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육영 공원(왕립 영어학교) 교사로 조선 땅을 밟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인 1891년 무렵 순 한글 세계 지리서인 『사민필지』를 편찬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그것도 순 한글로 ‘선비(士)와 백성(民)이 모두 반드시(必) 알아야 할
지식(知)’이라는 뜻의 세계 지리서 『사민필지(士民必知)』를 저술한 이유는 무엇일까?
7월의 화요 한글문화 강좌 <한글로 세계를 바라보다: 최초의 한글 세계 지리서 『사민필지』>에서 알아보자.
7월 19일(화) 오후 3시
“조선 문자로 책을 출판하여 조선인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다”
헐버트는 청나라·일본·러시아 세 나라가 세상 전부인 줄 착각하고 있던 당시 조선인들의 견문을 넓혀 주자고 다짐했다. 그는 조선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서양에서 가르치는 보편적인 지식’이며, ‘그 지식을 담은 근대 서적’이 필요하다면서 『사민필지』를 편찬했다.
헐버트는 『사민필지』에서 나라별·대륙별 풍속 및 정치 상황과 그 외 여러 특징을 나름대로 콕 찍어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 대해서는 400년 전에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땅에 들어가 원래 있던 사람들을 점점 쫓아내고 스스로 큰 나라를 세웠는데 지금의 미국” 이라고 설명했고, 영국이 아편 전쟁을 일으킨 것을 “세상에 이런 좋지 못한 일은 없을 것이며, 세계 각국이 매우 비판하여 오랑캐의 일이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133년 전 한글 모음(ㅏ, ㅗ, ㅣ, ㅜ)을 미국 언론에 소개한 외국인 한글 학자
헐버트는 『사민필지』 편찬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언론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1889년 『뉴욕 트리뷴』에 “조선에는 각 소리를 고유의 글자로 표기할 수 있는 진정한 소리글자(true alphabet)가 존재한다”며 “모음은 하나 빼고 모두 짧은 수평, 수직의 선 또는 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신문에는 헐버트가 그려준 모음 ‘ㅏ, ㅗ, ㅣ, ㅜ’가 그대로 실렸다.
이 밖에도 헐버트는 조선이 한글 창제 직후부터 한자를 던지고 한글을 받아들였다면 이는 조선에 무한한 축복이었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까지 말했다. 헐버트야말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과 한국어를 사랑한 외국인이었다.
이기환(문화재청 문화재위원·경향신문 히스토리텔러)
역사스토리텔러(히스토리텔러) 자격으로 경향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1986년 경향신문에 입사하여 다양한 부서를 돌다가 2000년부터 문화유산 전문기자로 문화부에 정착했다. 경향신문 문화부장, 체육부장, 전국부장, 사회 에디터, 문화·체육 에디터,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매장문화재분과)으로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경향신문에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게재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이기환의 Hi-story>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주간경향에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흔적의 역사』, 『분단의 섬 민통선』, 『한국사 미스터리』(공저),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공저), 『성산 장기려』, 『한국사 기행』(공저), 『아버지의 얼굴』, 『우리 큰형 이야기』, 『끝없는 도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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