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이때,
한류 열풍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한국 문화의 뿌리가 담겨 있는 한글과 한식이 아닐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데프니는 <대장금>과 <꽃보다 남자>로
한글의 매력에 빠지게 된 후 한식, 그리고 한국의 제과제빵에 매료된 소녀이다.
‘진수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데프니가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된 것도 벌써 두 번째,
고국에 있는 가족과 한박웃음 독자들에게 덕담을 전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탄 데프니 팅 수
‘한박웃음’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저는 싱가포르에서 온 데프니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조리 서비스 경영을 공부하며 멋진 파티시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대장금>을 통해서였어요. 초등학생이었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았기에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흥미를 느꼈죠. 특히 한식은 오랜 역사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이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잖아요. 수 세기 전 사람들이 먹었던 것을 지금의 제가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특별하게 느껴져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텔레비전 앞에 앉았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2009년, 많은 소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꽃보다 남자>를 보며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제 나이가 열 한 살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독학으로 한글을 배웠을 정도로 말이에요(웃음). 학창 시절에는 한국인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진수진’이라는 한글 이름을 스스로 짓기도 했어요. 저는 화교이기 때문에 영어식 본명인 ‘탄 데프니 팅 수’라는 이름과 중국식 이름의 ‘첸팅즈(陈亭之 진정지)’로 불리는데요. 두 이름에서 수와 진이라는 단어를 가져오고, 한국인 친구의 추천을 받아 진수진이 된 것이죠.
어린 시절부터 접한 한국이 마치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무렵, 인터넷 바깥의 한국은 어떤 곳인지 진지하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스무 살 때 한국정부초청 장학생에 도전했고, 유학생이 되었죠. 저는 음식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제과제빵 쪽으로 꿈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한국이 아시아 제과제빵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나라 중 한 곳이라는 걸 알고 계시는가요? 도시락 케이크나 플라워 케이크, 마카롱을 한국화한 ‘뚱카롱’ 등도 모두 이곳에서 처음 시작되었죠.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이론 위주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케이크를 직접 굽고 판매까지 해왔기 때문에 실전에 나서는 것은 크게 두렵지 않아요. 다만 익히기는 쉽지만, 알수록 어려워지는 한글 때문에 고민하고 있답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사람의 발음기관의 모양과 움직임에서 따왔기 때문에
발음하기도 편하고, 기본 글자 수가 적어서 외우기도 쉽잖아요. 특히 저는 화교로서 영어와 중국어를 모국어로 두고 있는데, 한국어를 배울 때 한자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복잡한 문법 규칙을 익히느라 머리에 빵을 구울 수 있을 정도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 같답니다.
그렇지만 요리 실력과 마찬가지로 언어 분야 역시 성실히 노력하면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이 느껴져요. 2022년 새해가 밝아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예전 같았으면 “혹시 시간 있어?”라고 물어봤을 텐데 요즘은 “새해에 한가해?”라고 질문하거든요. 싱가포르에는 새해 문화나 명절 문화가 크게 없는 편이기에, 한국에서 서로 덕담을 나누거나 떡국 같은 명절 음식을 먹고, 조상의 무덤을 찾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제 고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감을 주고받거나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다인데, 여기에서는 명절 음식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잖아요. 모든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저에게는 이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새해 덕담 한마디를 해도 될까요? 싱가포르에 있는 제 가족들과 제 이야기를 봐주시는 독자분들 모두에게 말이죠. 살짝 유행이 지난 말일 수도 있지만 2022년에는 모두 ‘꽃길’만 걷길 바랄게요. 짧은 문장이지만 이 안에는 영어로도 중국어로도 원문의 의미를 번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문장을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서, 코로나 19로 인해 지친 분들 모두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호랑이의 해’라고 하니 모두 우렁차게 올 한 해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먼 미래를 계획하며 사는 편이 아니에요. 다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제과제빵 실습을 병행하며, 관련 자격증을 딸 예정이에요. 또 먼 곳에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제 한국 생활을 기록하고 공유하려 시작한 유튜브 활동도 열심히 할 거고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제 이야기를 봐주시는 모든 분의 시간에 행복한 기운이 찾아들길 바라며,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 본 기사는 취재하여 작성된 내용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