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있어 책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독서의 즐거움과 한글 손 편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한다.
『깨진 어항』의 강숙자 할머니께
2021년 수상작(국립한글박물관 버금상): 김은지 어린이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11살 김은지라고 해요.
제가 할머니를 알게 된 건 『깨진 어항』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할머니! 할머니는 위안부셨잖아요. 저는 사실 책에서 ‘위안부’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아빠께 여쭤보았는데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에게 끌려간 여자들이래요. 일본은 왜 자기들 전쟁에 우리나라의 여자들을 데리고 간 걸까요? 그곳에서 힘들게 돌아온 사람들에게 왜 마을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을까요? 가족들조차 위로해 주지 않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도 않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저도 이런데 할머니께서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할머니께서 옆에 계시다면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저는 사실 키가 작아요. 그래서 제 키를 궁금해하거나 제 동생과 저를 쌍둥이로 오해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싫어해요. 어쩌면 키 얘기는 제가 남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지요. 할머니께도 위안부 시절의 기억이 많이 아팠을 텐데도 용기 있게 고백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아픈 역사이지만 널리 알리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받는 게 맞는 거죠.
할머니! 할머니의 당당한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워요. 할머니의 잘못이 아닌걸요! 키가 작은 게 저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요. 저도 늘 당당하게 지내려구요. 할머니! 하늘나라에서는 할머니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2021년 8월 2일
김은지 올림
외롭고 힘든 아이와 앞집 할머니의 만남
어느 날 교실에 있던 어항이 깨지고 유리가 키우던 거북이들이 사라졌습니다. 반 아이들과 반장이자 가장 친했던 세연이는 유리에게 당장 책임지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유리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유리에게 어항과 거북이를 사다 놓으라며 돈을 주었습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와 시골에서 농사짓는 걸 꿈꾸는 아빠가 성격 차이로 이혼한 뒤 유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혼자였습니다. 단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만 유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그러다 시도 때도 없이 유리 일에 참견하고 잔소리하는 앞집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할머니는 왜 유리는 물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세대를 뛰어넘는 아픔과 소통, 그리고 이해
일제 강점기 때 위안부로 끌려간 언니를 안타깝게 여겼던 앞집 할머니와 우연히 추모관을 찾아가게 된 유리는 드디어 할머니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유리를 지켜보며 자신의 언니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 특히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배려, 소통을 바란 것입니다.
유리는 용기를 내어 엄마 아빠와 세연이에게 자신이 그동안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엄마 아빠는 그런 유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해 줍니다. 세연이와도 다시 관계를 회복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관계가 나빠진 사람이 있다면 진솔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귀 기울여 서로의 진심을 듣고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출판사 크레용하우스 『깨진 어항』 서평 중 발췌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에서 만난 수혁이 형에게
2021년 수상작(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버금상): 이주원 어린이
수혁이 형, 안녕? 난 4학년이라서 형이라고 부를게.
이 책을 읽으면서 형이 그동안 엄마께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그 마음이 전해졌어. 형네 엄마는 왜 형의 마음을 몰라줄까? 형이 이런 말을 할 때 난 속이 뻥 뚫렸어. “난 자기 필요할 때만 남을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정말 싫어.” 어쩌면 형이 앵무새 한비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 건 버림받아 본 상처 때문에 아닐까 생각해 봤어.
얼마 전 우리 집에도 메추라기 두 마리 송실이와 송골이를 키웠었어. 우리 엄마도 마니누나 엄마처럼 매일 새장 청소를 하시고, 물도 잘 갈아주시길래 송실이와 송골이를 계속 키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외출하고 오니 송골이 머리에 빨간 피가 보이는 거야. 내가 송골이를 치료해 줄 수도 없는 게 너무 속상해서 주하랑 상의하며 결국 송골이 살던 곳으로 돌려주기로 결정했어. 엄마는 송골이가 죽어서 이별하면 더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지금보다 더 정들기 전에 돌려보내 주자고 하시잖아?
송골이를 보내지 말 걸 그랬어. 홍천 자연학습장에서 다른 메추라기들과 살 거라 하지만, 어른들의 말을 어떻게 믿어? 수혁이 형, 그래도 메추라기와 같이 우리 집에서 살아보니 동물과 정을 나누면서 보낸 시간은 무척 행복했던 것 같아. 외로운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많은 사람일수록 동물에 정을 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마니누나가 해준 이 말을 꼭 기억해 보면서 이만 편지를 마칠게.
“엄마가 깨주면 달걀 프라이가 되지만 나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될 거야.” 형은 분명히 스스로 깨는 알이 될 거야! 그럼 안녕.
2021년 8월 1일
이주원 보냄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은 실수로 데려온 앵무새 한비를 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더 이상 어른들의 ‘앵무새’가 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부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아직은 단번에 대답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제힘으로 인생을 꾸려 가겠다는 이 아이들의 바람이자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네가 꿈이 없다는 게 나한테 야단맞을 일은 아니지. 그래도 생각은 해 봐. 네 인생이잖아.”(109면)라고 한발 물러나 지켜봐 주는 어른의 등장도 미덥다. 멘토나 손쉬운 위로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인생의 조언자로 세운 마지막 문장은 우리 아동문학에서 인상적인 한 구절로 기억할 만하다.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의 전후로 마니에게 극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을는지 모르나 마니는 작전의 성공보다 더 값진 것을 얻는다. 그것은 세상에는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이제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작은 깨달음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라는 헬렌 켈러의 명언을 “세상은 기쁨으로 가득하고, 그걸 즐기는 나로 가득하다.”로 바꾼 마니의 변화가 새삼 반가운 까닭이다.
출처 : 출판사 창비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 서평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