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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웃음 2019. 10. 제 75호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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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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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여행

    도심 속에서 발견한 자연과 예술, 그리고 한글
    세종의 총애를 기억하며 박팽년의 고장
    ‘대전’을 찾다

    높고 푸르른 하늘만 봐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10월,
    어느 지역에서나 찾아가기 쉬운 대전은 나들이 삼아 떠나기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집현전 학자이자 사육신으로 이름을 남긴 박팽년 선생의 유허지에서 한글에 대한 마음을 되새기고,
    우리의 성씨에 얽힌 이야기를 맛볼 수 있는 뿌리공원과 ‘부모를 간절히 생각하는 효성스러운 마음을
    늘 품고자’하는 뜻을 지닌 유회당 사당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여 감성을 자극하는 이응노 미술관까지 돌아볼 수 있어
    가을 낭만을 만끽하기에 좋은 여행지 대전으로 함께 떠나보자.

    박팽년의 터전에서 느낀 한글 사랑임금을 향한 충정

    대전 동구 가양동, 주택과 상점이 죽 늘어선 길목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듯 기와와 목조 건축으로 이루어진 ‘박팽년선생 유허비’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훈민정음을 세상에 내놓은 집현전 학사 중 한 명인 박팽년 선생의 자취를 살피어 후세에 전하고, 그 행적을 기리기 위한 비를 세워둔 곳이다. 조선 시대 전기의 문신인 박팽년은 세종과 문종의 깊은 총애를 받았던 인물로, 세종에게 ‘집대성’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는데, 이 별칭은 집현전 학자들 가운데서도 학문과 문장, 글씨가 모두 뛰어나 붙어준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박팽년 선생은 아버지 박중림과 함께 1455년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아 왕위에 오르자 성삼문 등과 단종 복위운동을 펼쳤다.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대의를 위해 약속된 영화와 세조의 회유책을 거절하고 죽음과 멸문의 길로 거침없이 나아간 절개를 지닌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이 유허비는 선생이 계시던 옛 건물터의 주춧돌들을 모아 세운 것으로 그 위에 지붕돌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현종 9년(1668)에 세웠으며, 우암 송시열이 지은 글에, 동춘당 송준길의 글씨로 하여 비문을 새겼다고 전해진다. 유허비는 대전광역시문화재자료 제8호로, 유족들이 유허비 손실을 막기 위해 담 밖에서 바라볼 수 있을 따름이지만,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어쩐지 그의 한글 사랑과 충정심이 느껴진다.

    박팽년 유허지 내부의 사당 사진

    박팽년 유허지 내부의 전경. 네댓 그루의 나무가 푸른 잎을 자랑하며 곧게 서 있다.

    사진 출처: 한국관광공사

    가슴을 잔잔하게 파고드는 지극한 효심, 유회당 사당

    대전 시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유회당 사당의 유회(有懷)는 “부모를 간절히 생각하는 효성스러운 마음을 늘 품고자” 하는 뜻을 지녔다. 높은 계단을 올라 대문을 들어서면 낮은 연못 위에 놓인 희고 짧은 다리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9월과 10월 사이에 찾는다면 사당 안뜰과 바깥뜰에 활짝 핀 백일홍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조선 영조때 호조판서를 지낸 유회당 권이진 선생이 건물 뒤, 산에 있는 부모의 묘에 제사를 지내면서 독서와 교육을 하기 위해 1714년에 지은 것이다.

    이곳은 이 고장에서는 유일한 시묘소(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건물)이라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낮은 언덕 위에 위치해 운치 있는 소나무 뒤로 자리한 삼근정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회당의 재실인 기궁재는 본래는 제사를 지내던 곳이지만, 현재는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어 내부 관람은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따금 유회당사당처럼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장소를 찾아 잠시 잊고 있던 값진 감정, 혹은 가치에 대해 다시금 깨닫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유회당 사당의 초입 정문의 모습. 열 개의 계단 위로 기와 문이 설치돼 있다.

    유회당 사당 내 만들어진 못 위로 흰색 돌다리가 놓여 있다.

    유회당 사당 내 기와 건물의 모습.

    유회당 사당의 전경. 한옥 기와건물과 전통 돌담벽, 그리고 울창한 나무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있다.

    우리의 근원과 민족의 숨결을 느끼다, 뿌리공원

    중구 보문산과 방화산 사이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뿌리공원이 있다. 뿌리공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여 경로효친사상을 함양시키고 한겨레의 자손임을 일깨우기 위하여 세계 최초로 성씨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운 충효의 산 교육장으로, 약 3만 3천여 평에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과 눈을 즐겁게 하는 조경도 볼거리 중 하나다. 수십 가지의 성씨별 조형물과 사신도 등을 형상화한 깊은 샘, 공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등 천혜의 환경 속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가족끼리 방문하기도 제격이다. 또한 한국족보박물관도 함께 자리해 우리나라 족보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뿌리공원의 간판과 다양한 성씨가 적힌 벽판의 모습.

    뿌리공원 내 설치된 조형물. 전통 의상을 갖춰입은 남아와 여아 상이 서있다.

    푸른잔디밭 뒤로 수풀이 우거지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의 전경.

    뿌리공원 내 전시관의 전경.

    대가의 삶과 예술 활동을 재조명하다, 이응노미술관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 지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 연구와 전시를 맡아 이 시대 고암 정신을 확장하고 계승할 목적으로 개관하였다. 이응노의 예술세계를 연구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응노는 동양과 서양의 예술을 조화롭게 섞어 독창적인 기호의 작품을 선보인 작가로, 특히 작품에서 인간의 형상을 중요시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1960년대에 남긴 추상화에서 발견되는 자연 속의 인간, 인간의 형태를 문자처럼 변형한 70년대의 문자 추상 시리즈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붓놀림이나 서체와 융합하여 독특한 패턴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흔히 예술을 낯설게 생각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이응노의 예술세계에 발을 들인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응노 미술관 건물 앞쪽에 분수대가 작동하고 있다.

    ‘감각의 교감 : 오감으로 마나는 이응노 예술’이라 적혀있는 벽.

    그림 작품이 전시된 이응노 미술관 내 전경.

    조형물이 전시된 이응노 미술관 내 전경

    나들이 하기 좋은 10월, 마치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이 계절을 허투루 보내기보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추천하는 여행지 ‘대전’으로 지금 당장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가·이·드

    박팽년선생 유허비

    대전광역시 동구 우암로326번길 28 (가양동)

    • · 주차 무료

    유회당사당

    대전 중구 운남로85번길 32-20

    • · 이용 안내 : 대구 중구 관광자원과 (053-661-2193)
    • · 주차 무료

    뿌리공원

    대전 중구 뿌리공원로 79 뿌리공원

    • · 이용 시간 : 매일 06:00~22:00(3월~10월), 07:00 - 21:00(11월~2월)
    • · 주차 무료

    이응노미술관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

    • · 이용 시간 : 10:00~20:00(3월~10월), 10:00 ~ 18:00(11월~2월)
      1월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 휴관
    • · 이용 요금 : 어른 500원, 어린이 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