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책 속 인물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
책 속 인물에게 직접 한글 손 편지를 쓰는 재미를 알리고자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해당 도서들을 소개한다.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정연우 어린이
안녕? 내 소개를 먼저 할게.
나는 율곡초등학교 1학년 1반에 다니는 정연우라고 해. 내가 널 책에서 처음 봤을 때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 몰랐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어서 책을 세 번이나 다시 읽었어.
나는 니가 겪은 일들이 슬프고 힘들다는 걸 알아챘어. 우리 엄마가 말했는데 세상에는 착한 어른들도 많지만 나쁜 어른들도 있다고 했는데 너와 함께 산 늑대 아저씨는 지구에서 제일 나쁜 아저씨야. 내가 이 늑대 아저씨를 경찰에 신고해 줄게. 아마 큰 벌을 받게 될 거야. 늑대 아저씨가 준 상처 때문에 너와 엄마가 엄청 힘들고 많이 울었겠다. 내가 니 옆에 있었다면 멍에 약도 발라주고 니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우리 집 침대도 빌려줬을 텐데 아쉽다.
아니다!! 지금 생각한 건데 니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오면 되겠다!!
우리 동네는 천국이야. 어른들도 모두 착하고 내 친구들은 친절하고 상냥해. 나도 그중에 한 명이야!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만약에…
니가 이사를 올 수 없다면 어디서라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지내길 바래. 우리가 기도할게.
나중에 멋진 어른이 되어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율곡동에서 정연우가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는 어린이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이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라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그리고 아이의 시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책이다. 특히 피해자인 여자아이의 내레이션으로 가정 폭력의 현실적인 모습을 오롯이 들려준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엄마와 딸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며 대처하는 모습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준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로 고통받는 친구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출처 : 출판사 두레아이들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서평 중 발췌
『롤러 걸』을 읽고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이윤하 어린이
안녕! 애스트리드 언니!
난 부천에 사는 8살 이윤하라고 해.
언니에게 편지를 쓸 수 있어 너무 기뻐. 나는 요즘 방학인데 코로나 때문에 밖을 잘 못 나가.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언니 어떻게 힘든 연습 시간을 이겨냈어? 그것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말이야. 레인보우 바이트와 친구 조이가 있어서 힘이 났을 거야. 그렇지?
언니처럼 롤러 타기에 도전해 보려고 엄마랑 롤러장에 가 보았어. 롤러가 생각만큼 잘 타지진 않더라구, 미끄러지듯 걷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너무 아파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울부짖는 것처럼 울었거든. 큭큭큭. 롤러 말구 다른 걸 찾아봤어. 언니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찾은 건 훌라후프였어, 처음에는 한 바퀴도 돌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잘 돌려! 내 허리에 자석이 있는 것처럼 훌라후프가 떨어지지 않아. 언니가 롤러를 잘 타게 되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성공하고 나니까 너무 뿌듯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큰마음이 생겼어. 날 훌라후프 퀸이라고 불러줘! 다음엔 수영과 줄넘기에 도전해 볼 거야.
응원해 줘! 언니 이야기가 나에게 친구는 힘을 주는 소중한 사람인 걸 알게 해 주었어. 참 고마워.
친구들 마음을 알아갈 때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의 마음도 친구의 마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들과 만나고 싶은데 방학이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해 아쉬워. 하지만 언니에게 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책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아.
언니에게 자주 편지 써도 될까? 난 언니가 참 좋아. 날씨가 무척 더워.
물 자주 먹고 건강히 잘 지내. 또 편지 쓸게!
언니의 찐팬 윤하가!
‘롤러 더비’라는 스포츠를 통해 성장의 통과의례들을 단단하고 당차게 겪어 나가는 열두 살 소녀 이야기 『롤러 걸』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미국 출간 이후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와 도서관으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작품으로, 그래픽 노블로서는 드물게 2016년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롤러 더비’는 팀을 이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해 득점을 얻는 스포츠로 취미활동은 물론 정규 리그가 생성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종목이다.
작가 빅토리아 제이미슨은 실제로 롤러 더비 리그에서 활동하며 롤러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경기이지만 우리에게도 친숙한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그 경기를 처음 배우는 열두 살 ‘애스트리드’의 모습이 점층적으로 그려져, 코믹한 그림과 함께 새로운 운동경기를 함께 배워 나가는 짜릿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열두 살 소녀가 ‘절친’과 처음으로 갈등을 겪고 새로운 환경에 몸소 부딪혀 나가는 모습,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엄마와의 갈등 등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장기의 모습이 더해져 스포츠 만화에서 한 단계 넘어선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출처 : 출판사 비룡소 『롤러 걸』 서평 중 발췌
달빛 사탕을 드리고 싶은 반장 할머니께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이은우 어린이
안녕하세요, 반장 할머니?
저는 연산초등학교 2학년 이은우예요. 제가 사는 부산은 요즘 사막처럼 더워요. ‘달 샤베트’라는 제목을 보자 신기하고 시원할 것 같아서 책을 읽었어요. 저였다면 더워서 침대에 누워서 에어컨을 켜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떨어지는 달물을 받으러 나간 반장 할머니가 부지런한 것 같아요. 할머니가 만든 달 샤베트를 이웃들이 먹을 때, 저도 먹어보고 싶었어요. 어떤 맛이었나요? 저는 달얼음이 중간중간 씹히면서 레몬에이드 맛이 날 것 같아요. “와사삭!” 할머니 덕분에 더위도 가시고, 어두운 집도 밝아지고, 달토끼 집도 되찾았으니 할머니는 해결사예요. 해결사!
제가 할머니였다면요, 녹은 달물로 달빛 사탕을 만들 거예요.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에게 커다란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 나누어 주고 싶어요. 어떻게 만드는지 할머니께만 알려드릴까요? 먼저 동그란 통 겉에만 달물을 듬뿍 발라요. 그다음 통 안에 달물 반, 설탕 반으로 꽉 채운 뒤, 스틱을 꽂으면 돼요. 달콤하고 시원해서 친구들이 좋아하겠죠?
할머니 덕분에 편지 쓰는 동안 시원했어요. 만약 우리 만나게 되면 서로 만든 달음식을 바꿔 먹어봐요. 달을 볼 때마다 할머니와 달 샤베트가 생각날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21년 8월 5일 목요일
달 샤베트를 먹고 싶어 하는 은우 올림
어린이에게 마법으로 가득한 유년을 돌려주는
이야기 마녀 백희나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
어느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과 선풍기와 냉장고가 뿜어내는 열기에 달이 똑똑똑 녹아내리기 시작했어요.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 대야 가득 달물을 받아 달 샤베트를 만들었지요. 이웃들은 세상모르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냉장고를 윙윙 돌려댔고요. 그러다 그만…… 정전이 되어 버렸어요!
이웃들은 무슨 일인지 살펴보러 나왔다가, 밝고 노란빛에 이끌려 하나둘 반장 할머니 집으로 모여드는데……
“이러다 달마저 녹아 버리면 어떡하지?”
천진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환경 이야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작가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 걱정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 아파트며 자동차 문을 꼭꼭 닫아 둔 걸 보면, 저 안에서 수많은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럴수록 바깥 기온은 점점 더 올라갈 텐데.’ 그러고 보니 하늘에 매달린 달도 불그레한 것이 무척 더워 보였습니다. ‘이러다간 달도 녹아 버리겠네!’ 작가는 투덜대며 달이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시작했지요. 그림책 『달 샤베트』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 출판사 책읽는곰 『달 샤베트』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