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립한글박물관)
영웅이 등장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죄를 지은 선관이 지상으로 쫓겨나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
모두 옛날 옛적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소설의 내용인데요.
옛사람들도 한글 소설을 통해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답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시대별로 일반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한글 소설’에 대해 소개합니다.
방각본 소설
▲『홍길동전』(경판)
▲『열녀춘향수절가』(완판)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주도로 인쇄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민간에서도 책을 만들게 되는데요.
이때 민간인이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한 책을 ‘방각본’이라고 부릅니다.
방각본은 서울, 전주, 안성과 같이 전국의 대표적인 도시에서 많이 만들어졌으며,
판본에 따라 서체나 분량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홍길동전』
▲『홍길동전』(경판)
작자: 미상 / 시대: 17~19세기 / 크기: 20.5 x 29.3 cm
▲『홍길동전』(안성판)
작자: 미상 / 시대: 20세기 / 크기: 19.0 x 22.7m
『홍길동전』은 서자로 태어나 천대받던 홍길동이 나쁜 탐관오리를 혼내 주고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의 사회 소설입니다.
서울에서 간행된 ‘경판’은 점과 획,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거나 축약하여 쓰는 흘림체를 사용한 것이 특징인데요.
안성에서 간행된 ‘안성판’은 경판과 내용이 비슷하지만
홍길동이 율도국을 정벌하는 내용부터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열녀춘향수절가』
▲『열녀춘향수절가』(완판)
작자: 미상 / 시대: 17~19세기 / 크기: 18.5 x 25.7cm
『춘향전』은 성춘향과 이몽룡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부정한 관리에 대한 평민의 저항을 그린 판소리계 소설입니다.
『춘향전』은 판본이 70~80여 종이나 되는데,
국립한글박물관의 『열녀춘향수절가』는 전주에서 간행된 ‘완판’에 해당합니다.
완판 소설은 대체로 경판보다 서술이 풍부하고 꾸밈말이 많으며 장면 묘사가 상세합니다.
이외에도 이 판본은 한글의 본래 형태를 밝혀 쓰는 정자체가 돋보입니다.
구활자본 소설
▲ 일제강점기 한글 전파에 기여한 구활자본 소설
시대: 20세기 / 크기: 20.5 X 14.0cm
구활자본은 일제강점기에 간행됐던 활자본 책입니다.
구식 활판 인쇄기를 써서 납 활자로 인쇄했기 때문에 ‘구활자본 소설’이라고 부르는데요.
표지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처럼 울긋불긋 화려해 ‘딱지본 소설’이라고도 불리고
가격이 국수 한 그릇 정도로 싸서 ‘육전 소설’이라고도 불렸습니다.
휴대가 간편하고 내용이 흥미로워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죠.
『박씨전』
▲『박씨전』 구활자본
작자: 이종수 저작 겸 발행 / 시대: 1933년 / 크기: 13.4 x 19.7cm
『박씨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박씨 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이시백, 임경업과 같은 역사적 인물과 함께
신적인 능력을 발휘해 활약하는 모습을 담은 영웅 소설입니다.
주인공 박씨 부인은 비록 얼굴은 못났지만,
도술을 부릴 줄 알고 마음씨가 착하며 용감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판본은 서울에 있는 성문당 서점에서 발행한 구활자본입니다.
『김진옥전』
▲『김진옥전』 구활자본
작자: 신태삼 저작 겸 발행 / 시대: 1935년 / 크기: 13.0 x 18.7cm
위 판본은 세창서관에서 발행한 책으로,
『김진옥전』은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김진옥이 도사에게 병법을 배워
갖은 시련을 극복한 뒤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는 영웅 소설입니다.
오랑캐를 물리치고 죽을 위기에 처한 아내를 구하는 등의 영웅적 면모를 갖춘 김진옥은
사실 전생에 천상 세계에서 일하던 선관이었지만
지상으로 쫓겨난 것이라는 점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던 세종대왕의 염원이 담긴 우리의 한글.
한글 덕분에 우리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물론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재미있는 한글 소설 한 편 읽는 건 어떠신가요?