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자칫 쓰고 읽기만 하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면 한글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심지어 먹기도 하며 한글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역시 매달 한글을 주제로 한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순히 글자의 형태에서 벗어나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한글 콘텐츠들을 소개해본다.
공연과 시장에서 재탄생한 한글, 놀면서 먹다
▲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 포스터
(출처: 국립합창단)
▲ <훈민정음> 공연 모습
(출처: 국립합창단)
지난해 국립합창단은 한글 창제 575돌을 맞이하여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을 공연했다. 한국 고유의 정서와 합창·국악의 융합을 통해 한국 고유의 정서와 합창·국악을 융합한 이 한국 합창 창작곡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을 창제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창제 과정과 반포 등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세종실록 및 훈민정음해례본, 여러 역사 고증을 참고하여 내용을 구성하고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음악적으로 해석해 더 큰 감동을 자아냈다. 이 작품은 1445년 최초의 한글 작품인 ‘용비어천가’를 비롯하여 ‘월인천강지곡’, ‘종묘제례악’, ‘대취타’ 등에서 가사와 음악적 소재를 가져와 오늘날의 경향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여주한글시장 전경
(출처: 한국관광공사)
▲ 한글빵
(출처: 여주시 블로그)
공연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글 놀거리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주한글시장이다. 여주한글시장은 중앙로상점가에 한글을 접목해 만들었다.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이 여주에 있기 때문이다. 여주한글시장으로 변신한 뒤, 곳곳에 한글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세종대왕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조성됐고 한글을 테마로 한 음식 등이 즐비하다. 더욱이 ‘한글빵카페’에서는 붕어빵 대신 자음이 찍힌 한글빵을 판다. 여주에서 난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해 그 맛도 좋다. 또한 간판이 대부분 한글이며, 시장 입구 바닥에도 훈민정음이 적혀있다. 이처럼 여주한글시장에서는 한글을 변주해 즐길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미디어아트와 만난 한글, 보면서 듣다
(출처: 해외문화 홍보원)
보면서 듣는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한글이 활용되고 있다. 미디어아트 분야의 선두주자 ‘태싯 그룹’은 꾸준히 한글과 미디어아트를 연결 지어 작업해왔으며,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특별전에서 <모르스 쿵쿵(Morse ㅋung ㅋung)>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길고 짧은 두 음으로만 뜻을 전달하는 모스 부호를 한글에 대입한 것이다. 두 작가는 ‘제한된 조합의 가능성 속에서 구현되고, 선·네모·세모 등 기하학적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한글의 디지털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태싯 그룹은 다가오는 6월에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브릿지 프로젝트 ‘싱크 넥스트 22’에 참여해 훈민정음과 테트리스를 이용한 문자 상황극 ‘ㅋㅋ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관객이 직접 공연 중 채팅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공연이기 때문에 관객은 직접 몸으로 한글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다. 그룹의 가재발 작가는 “우리는 할 말 없을 때, 자조적인 웃음 등 다양한 의미로 ‘ㅋㅋ’를 쓴다. 이 작품이 관객과 진정한 소통으로 끝날지, ‘ㅋㅋ’ 웃고 끝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실험으로 도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글은 기록이나 소통의 수단을 뛰어넘어 우리 일상에 다양하게 녹아들고 있다. 특히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매달 한글을 주제로 한 공연을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주말, 한글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러 국립한글박물관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사는 매체 속 한글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기사로, 국립한글박물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