시 이에 화답하듯 격의 없는 웃음과 강연 진행으로 청강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글자와 목소리와 장소의 어우러짐
▲ 한명수 이사가 목소리를 담은 글자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10년대에는 광고를 고백이라 했다 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광고와 고백이라는 단어는 함께 사용했으며 광고보다도 고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고백이라는 말의 쓰임새는 점차 줄어들다 현대에는 아예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한명수 이사는 좋은 광고와 좋은 글자표현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글자표현’이란 김진평 선생께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단어로 글자디자인, 레터링 등을 뜻하는 말이다. 한명수 이사는 “글자에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광고에 글자를 쓸 때에는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명수 이사는 광고를 만든 팀원에게 광고에 쓴 글자를 목소리로 연기해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듯 상황과 목소리에 걸맞은 글자표현의 사용 여부에 따라 적절한 표현인지, 나아가 좋은 광고인지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덧붙여 한명수 이사는 광고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 광고 혹은 문구가 위치해 있는 장소와의 어우러짐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어우러짐이 좋은 광고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따라서 한명수 이사는 광고를 두고 ‘시각적인 시詩’라고 표현했다.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명수 이사가 감명을 받아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을 함께 살펴보았다. 대단할 것 없는 사진임에도 각각의 사진은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다. 좋은 광고는 “나 여기 있어!!!” 꽥꽥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나 어때?”라며 넌지시 말을 건네며 다가오는 것이다.
▲ 길에서 문득 마주친 광고 문구에 대해 설명하는 한명수 이사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표현
광고도 결국에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의도, 생각,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한명수 이사의 말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
먼저 ‘의도’에 대해 살펴보자. 대화를 할 때에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광고의 경우 처음 마주쳤을 때 ‘뭐야?’라는 의문을 남긴다. 의문을 남긴다는 것은 그 속에 분명 어떠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의도가 잘 안 읽히기에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광고는 자연스레 기억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다음으로는 ‘생각’이다. 의도는 좋았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가 있다는 것이다. 보다 풍부하고 깊은 생각을 거친다면 보다 나은 광고가 만들어질 것이다.
▲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감정표현의 예시를 보이는 한명수 이사
마지막으로 ‘감정’이다. 감정을 건드리는 한마디가 중요한데 이러한 한마디는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명수 이사는 ‘광고에서의 감정’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속에서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강연 초반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감정을 억제하도록 배워왔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주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보자. 예로 딱딱한 이메일에 눈웃음 표시(^^)를 해보자. 이 기호 하나로 상호 간의 관계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명수 이사의 말이다.
▲ 한명수 이사가 청강자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강연에서 한명수 이사는 ‘좋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일종의 감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는 것인데 한명수 이사는 이러한 감정표현을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의식적으로 생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연 초반에 직접적인 감정 표현으로 청강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한명수 이사의 모습과 강연회를 마치고 나서는 청강자들 얼굴에 깃든 미소를 떠올려본다면 감정의 표현은 분명 서로의 관계를 더욱 나은 방향으로 끌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는 6월에 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초판본), 8월에 조선시대 여인들의 생활의 지혜를 담은 살림 비법서 《규합총서》, 10월에 점자로 탄생한 한글 《훈맹정음》 등을 주제로 하여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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