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전시를 개최한다.
바로 기획전시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어린이 노래>다. 동요(童謠)는 말 그대로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어린이 노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동요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의 마음속에 간직된 동요의 감성을 떠올리게 해준다.
▲사계절과 자연을 담아낸 노랫말을 느껴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로 배웠던 말과 글을 체험하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1920년대부터 현대까지 학교에서 배운 창작동요의 변화상을 다룬 ‘즐거운 생활’ 등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
이 전시를 기획한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 이정연 학예연구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전시는 100번째 어린이날에 열린다는 기념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면서 각 공간을 구성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했나요?
▲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어린이 노래> 초대장
QR코드를 찍으면 포스터와 동요가 흘러나온다
동요는 취향이 반영된 대중가요와 다르게, 제일 먼저 엄마가 불러주고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배우면서 자연스레 습득합니다. ‘누구나 부르던 노래’라는 점에서 대중가요와는 차이가 있는데요. “누구나 어린 시절에 꼭 한번쯤 불렀을 것이다. 그 감성을 풀어내자”를 목표로 전시를 기획한 것입니다. 더불어 관람객들이 이 전시를 통해 마음속에 담아둔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을 돌아보고 행복한 그리움을 느끼길 바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를 넘어 그들의 감성에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전시 공간은 어린 시절 만끽한 자연과 친구들과 놀았던 동네, 그리고 배움을 통해 성장한 학교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먼저 전시 도입부에서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동심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일상 속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박물관 직원들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비롯해 조카, 자녀들의 사진들을 수집했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모인 사진들로 전시의 도입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잊혀진 동심을 찾길 바라며 동요 노랫말을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동요 노랫말은 짧고 쉬운 말을 반복하여 음률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노랫말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실물 자료보다는 다감각적인 전시로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1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는 사계절의 전경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2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노래로 배웠던 말과 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했습니다. 텍스트와 청음 등으로 노랫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했기에 고민이 컸습니다. 3부에서는 자연과 동네에서 뛰놀던 어린이가 학교라는 사회를 통해 성장하고, 동요 노랫말이 다양한 매체들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전시 제목이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어린이 노래>입니다.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기획을 준비할 때는 ‘누구나 부르던 노래’나 ‘동심의 숲’을 가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심을 일깨운 다는 것은 잠시 잊고 있던 ‘동심의 빛’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느꼈고, <파란마음 하얀마음>의 첫 소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에 여름에 파랄 거예요”라는 동심이 집약된 노랫말은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른들을 향해 어린이가 전하는 마음의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전시 초청장의 정보무늬(QR 코드)와 도입부의 배경음악(MR), 그리고 전시장의 마지막 <파란마음 하얀마음> 동시가 처음 발표된 유물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전시장에 오셔서 여러 종류의 <파란마음 하얀마음> 노래를 찾아보시면 흥미로우실 것 같습니다.
전시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유물이나 전시품이 있을까요?
‘즐거운 생활’에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창작동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집 『반달』을 비롯해 현대까지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동요집 『반달』에는 윤극영(尹克榮, 1903-1988)이 작사, 작곡한 동요 <반달>, <설날> 등이 실려 있는데, 현재 유일한 자료로 추정되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박물관이 소장하게 됐습니다. 동요집 속표지에는 ‘도라간 누이 덕윤(德潤)이 영전(靈前)에!’라는 문구가 있어 죽은 누이를 향한 윤극영의 그리움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윤극영과 함께 동요 보급에 힘썼던 윤석중(尹石重, 1911-2003)에 대한 공간도 준비했습니다. 윤석중은 교과서에 가장 많은 곡이 실린 작사가로 첫 번째 동요집 『윤석중 동요집』과 첫 번째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시 포스터의 모티프가 된 『조선동요전집』도 있습니다. 전시 포스터를 보고 찾아주신 관람객들이 포스터의 아이와 강아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 『운석중 동요집』
▲ 『 잃어버린댕기』
▲ 『 조선동요전집』
마지막으로, 전시를 찾게 될 소식지 독자나 방문객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린이의 마음, 즉 동심을 찾아간다는 것은 사실 어른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동심의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미 그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심을 바탕으로 부르는 노래는 엄마가 불러주고 초등학교에서 배우며 새로운 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어린 시절의 마음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관람하면서 서로 같은 노랫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전 세대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마음을 추억하는 행복한 그리움을 느끼고, 아이들은 세대를 초월한 노랫말의 힘을 느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