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이야기
조선시대 조리서 읽기
“음식을 만드는 비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집안에서 가족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습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음식을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 시간일 것입니다.
가족들의 입맛에 맞게 오랫동안 만들어온 음식 맛은 우리 집안만의 특별한 비법이 됩니다.
어머니의 음식 비법을 대대손손 전하려면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과정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아야 되겠지요.
오래전 옛날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요? 한글로 기록된 조선시대 요리책 2권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소개할 조리서는 《소견법(消遣法)》입니다. 《소견법》은 19세기~20세기에 약, 음식 만드는 방법 등을 적은 책으로 약, 떡, 탕, 반찬 등을 만드는 법을 실은 책입니다. 약 만드는 법은 한자로 적었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법은 한글로 실었습니다.
《소견법》에 실린 주요 음식들
원문 | 현대어 | 특징 | |
떡 | 시로ᄯᅥᆨ | 시루떡 | 콩이나 팥 따위를 섞어 찐 떡 |
ᄭᅮᆯᄯᅥᆨ | 꿀떡 | 꿀물, 밤, 대추 등을 넣고 찐 떡 | |
두텁ᄯᅥᆨ | 두텁떡 | 대추를 넣고 팥을 뿌려 찐 떡 | |
셕탄병 | 석탄병 | 말린 감을 저미고 잣가루, 계핏가루, 대추 등을 넣고 팥을 뿌려 찐 떡 | |
탕 | 게탕 | 게탕 | 계란을 묻힌 게살, 동아, 송이 등을 넣고 끓인 |
육ᄀᆡ장 | 육개장 | 삶은 쇠고기를 양념하여 끓인 국 | |
반찬 | ᄉᆡᆼ치ᄯᅵᆷ | 생치찜 | 꿩고기, 전복, 해삼 등을 넣고 끓인 음식 |
숑이ᄯᅵᆷ | 송이찜 | 송이에 양념을 한 쇠고기를 붙여 밀가루와 계란을 묻혀 부친 뒤 맑은 장국에 넣어 끓인 음식 | |
김치류 | 동침이 | 동치미 | 겨울철에 담그는 무김치의 하나 |
《소견법》에 실린 주요 음식들을 살펴보면, ‘떡, 탕, 반찬, 김치류’로 나뉘며 떡의 종류에는 시루떡(시로ᄯᅥᆨ), 꿀떡(ᄭᅮᆯᄯᅥᆨ), 두텁떡(두텁떡), 석탄병(셕탄병)이 있습니다. 탕의 종류에는 ‘게탕, 육개장(육ᄀᆡ장)’이 있으며, 반찬의 종류에는 생치찜(ᄉᆡᆼ치ᄯᅵᆷ), 송이찜(숑이ᄯᅵᆷ), 마지막으로 김치류에는 동치미(동침이)가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루떡, 꿀떡, 육개장, 동치미와 같은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지금의 조리 방법과 비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들의 표기법 변화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됩니다.
조선시대 음식을 다룬 책들은 공적인 용도로 쓰인 것이 아니어서 《소견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리서들은 언제 누가 썼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만의 조리법을 자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성스러운 기록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썼는지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한글 음식 조리서가 있어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일흔이 넘는 나이에 재령 이씨 가문의 딸과 며느리들에게 자신의 음식 비법을 전수하기 위해 남긴 자료입니다. 《음식디미방》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간 조리서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음식 연구의 교과서이자 여성이 한글로 쓴 조리서로서 의미가 깊습니다. 책 속에는 국수, 만두, 떡 등의 면병류를 비롯해 생선‧고기류, 채소 등 146가지의 조리 비법이 담겨 있습니다.
《음식디미방》에 실린 주요 음식들
구분 | 조리형태 |
주식류 | 국수, 만두류 |
부식 | 국(탕), 찜, 숙편, 선, 채, 누르미, 구이, 볶이, 적, 전, 회, 침채, 젓 |
식초 | 초법1, 초법2, 매자초 |
병과 | 떡, 조과, 정과 |
음청류 | 토장법, 녹두나화 등 |
저장, 조리법 | 채소, 과일, 육류, 생선, 삶는 법 |
주류 |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약용주, 혼양주, 소주 |
누룩 | 주국방문, 이화주, 누룩법 |
이 책은 오랫동안의 조리 경험을 바탕으로 섬세하면서 체계적으로 저술을 하였습니다. 순서를 살펴보면, 면병류가 가장 앞서고 그다음에 어육류, 후반부에 술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식솔들을 챙기는 여성이 저술한 책이라서 남자들이 먹는 술보다는 손님과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면병류, 어육류를 더 중요하게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양반의 지위와 권력 실천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그 집안 여성들의 커다란 자부심이었다고 합니다.
《음식디미방》 책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이리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절대로 내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빨리 떨어져 버리게 하지 마라.”
몸이 불편한 가운데 어두운 눈으로 간신히 이 책을 쓴 뜻을 잘 알아서 이대로 시행하고 책은 본가에서 간수하여 오래 전하라고 당부한 내용입니다. 원본을 종가에 잘 보존함으로써 조리법을 오랫동안 전수하고자 한 알뜰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장계향의 바람대로 그의 후손들은 조리법을 재현하고 알리며 종가 음식 문화의 전통을 잇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유물인 《소견법》과 한글로 기록된 《음식디미방》과 같은 조리서는 조선시대 음식문화와 더불어 여성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원고 : 연구교육과 이가나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