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이라지만, 오래될수록 신선함은 떨어지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국내 장수 브랜드들이 이미지 탈피에 발 벗고 나섰다.
특유의 고루한 느낌을 벗어던지고 젊은 감각을 입힌
‘회춘 마케팅’이 요즘 장수 브랜드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MZ세대의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방식 속에서 돋보인 ‘한글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았다.
MZ세대와 소통하는 광고, 그 사이에 한글이 있다고?
▲ 삼양라면 유튜브 광고
▲ 삼양라면 (출처: 삼양식품)
중장년층 세대가 주 소비층이었던 장수 브랜드가 트렌디함과 재미 요소를 강점으로 MZ세대를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 브랜드 캐릭터화 등 색다른 방식의 광고를 선보이고, 이색 협업 또는 한정판을 출시하며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먼저 국내 최초 라면으로 유명한 ‘삼양라면’은 지난해 MZ 세대를 공략해 오랫동안 고수해온 한자 표기가 아닌 한글 표기가 활용된 제품을 출시했다.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출시된 이래 제품명을 한자 ‘삼양(三養)’이 아닌 한글 ‘삼양’으로 표기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변화는 유튜브 광고와 맞물려 삼양라면을 젊은 라면으로 인식을 개선해주는 발판이 되었다. 특히 삼양라면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에서 등장하면서 국내외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이때, 한글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솟솟상회 전경
(출처: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역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낙원상가에 있는 코오롱스포츠의 솟솟상회가 그 대표적 예이다. 여기서 ‘솟솟’은 브랜드의 상징 상록수 로고를 한글화한 이름으로, ‘솟아라 솟아라’의 약자이기도 하다. 코오롱스포츠는 청계산 등산로 초입과 낙원상가 등에 ‘솟솟’ 매장을 열었다. 그 직후 이 장소들은 명소로 등극하는 등 입소문이 퍼지며 젊은 층이 줄 서서 기다리는 인기 장소로 탈바꿈했다.
‘뉴트로’ 열풍의 주역으로 우뚝 선 한글
▲ ‘진로’ 포스터 및 ‘진로이즈백’ 캠페인 마케팅 이미지
(출처: 하이트진로)
뉴트로 영향력은 식품업계까지 퍼져, 기업들은 단종됐던 제품을 다시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새롭게 변경해 선보이고 있다. 먼저 ‘진로’는 1970년대 출시되었던 진로 병의 하늘색을 재현하고, 진로의 한자 로고를 한글로 변경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기존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진로이즈백(진로 is Back)’이라는 캠페인 슬로건과, 진로의 상징인 두꺼비를 의인화해 큰 호응을 얻었다.
▲ 정관장 에브리타임 삼삼바 에디션 광고의 한 장면,
삼삼바 제품 이미지 (출처: 정관장)
▲ ‘구구’ 패키지의 시대별 변천사
(출처: 롯데푸드)
한편 정관장은 건강식품 제품의 주 소비자가 어른 세대임에도 MZ 세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펼쳐왔다. 그 예로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두 포를 한글 포장이 된 상품으로 제작한 ‘에브리타임 삼삼바 에디션’(스틱형 홍삼)을 들 수 있다. ‘삼삼바 에디션’은 아이스크림 쌍쌍바를 패러디한 듯한 제품명과 디자인으로, 그 광고 또한 2030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며 화제를 낳았다. 이 밖에도 롯데푸드는 빙과 브랜드 ‘구구’를 영어로 표기하다가 2019년 이후 옛 느낌의 한글 제품명을 적용한 출시 당시 디자인을 개선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글은 과거 로마자 표기보다 ‘세련된 느낌’이 덜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 편견을 당당히 깨고 다시 마케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한글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재창조될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