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료 명칭: 우병침법
소장자료 번호: 한구6556
크기: 158.0×16.0cm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기침을 하면 앓으니, 박속과 술을 달여 먹이되
들기름을 타 먹이라. 만일 기침만 하거든 봉선화를 달여 먹이면 곧 낫느니라.
박속과 술, 들기름, 봉선화.
이들은 자연이나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이들을 약으로 써서 아픈 소가 씻은 듯이 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병침법」은 아픈 소를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법 32가지를 한글로 기록한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입니다. 소의 티눈, 발굽이 붓는 병, 황달, 살이 썩어 고름이 생기는 병, 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적혀있습니다.
「우병침법」에서 소개하는 치료법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주로 소의 몸에 침을 놓아 치료하거나, 여러 재료를 달여 약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여름과 가을에 별안간 소의 배가 부르고 눈 언저리가 떨리면 청개구리를 먹어 그러한 것이니, 뱀 세 마리를 잡아 먹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살이 썩고 고름이 생기는 병에 걸리면 기름과 쑥을 달여 먹이라고 알려줍니다. 소의 배가 팽창하는 증상에는 썩은 돌과 물고기를 달여 먹이고 뿔과 뿔 사이, 두 귀에 침을 놓아 주라고도 하였지요.
이 외에도 소의 증상에 따라 네 발에 침을 깊이 찌르고 물고기를 끓여 먹이는 방법, 지렁이를 먹이거나 호박과 팥, 기장과 조를 달여 먹이는 방법 등을 써 보라 하였습니다.
뱀, 지렁이, 물고기, 기름, 술 등을 약으로 써서 정말 소의 병을 고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쓰이는 재료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의 병을 고치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었겠지요. 이 점이 바로 「우병침법」의 특징입니다.
「우병침법」에서는 우리말 방언의 옛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로 경상도 방언입니다. 사진 속의 ‘ᄒᆞᆫ’는 ‘한데(한곳이나 한 군데)’를 뜻하는 경상 방언입니다. ‘우벽’이라는 증상의 치료법을 설명하는 문장에 등장합니다.
이 부분을 현재 우리가 쓰는 말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벽(牛癖)은 떨면 고개를 꾸뻑거리니 부풀어 오를 때 가리마에 침을 한 대 주고 사족에 침을 주고 오줌 버캐와 쑥과 초와 기름장과 너삼과 인동을 한데 달인 후에 술을 한데 타 먹이라.
소가 ‘우벽’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일 때는 먼저 소의 머리와 네 발에 침을 놓습니다. 그리고 오줌에 쑥, 초, 기름장, 인동 등을 함께 넣고 달인 후에 이것을 술에 타서 먹이라고 하는군요.
이 외에도 뒷간을 뜻하는 방언인 ‘통시’와 곰보(피부병을 앓은 후 남은 흉터)를 뜻하는 경상 방언인 ‘빡지’도 등장합니다. 「우병침법」을 적은 사람은 경상도 출신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우병침법」은 수의학서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수의학 지식을 여러 책으로 남겼습니다. 1399년에 편찬된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 이 대표적입니다. 이 책에는 말과 소에 대한 의학 지식을 수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마경초집언해(馬經抄集諺解)』, 『신편집성우마의방(新編集成牛馬醫方)』 등이 있습니다.
1541년 봄에는 평안도에서 소 전염병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때에는 왕의 명령으로 소‧말‧양‧돼지의 전염병 치료법을 모아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을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전염병에 걸린 소에게 검은콩을 삶아 먹이거나 품질 좋은 작설차(차나무의 새싹을 따서 만든 전통차)를 갈아 먹이는 치료법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입니다. 십이지 중 하나인 소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농사를 돕는 든든한 존재이자, 맛 좋고 몸에도 좋은 훌륭한 식재료가 되지요. 뿔과 가죽은 공예품이나 생활용품의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동물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옛날, 우리 집 소가 병이 난다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을 겁니다. 당장 소의 도움 없이 논과 밭을 갈아야 하며, 무거운 짐을 나를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없겠지요. 그러한 때에 이 「우병침법」이 요긴하게 쓰였을 것입니다.
「우병침법」을 남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문서를 쓴 사람이나 적은 날짜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고, 오직 소를 치료하는 방법만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를 보며 이름 모를 누군가가 소 치료법을 한글로 정성스레 적는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가지런히 적힌 이 한글에는 귀중한 소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듯합니다.
작성자: 윤지현(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