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제65호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박물관을 느끼다 2

교과서 밖 한글을 배우는 시간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학교(학급)에 찾아가 상설전시실의 대표적인 유물을 보여주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체험과 활동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경북 경주를 시작으로 이번에는 전통과 예향의 고장 전주의 한들초등학교와 평화중학교를 찾았다.

  • 한들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 평화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 한들초등학교와 평화중학교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기 전 우리는 어떤 말을 사용했을까요?” “우리는 ‘한글’을 언제부터 ‘한글’이라고 불렀을까요?” 전북 전주시 한들초등학교 교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든 학생들은 저마다 답을 내놨다. “한자요!” “국어!” “몰라요!” 답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현장의 소리였다.

한글의 우수성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설립된 국립한글박물관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 강의는 다양한 시각 자료를 통해 한글의 창제 배경과 제자 원리 등을 함께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었다. 미리 준비한 카드에 획을 그어가며 가획의 원리에 따라 글자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두텁’, ‘부헝’, ‘비육’ 등 현재와 다르게 쓰이는 옛 글자들을 익히기도 하며, 현재에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강사의 시범에 따라 직접 발음해 보았다. 학생들은 현재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만 원짜리에도 한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기도 했다.

  • 학생들은 이론강의 후 간단한 퀴즈를 맞추며 배운 것들을 확인_1
  • 학생들은 이론강의 후 간단한 퀴즈를 맞추며 배운 것들을 확인_2

▲ 학생들은 이론강의 후 간단한 퀴즈를 맞추며 배운 것들을 확인했다.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사진으로 직접 만나보는 시간도 준비됐다. 정조가 쓴 한글 편지와 ≪삼강행실도≫, ≪무예제본≫, ≪음식방문≫ 등 한글로 쓰인 책을 보며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글자를 찾아보기도 하고, 생소한 단어의 현재 뜻을 유추해보기도 했다. 편지와 책에는 당시의 문화, 물가 등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도 했다. 주시경, 전형필 등 한글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글의 소중함을 느낀 학생들은 수업 후 함께 퀴즈를 풀며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 목판 위에 직접 먹을 바르고 한지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며 목판인쇄 체험을 진행했다._1
  • 목판 위에 직접 먹을 바르고 한지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며 목판인쇄 체험을 진행했다._2

▲ 목판 위에 직접 먹을 바르고 한지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며 목판인쇄 체험을 진행했다.

이어서 목판인쇄 체험과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목판에 먹을 직접 칠하고 한지를 목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 순간에는 설렘이 배어있었다. 하얀 한지에 새겨진 검은 글자들을 통해 당시 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배웠다.

  • 한글에 대한 이미지적기
  • 한글에 대한 이미지적기.이를 토대로 한글모양 도장과 펜으로 에코백을 꾸몄다.

▲ 한글에 대한 이미지적기. 이를 토대로 한글모양 도장과 펜으로 에코백을 꾸몄다.

‘한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메모지에 자유롭게 적어보고, 그를 바탕으로 한글 자모 모양 도장과 펜으로 ‘한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에코백 위에 그려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적거나 친구들의 이름을 적고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 한들초등학교, 평화중학교 학생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_1
  • 한들초등학교, 평화중학교 학생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_2

 

  • 한들초등학교, 평화중학교 학생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_3
  • 한들초등학교, 평화중학교 학생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_4

▲ 한들초등학교, 평화중학교 학생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에코백

“한글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요!”

교감 선생님의 권유로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한들초등학교 박일엽 교사는 “아이들이 배우기에 어려운 내용이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수업에 잘 참여해줘서 만족스러웠다. 학교 국어시간에 배울 수 없는 내용을 전문가에게 들을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다. 교과서 밖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해 준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일엽 교사는 “전주 시내에서 한 학급에만 진행된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학교와 학급에도 추천하고 싶다. 다음에 또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업을 듣고 체험활동을 진행한 김민지, 김민석 학생은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배우고, 목판인쇄 체험과 에코백 만들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대화도 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글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프로그램에 만족하며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한들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 프로그램에 만족하며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한들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은 학생들에게 책 밖의 한글, 교실 밖의 한글을 함께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를 주었다. 교과서 안에서는 볼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역사와 이론을 직접 보고 만들며 한글의 비밀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교과서 밖에서 만난 한글은 학생들에게 어려운 공부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이자 친구였다.

 

 

박물관을 느끼다 2의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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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Vol.64] 손끝으로 읽는 한글, 점자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소개
[2018. 10. Vol.63] 기차역에서 만난 국립한글박물관
[2018. 09. Vol.62] 광복 기념 특별해설, 한글 이야기
[2018. 08. Vol.61] 가깝고도 먼 우리 몸의 역사를 느끼다
[2018. 07. Vol.60] ‘찾아가는 국립한글박물관’으로 체험하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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