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글씨체로 공부 기록을 남겨 누리꾼들과 공유하던 나인은
반듯하고 정갈한 손글씨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의 개성을 담은 손글씨는 ‘나인체’로 불리게 되었고,
손글씨를 적어 내려가는 과정을 담은 그의 영상은
디지털 시대 속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글씨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글씨 유튜버 나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한박웃음 구독자 여러분. 저는 2018년부터 글씨 유튜브 채널 ‘NAIN나인’을 운영하는 글씨 유튜버 김나인입니다.
처음부터 ‘와! 난 커서 유튜버가 돼야지!’라는 꿈을 갖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유튜버가 되기 전에는 ‘공스타그램’를 하고 있었어요. 공스타그램은 공부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로 누리소통망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공부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의미해요. 공스타그램을 하면서 많은 분이 제 피드를 보시고 응원과 칭찬을 해주셨는데요. 쑥스럽지만 감사하게도 제 글씨에 대한 칭찬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분이 DM(Direct Message, 인스타그램 메시지 기능)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과 학업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먼저 1년 정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준비했죠. 그다음 휴학을 하고 2018년 8월에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항상 제 손글씨를 응원해주시고 칭찬해주신 구독자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영상에 달린 댓글을 참고하거나 순간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메모해뒀다가 영상으로 제작해요. 예를 들어 수능이면 수능 샤프를 떠올려 수능 샤프 리뷰 영상을, 새해에는 새해 인사와 연관 지어 새해 인사 손글씨 영상을 찍어요. 세종대왕 그림 영상도 한글날-한글-세종대왕이 순서대로 떠올라서 찍게 됐어요. 댓글을 보면서도 많은 소재를 얻곤 하는데, 글씨 쓰는 법이 궁금하다는 댓글이 많은 것을 보고 첫 손글씨 강좌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가로와 세로 길이를 일정하게 맞춘 ‘나인체’
나인체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네모네모’입니다. 각 글씨의 가로와 세로 길이를 일정하게 맞춰 쓰기 때문이에요. 글씨를 네모 칸에 맞춰 쓴다고 생각하면 가로세로 길이가 일정해지는데요. 이렇게 글씨를 하나하나 맞춰 쓰면 문장으로 연결해서 봐도 글씨체가 깔끔해 보여요.
▲ 손글씨로 그린 세종대왕
(출처:나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손글씨로 그린 안중근 의사의 손
(출처:나인 인스타그램 계정)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글날과 연결해 한글과 세종대왕을 떠올렸는데요. 세종대왕 네 글자만 적어 영상으로 올리기에는 아쉬워서 고민했어요. 그러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작은 졸라맨을 여러 개 그려 큰 졸라맨을 만든 게 생각났죠. 그래서 ‘아, 글씨로 세종대왕을 그려봐야겠다!’라고 생각해 작품 제작 영상을 찍게 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어요. (웃음) 제가 그림에 소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잘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다행히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제 영상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손글씨의 매력은 사람들의 개성을 보여준다는 거예요. 저는 손글씨를 보는 걸 좋아해서 글씨를 구경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아무리 비슷하게 적어도 사람마다 미세하게 손글씨가 다르다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는 향기로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마찬가지로 손글씨를 적으면서 그 순간을 기억하곤 하거든요. 순간의 기억을 담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손글씨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다양한 글씨체를 연구하고 있어요. 제 글씨체는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공부할 때나 글씨를 빨리 써야 할 때 사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깔끔하면서도 빨리 쓸 수 있는 글씨체를 찾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현재 나와 있는 폰트를 보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나인체만 강의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발전해 다양한 글씨체를 강의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만 된다면 큰 벽에 3·1운동 당시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던 모습을 글씨로 그려보고 싶어요. 이건 아직 상상으로만 그려보고 있어요.
한 나라의 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문자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